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작은 길’

중세의 ‘작은 길’(The Little Way of the Middle Ages) ※ 역자 주: 역자의 소개 글 다음의 번역 글은 토마스 J. 크론홀츠(Thomas J. Kronholz)라는 분이 2026년 8월 11일 wordonfire.drg에 기고한 글이다. 번역 본문 앞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히 개관을 약술하였고, 다소 생소한 노리치의 율리아나(Julian of Norwich, 1343~1416년 이후)이라는 분을 알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베네딕토 16세

노리치의 율리아나

(교황 베네딕토 16세 전前 교황님의 2010년 12월 1일 일반수요일 교리교육)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지난 9월 영국을 방문했던 사도적 순방을 여전히 큰 기쁨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증언과 가르침으로 교회사를 풍요롭게 한 수많은 뛰어난 인물들을 배출한 땅입니다. 그들 중 가톨릭교회와 성공회 공동체 모두에서 공경받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오늘 아침에 말씀드리고자 하는 신비가 노리치의 율리아나(Julian of Norwich)입니다.

성녀 모니카와 고백록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걸린 루이스 트리스탄 데 에스카미야(Luis Tristán)의 작품 <성녀 모니카>를 바라보면, 방탕한 아들을 위해 눈물로 세월을 보내며 깊은 주름이 패인 한 어머니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과연 이 눈물의 어머니에게도 청춘의 꽃다운 시절이 있었을까 싶지만, 아들의 회심을 위해 기도하며 스스로도 성인의 길을 걸었던 성녀 모니카에게도 엄연히 혈기 왕성하던 젊은 날이 있었다. 놀랍게도 성녀

사도 바르톨로메오(8월 24일)

※ 8월 24일에 기념하는 사도 바르톨로메오에 대해서는 성경과 교회의 역사 안에 전해지는 자료가 비교적 많지 않다. 따라서 이 사도에 관한 설명은 대체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06년 10월 4일 일반 알현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사도 바르톨로메오에 관한 교리교육을 하신 이후, 그의 축일에는 여러 곳에서 교황님의 해설이 중요한 참고 자료로 인용되고 있다. ————————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로만 칼라의 역사와 의미

로만 칼라(Roman collar)는 오늘날 가톨릭 사제와 성직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복장 가운데 하나다. 사제의 목을 둘러싼 작은 흰 띠는 그 어떤 말보다 먼저 그가 누구인지를 드러낸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서도 로만 칼라를 보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성직자로 알아본다. 그런데 이 작고 단순한 흰 띠가 처음부터 가톨릭 사제의 복장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성직자들이 평신도와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8월 22일)

전례적·역사적 배경: 비오 12세 교황은 1954년 회칙 «하늘의 모후께(Ad Caeli Reginam)»를 발표하고 1955년에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을 제정하면서 날짜를 5월 31일로 정하였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전례 개혁을 거치며 이 축일은 성모 승천 대축일의 팔일 축제일인 8월 22일로 자리를 옮겼다. 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의 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이 고백하듯, 동정 마리아의 왕권과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팝 아트(Pop Art)는 대중문화의 이미지와 사물을 예술 안으로 끌어들여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현대 소비사회의 감수성을 작품으로 드러낸 미술 경향이다. 20세기 현대미술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예술 가운데 하나이며, 그 중심에는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이 있다. 워홀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1960년대 미국 사회의 풍요와 소비문화, 그리고 대중매체가 만들어 낸 새로운 우상을 그려냈다. 영화와 텔레비전은

성모 승천을 그리는 두 가지 방식

※ 지난 성모 승천 대축일에 교황 레오 14세는 카스텔 간돌포에서 신자들과 함께 드린 삼종기도 후 훈화를 통해 역사 안에서 성모님의 승천을 묘사해왔던 두 가지 방식을 설명하면서, 성모 승천 신심을 어떻게 간직할 것인가에 관하여 설명했다. 이틀 뒤, 미국의 aleteia.org라는 사이트에 이를 해설하는 에스파르사라는 분의 글이 게재되었다. 두 본문을 모두 번역하여 수록한다. *함께 읽기: 성모 승천 대축일(루카

‘하늘 나라’와 ‘하느님의 나라’

신약성경에서 ‘하늘 나라’(바실레이아 톤 우라논, βασιλεία τῶν οὐρανῶν, Kingdom of Heaven)라는 표현은 마태오 복음서의 고유한 표현이다. 그러나 마태오 역시 네 차례(12,28; 19,24; 21,31.43)는 ‘하느님의 나라’(바실레이아 투 테우, βασιλεία τοῦ θεοῦ, Kingdom of God)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특히 19,23-24에서는 두 표현을 같은 의미로 병행한다. 이는 ‘하늘 나라’가 유다인의 경외적 완곡어법에 따른 것으로, 의미상 ‘하느님의 나라’와 동일한 개념임을

산티아고 순례길

– 가리비 조개껍데기가 가리키는 모든 길 * 나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순례길이지만, 그곳에 벌써 몇 번이나 올라 있는 친구 신부님께 순례 동안 나를 위해 성모송 한 번을 바쳐달라고 부탁했다. 신부님은 매일 그곳의 사진을 보내온다. 부러운 마음과 함께, 나 역시 사진을 따라 어느덧 그 순례길 위에 있다. 마침 순례길에 관한 좋은 글을 발견하여 반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