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아(귀나이, γύναι)

명사 γυνή(귀네)의 호격 형태인 ‘γύναι(귀나이)’는 우리말 성경에서 보통 “여인아” 또는 “여인이시여”로 번역된다. 이 호칭은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의 입술을 통해 일곱 차례 사용되며, 학계에서는 이를 여성을 낮추는 표현이 아니라 격식을 갖춘 정중한 호칭, 곧 일종의 ‘존중의 호격’으로 이해하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예수님께서는 이 호칭을 특히 당신의 어머니를 향해 두 번 사용하신다. 카나의 혼인 잔치(요한 2,4)와 십자가 위에서(요한 19,26)이다. 이 밖에도 가나안 여인(마태 15,28), 사마리아 여인(요한 4,21), 간음하다 잡힌 여인(요한 8,10), 마리아 막달레나(요한 20,15), 그리고 열여덟 해 동안 병을 앓던 여인(루카 13,12)에게 이 호칭을 사용하신다. 이러한 사용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상대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대화의 주체로 세우는 예수님의 태도를 드러낸다.
한편 γύναι는 예수님 외에도 신약성경에서 몇 차례 더 등장한다. 베드로가 예수님과의 관계를 부인할 때(루카 22,57), 천사가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말할 때(요한 20,13), 그리고 바오로 사도가 부부 관계를 언급하며 사용할 때(1코린 7,16)이다. 다만 이러한 경우들은 각각의 문맥에 따라 뉘앙스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요한복음에서 이 호칭은 특히 신학적인 깊이를 지닌다. 한 연구에 따르면, γύναι는 단순히 혈연적 친밀함을 표현하는 말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낳는 ‘여인’, 곧 구원의 사건에 참여하는 존재를 가리킨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님의 어머니는 ‘여인’으로 불리며, 사랑하시는 제자와 함께 새로운 공동체의 증인으로 서게 된다. 따라서 요한복음에서의 γύναι는 단순한 호칭을 넘어 신학적 상징성을 지닌 표현으로 이해될 수 있다.(*참조. 김형동, 요한복음의 ‘여자’(γύναι)의 이해와 번역에 관한 소고, JBTR, 2022년, 136쪽)
오늘날 이 호칭을 그대로 옮기기는 쉽지 않지만, 굳이 대응하자면 “부인”, “여사님”, “숙녀”, “마담” 등과 같이 예의를 갖춘 표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번역어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존중과 거리, 그리고 품위와 인격적 인정의 태도이다.
호칭은 관계를 만든다. 말 한마디는 상대를 대상이 아닌 ‘인격’으로 세우기도 하고, 반대로 대상화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성경의 γύναι는 단순한 단어를 넘어, 타인을 어떻게 부르고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식구들의 아픔을 헤아리는 자상한 여인, 장바구니를 들고 삶을 꾸려가는 여인, 아이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건네는 여인, 기도로 하루를 버텨내는 여인, 슬픔 앞에서 조용히 눈물짓는 여인, 말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여인 … 이들은 모두 오늘을 살아가는 ‘귀나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 할 존중의 이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