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의 칠죄종이 지옥에는 없다?

13세기 단테의 <신곡> 3부작(지옥·연옥·천국) 중 연옥편에서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식탐, 색욕이라고 하는 7가지 죄(칠죄종七罪宗)는 정화의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 일곱 가지 죄가 연옥과 지옥에서 동일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듯이 보인다. 연옥에서는 이 죄들이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지옥에서는 일부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1. 연옥: 죄를 정화하며 변화되는 자리 “죄는 단순한 법의 위반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를

슈퍼 스타와 스퍼스 수녀

미국을 ‘농구의 나라’라고 말해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 미국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를 연고지로 하는 스퍼스라는 농구팀(San Antonio Spurs)이 있는데, 여기에는 ‘스퍼스 수녀들’이라는 수녀님들도 있다. 스퍼스는 2025~2026 시즌에 맹활약하며 파이널 무대까지 진출했으나, 아쉽게도 뉴욕 닉스에게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패하며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스퍼스 팀에는 빅터 웸반야마(Wembanyama)라고 하는 슈퍼 스타급 선수가 있는데, 그가 지난 6월 4일

사도 바르나바(6월 11일)

예수님께서 파견하신 일흔 두 제자 중 한 분으로 여겨지며, 사도들에게서 ‘위로의 아들’(사도 4,36)이라는 별명까지도 얻었던 바르나바 사도에 관한 성경 구절은 사도행전과 코린토1서, 갈라티아서, 콜로새서에 이르기까지 무려 39절에서 보인다. 키프로스 태생 레위인으로서 유다교에서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였으며 자기 소유의 밭을 팔아 그 돈을 사도들에게 봉헌하였고(사도 4,35), 적극적으로 사도들을 도왔다. 개종 초기에는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초기 예루살렘 공동체와 함께 지내면서

진실한 우정: 프렌치 스타일

프랑스를 처음 방문하는 이들은 흔히 현지인들이 이방인에게 유달리 냉랭하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오해에 가깝다. 프랑스인들은 유럽 내에서도 단순한 지인인 ‘레 코팽(Les Copains)’과 진정한 친구인 ‘레 자미(Les Amis)’를 가장 엄격히 구분하는 이들로, 관계를 맺는 데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릴 뿐이다. 이들의 관계 맺기는 점진적인 감정 개방, 지적인 대화와 토론, 그리고 사생활과 서로의 경계를 철저히 존중한다는

「위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

교황 레오 14세의 첫 번째 사회회칙인 「위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가 발표되었다. 교회의 공식 번역이 아직 없으므로 여기서는 ‘위대한 인류’로 옮겼다. 혹자는 ‘고귀한 인류’라든가 ‘장엄한 인간성’이라고 이미 옮긴 이들도 있다. 참고로 라틴어의 magnifica는 ‘위대한, 장엄한, 찬란한’ 등의 뜻을 지니고 있고, humanitas는 ‘인간성, 인간다움’을 나타내는 말이다. 1891년, 교황 레오 13세께서는 산업화로 인해 찢겨나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교회가 사회와 관계를

성령의 5가지 표징

– 로버트 배론 주교, 2026년 5월 10일 부활 제6주일 강론에서 1. 담대한 선포(Bold Proclamation): 복음 선포의 용기 – 성령의 사람은 그리스도를 숨기지 못한다. 공적인 자리에서도 복음을 말하게 된다. 내적으로 ‘파견된 이’로서 복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이다. 2. 악의 세력을 몰아냄(Expulsion of Evil): 내적 정화와 영적 전투의 승리 – 성령은 다른 영(악한 영)을

명상, 묵상, 관상

많은 곳에서 세 말마디를 듣는다. 그러나 그 차이를 분명하게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국어사전의 해석을 바탕으로 풀어볼 때, 명상(瞑想/冥想, meditation)은 「고요히 눈을 감고 잡생각 없이 마음을 가라앉히거나, 깊이 생각하는 것」이다. 주로 ‘나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묵상(默想, meditation)은 「말없이 마음속으로 생각에 잠기는 것. 종교적, 그리스도교적 맥락에서 하느님이나 진리의 말씀을 깊이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도교적으로는

신약에서 성모님과 관련된 가장 오래된 성경 구절

바오로 사도는 성모님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지 않았던 사도이지만, 신약성경에서 성모님에 관한 기록으로 가장 최초라고 볼 수 있는 구절은 의외로 바오로 사도의 서간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 아래 놓이게 하셨습니다.”(갈라 4,4)라는 구절이다. 바오로 사도는 서기 35년경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였으며 40~60년경 사이에 선교활동을 벌이다가 64~67년경 순교하였다. 바오로가 남긴 서간문

부활 팔일 축제 전례 말씀과 간단한 묵상

얼 · 부활 팔일 축제 월요일: 사도 2,14.22-33 / 시편 15 / 마태 28,8-15 (천사의 월요일) · 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사도 2,36-41 / 시편 32 / 요한 20,11-18 ·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사도 3,1-10 / 시편 104 / 루카 24,13-35 · 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사도 3,11-26 / 시편 8 / 루카 24,35-48

하느님의 자비와 성녀 파우스티나

교회에는 성녀 파우스티나St. Faustina Kowalska의 시성과 함께 ‘주님 수난 성 금요일’부터 부활 제2주일까지 이어지는 하느님의 자비를 기리는 9일 기도 관습이 생겨났다. 이 기간에 교회는 기도를 통하여 성녀와 함께 특별히 ‘ABC’(A – Ask for His Mercy.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라. / B – Be merciful.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 C – Completely trust in Jesus. 예수님을 온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