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들어”(에파이로, ἐπαίρω)

성경 안에서 “눈을 들어”라는 표현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는 단순한 시선의 이동을 넘어, 인간 존재가 어디를 향해 서 있는지를 드러내는 상징적 몸짓이다. 예수님께서도 자주 눈을 드시어 사람들을 바라보시고, 하늘을 우러러 기도하신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들어 올리다”, “높이다”를 뜻하는 ‘에파이로(ἐπαίρω)’는 이러한 움직임을 잘 드러낸다. 물론 성경은 이와 유사한 여러 표현을 함께 사용하지만, 그 핵심은 하나로 모인다. 곧, 인간의 시선과 마음이 자기 자신과 세상에 머무르지 않고 하느님께로 향하는 내적 방향의 전환이다.
성경에서 “눈을 든다”는 행위는 특별히 기도의 자리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 시편 저자들은 하늘을 향해 눈을 들며 도움을 청하고, 하느님께 시선을 고정하며 자신의 삶을 맡긴다. 이때 눈을 든다는 것은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의지와 희망, 그리고 신뢰가 향하는 방향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이러한 성경의 표현은 오늘의 교회 안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부르심이 된다. 교황 레오 14세께서는 스페인 사목 방문의 표어를 “눈을 들어라”로 정하셨다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의 이번 사도적 순방의 표어는 “알사드 라 미라다(Alzad la mirada!)”, 즉 “눈을 들어라!”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첫 제자들에게 이 말씀을 건네시며, 사람들 그리고 군중 속에서 생명과 진리, 그리고 충만함에 대한 갈망을 알아보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주님께서 저에게 먼저 이 말씀을 되풀이하셨으므로, 은총에 힘입어 저 또한 이번 순방에서 이 말씀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과 이 초대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눈을 들어 올립시다! 우리 이웃과 사람들, 그리고 세상을 “하느님의 눈으로”, 곧 사랑과 존중, 그리고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법을 예수님에게서 배웁시다.(교황 레오 14세, 6월 17일 일반 알현, *교황은 2026년 6월 6일부터 12일에 걸쳐 스페인을 사목 방문하신 바 있다)」
이 말씀은 성경의 표현을 단순한 과거의 언어가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을 향한 초대로 다시 열어 준다. “눈을 들어”라는 말은 하나의 말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의 변화를 요구하는 부르심이 된다.
복음서에서 이 표현은 더욱 깊어진다. 예수님께서 눈을 들어 군중을 바라보실 때, 그 시선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연민과 사랑의 시선이다. 굶주린 이들을 보시고, 죽음 앞에 선 이들을 위해 기도하시며, 아버지를 향해 눈을 들어 당신의 사명을 봉헌하신다. 예수님의 “눈을 듦”은 곧 하느님의 마음이 인간을 향해 열리는 자리이며, 세상을 향한 사랑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러한 영적 움직임은 교회의 전례 안에서도 살아 있다. 미사의 감사기도가 시작될 때, 사제는 “마음을 드높이”라고 참여자들을 초대한다. Sursum corda, 곧 “위로 향한 마음”이라는 이 외침에 모두 “주님께 올립니다(Habemus ad Dominum)”라고 응답한다. 이 짧은 대화 안에서 신앙인의 존재 전체가 들어 올려진다. 세속적인 것에 붙들려 있던 마음이 하느님께로 향하고, 지상의 시간은 천상의 전례와 맞닿는다.
“눈을 들어”라는 성경의 표현은 결국 하나의 초대이다. 자기 자신과 세상에 갇힌 시선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향해 서라는 부르심이다. 그러나 이 초대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눈을 들어 군중을 보시고, 그들의 아픔을 가엾이 여기신 분이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신앙인은 단지 하늘을 바라보는 데에 머무르지 않는다. 하느님께 눈을 들어 올린 사람은, 이제 그분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부름받은 사람이 된다.
눈을 든다는 것은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눈으로 다시 세상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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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들어’, 또는 유사한 표현이 있는 성경 구절의 예들
“주님, 당신은 저를 에워싼 방패, 저의 영광, 저의 머리를 들어 올려 주시는 분이십니다.”(시편 3,3) “내 발을 그물에서 빼내 주시리니 내 눈은 언제나 주님을 향해 있네.”(시편 25,15) “제 눈을 열어 주소서. 당신 가르침의 기적들을 제가 바라보오리다.”(시편 119,18) “산들을 향하여 내 눈을 드네. 내 도움은 어디서 오리오?”(시편 121,1) “하늘에 좌정하신 분이시여 당신께 저의 눈을 듭니다.”(시편 123,1) “정녕 주 하느님, 제 눈이 당신을 향합니다. 제가 당신께 피신합니다. 제 영혼을 쏟아 버리지 마소서.”(시편 141,8)
“눈을 들어 저 밭들을 보아라. 곡식이 다 익어 수확 때가 되었다.”(요한 4,35) “예수님께서는 눈을 드시어 많은 군중이 당신께 오는 것을 보시고 필립보에게,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하고 물으셨다.”(요한 6,5) “사람들이 (라자로가 묻힌 무덤의) 돌을 치웠다.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우러러보시며 말씀하셨다. ‘아버지, 제 말씀을 들어 주셨으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요한 11,41)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이르시고 나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 말씀하셨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 “그들이 눈을 들어 보니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마태 17,8) “눈을 들어 바라보니 그 돌이 이미 굴려져 있었다. 그것은 매우 큰 돌이었다.”(마르 16,4) “예수님께서 눈을 들어 제자들을 보시며 말씀하셨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 6,20) “부자가 저승에서 고통을 받으며 눈을 드니, 멀리 아브라함과 그의 곁에 있는 라자로가 보였다.”(루카 16,23) “예수님께서 눈을 들어 헌금함에 예물을 넣는 부자들을 보고 계셨다.”(루카 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