고백록(9)

3534. 저에게 순결과 절제를 주소서. 그러나 금방은 말고.(da mihi…sed noli modo.) 당신께서 저의 기도를 당장 들어주실까 두려웠고 육욕의 질병을 즉시 낫게 해주실까 봐 겁났으니, 육욕이 꺼지기보다는 채워지기를 바랐던 까닭입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신성모독의 미신에 빠져 삿된 길을 갔고, 그것도 그 길에 확신이 서서가 아니라 다른 것들보다는 그래도 낫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나는 그들에게 동조한 것은 아니었지만 저런 보자기로

요한 1,35-42(연중 제2주일 ‘나’해)

1.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insegnare<in+signum: 방향을 가리키는 신호 / educare: 끌어내다 2. “무엇을 찾느냐?” 공생활 시작의 예수님의 제1성→부활하신 주님의 제1성 “누구?” “무엇”에서 “누구”에로 가는 여정 3.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매력에 이끌리는 삶, 사랑의 시작, 삶에 동참하려는 원의 4. “와서 보아라” 발과 눈이 할 수 있는 인간의 기본 동작 ‘보다’, ‘눈여겨보다’ 가다→보다→믿다 내가 가고 내가 보아

예수님의 손

구약에서 하느님의 손은 만물을 창조하시는 손(창세 1,1), 당신 백성을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내시는 손(탈출 7,4), 우상을 숭배하는 이들을 기겁하게 하시며 꾸짖는 손(다니 5,5), 돌판과 사람의 가슴에 율법을 새기시는 손(신명 4,13;10,4), 살아 숨 쉬는 모든 살덩어리들이 둘씩 방주에 들어간 뒤 노아 뒤로 문을 닫아 살려주시는 손(창세 7,16)이다. 신약에서 예수님의 손은 열병을 낫게 하시며 잡아 일으키시는 손(마르 1,31),

돈 보스코 교육과 기쁨

돈 보스코의 교육을 흔히 ‘예방교육 시스템(preventive system)’이라 한다. 돈 보스코에게는 자신의 헌신과 삶으로 엮어간 교육적 삶의 체계 안에서 아이들이나 교육자들이 함께 기억하기 쉽도록 단순하면서도 잘 정리된 ‘세 가지’를 말하는 습관이 있었다. 세 가지 돈 보스코는 키에리의 공립학교 시절 친구들과 ‘명랑회(società dell’allegria)’를 조직했고, 모리알도에도 같은 모임을 조직했다.(참조. 돈 보스코의 회상, 돈보스코미디어, 1997년, 83-90) 돈 보스코는 명랑회를

주님 세례 축일

교회는 ‘주님 공현 대축일’ 다음에 ‘주님 세례 축일’로 성탄 시기를 마감하고, 성탄의 화려한 장식을 모두 거둔 다음, 사순 시기까지 특별한 대축일이 없이 연중 시기를 지낸다. 옛 전통에서는 공현 대축일 전례 안에서 적절한 순간에 성삼일과 부활절을 예고하는 관습이 있기도 했다. 성탄 시기를 마감하는 주님 세례 축일의 전례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는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려고 갈릴래아에서 요르단으로…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시고

달과 가톨릭교회

어떤 가톨릭 교구에서 달이 자기 교구 관할이라고 선언한다면 과연 이상한 일일까? 달을 보면 무엇이 보이는가? 달에 사는 사람?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 항아(姮娥, 일명 상아嫦娥)와 옥토끼? 네버랜드Neverland로 항해하는 피터 팬Peter·Pan의 배? 가톨릭교회가 “땅끝까지” 흔적을 남겼을 뿐아니라, 지구 밖 우주까지도 그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달에 있는 35개의 분화구에는 예수회의 천문학자들이나 물리학자, 그리고 수학자들의 이름을 따서 이름이 붙어 있다.

구름 기둥The Pillar of the Cloud

90. 구름 기둥 {156} 사랑하올 빛이시여 저를 에워싼 어둠에서 저를 인도하소서! 밤은 어둡고 집에서 멀리 있사오니 저를 인도하소서! 멀리 아니더라도 한 걸음이면 충분하나이다. 제 발걸음을 지켜주소서. 저를 인도해주셔야만 한다고 바라지도 않았고 기도하지도 않았습니다. 제 길을 제가 선택하고 그 길만 보기를 좋아했으나 이제는 주님, 당신께서 저를 인도하소서! 두려움 속에서도 화려한 날만을 좋아하고 저의 의지를 교만이 지배했으니 지난날은

고백록(8)

3528. (애욕은 지옥과 같다. 끈끈이가 있어 저 심연으로 끌어 내리며 하늘로 날아오를 깃털을 갖추지 못했다.-Enarrationes in Psalmos 140,1) 3529. 쇠사슬이 된 제 의지에 묶인 채였습니다.(악에 동의하고 끌려가는 의지를 ‘쇠로 엮어진 제 의지에 묶인 몸legatus mea ferrea voluntate’이라는 역설적 표현으로 부각시킨다) 원의는 제 것인데도 원수가 손에 넣고서는 그것으로 저한테 사슬을 만들어 저를 결박해 두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마태 2,1-12(주님 공현 대축일 ‘나’해)

“하느님 경배는 평범한 상황 속에 숨어 계신 하느님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눈을 들다”, “길을 떠나다”, “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 강론에서 동방박사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가르침을 이같이 세 가지 동사로 요약했다. 교황은 동방박사들이 아기로 오신 주님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었는지 기억하라면서 물질적 재화나 성공과 비교할 수 없는 내적 기쁨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힘 력/역力

이 글자는 팔에 힘을 주었을 때 근육이 불거진 모습이라고도 하고, ‘칼 도刀’의 변형으로 칼에서 나오는 힘을 뜻하게 되었다고도 하지만, 인간의 삶이 농경 사회로 전환되면서 동물이 끌기 전 사람들이 밭에서 힘들여 끌었을 쟁기나 가래의 모양이라는 것이 훨씬 더 근거 있는 얘기이다. ‘사내 남男’이 밭(田)에서 힘들여 쟁기질(力)하는 남자를 가리키고, 혼자서는 할 수 없어 여럿이 쟁기질을 해야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