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스타와 스퍼스 수녀

미국을 ‘농구의 나라’라고 말해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 미국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를 연고지로 하는 스퍼스라는 농구팀(San Antonio Spurs)이 있는데, 여기에는 ‘스퍼스 수녀들’이라는 수녀님들도 있다. 스퍼스는 2025~2026 시즌에 맹활약하며 파이널 무대까지 진출했으나, 아쉽게도 뉴욕 닉스에게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패하며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스퍼스 팀에는 빅터 웸반야마(Wembanyama)라고 하는 슈퍼 스타급 선수가 있는데, 그가 지난 6월 4일 뉴욕 닉스와의 2025-26 NBA 파이널 1차전 때, 경기 직전 코트 위에서 대기하던 살레시오 수녀회(Salesian Sisters) 수녀님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청하며 축복을 구하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경기는 샌안토니오의 홈인 프로스트 뱅크 센터에서 열렸으며, 이 장면은 많은 농구 팬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수녀님들의 기도에도 불구하고 홈에서 열린 1, 2차전을 내줬던 샌안토니오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 3차전 원정 경기에서 빅토르 웸반야마의 종횡무진 활약을 앞세워 뉴욕을 115 대 111로 꺾었다.
코트 사이드에서 수도복 위에 스퍼스 유니폼을 입고 NBA 파이널을 관람하는 네 명의 살레시오회 수녀들을 보는 것과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빅터 웸반야마가 그들에게 기도를 청하는 모습 중 어느 쪽이 더 놀라운 광경이었을까?
스포츠 선수들이 기량 향상을 위해 끔찍할 만큼의 ‘고행’을 겪는다는 것은 보편적인 상식이다. 타고난 재능에 더해서 일일 운동량과 식단 관리, 규율과 희생, 자기 부정을 통해 선수들은 자기를 관리한다. 선수들은 방종과 유혹, 그리고 때로는 좋아하는 것들로부터 자신을 분리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이 인간의 한계를 넘는 초월성으로 방향 지워지지 않으면, 많은 경우 좌절의 아픔을 겪을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선수들의 엄격한 고행은 나를 넘는 초월적인 존재를 결국 찾아내고야 만다.
그렇지만 고행이 올바른 방향성을 지니지 못할 때, 선수들은 자신과 자신의 경기 능력에 대한 거짓되고 이기적인 우상 숭배로 너무나 쉽게 빠져들기도 한다. 이런 경우 선수들은 강한 ‘운동 정체성(athletic identity)’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는데, 《국제스포츠심리학저널》은 이를 “개인이 운동선수라는 역할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정도”로 정의한다. 이 용어가 만들어진 동일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운동 정체성 수치가 높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더 큰 동기부여와 추진력을 가질 잠재력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특히 부상을 당하거나 선수 생활이 끝났을 때 심리적 위험에 처하기 더 쉽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따라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최근 은퇴한 엘리트 선수들을 조사했을 때, 그들 중 45%가 불안 증세와 우울증 증가로 고통받고 있었다고 밝힌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왜곡된 형태의 스포츠는 이렇듯 압제적인 자아 숭배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지만, 동시에 스포츠는 그 거짓된 현실을 산산조각 내는 방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어느 시점에서든 모든 선수는 자신의 적수를 만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인간의 한계(human nature)’다. 스포츠는 우리가 얼마나 제한된 존재인지를 일깨워주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다른 선수나 팀일 수도 있고, 부상일 수도 있으며, 단순히 노화일 수도 있지만, 그 끝은 항상 같다. 결국 모든 선수는 동일한 울림이 있는 진리를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자신은 신이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준비된 신앙인 선수에게 이는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겠지만, 자아를 숭배하던 선수에게 이 경험은 불안과 우울증으로 투쟁하는 45%의 선수들처럼 비극적일 수 있다. 통제력, 권력, 존경, 그리고 자신의 ‘신’을 잃어버리는 것은 종종 그들이 자신과 삶에 대해 지녔던 이해 전체를 의심하게 만든다.
이러한 내용이 스포츠는 감수할 가치가 없다고 느낄 만큼 끔찍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여기에는 희망이 있다. 잘못된 멘토링과 결합된 스포츠 고행이 선수를 파멸적인 자아 숭배로 이끄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선수들에게 자기 자신보다 더 위대한 무언가에 삶을 걸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역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이 투쟁 속에서 종종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초월적 존재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한다.
마치 농구 실험실에서 곧바로 튀어나온 듯한 신체와 기술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빅터 웸반야마는 자신보다 더 위대한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수도복을 입은 수녀들이 그의 마음에 가닿았다. 웸반야마가 수녀들 역시 마음을 사로잡는 고행을 구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과 기쁨을 구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막연하게나마 감지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그들에게 전구와 도움을 청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의 스포츠를 통한 추구와 함께 수녀님들의 증거가 그의 마음을 예수 그리스도께로 온전히 열어줄지도 모른다.(*이미지 출처와 바탕이 되었던 글: https://www.wordonfire.org/articles/victor-wembanyama-seeks-the-transcend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