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송의 변천사

가톨릭교회의 신자라면 누구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세계 어디서나 암송하는 기도문이 있다. 바로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이다. 예수님께서 친히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는 교회의 역사 안에서 거의 원형 그대로이지만, 성모송(Ave Maria)은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약 1,500년에 걸쳐 성경의 거룩한 문구와 수도원의 깊은 기도 전통, 그리고 교회의 공식 전례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변형을 거쳐 오늘날의 기도문이 되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탐욕(πλεονεξία, 플레오넥시아)

예수님께서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루카 12,15) 말씀하신다. 신약성경의 언어인 그리스어로는 “Ὁρᾶτε καὶ φυλάσσεσθε ἀπὸ πάσης πλεονεξίας.(호라테 카이 풀라스세스테 아포 파세스 플레오넥시아스)”라고 적는다. 여기서 ‘탐욕’으로 번역된 πλεονεξίας라는 말의 기본형인 ‘플레오넥시아(πλεονεξία)’는 단지 무엇인가를 갖고 싶어 하는 단순한 욕구를 넘어, 이미 가진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이 차지하려는 욕망을 뜻한다. 이러한 욕망은 타인의 몫까지 침범하면서 자신의 소유를 늘리려는 태도로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 연중 제29주일이지만 우리 교회에서는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를 지내므로 레오 14세 교황님의 담화로 강해를 대신한다.(*교황님의 담화문은 CBCK의 공식 번역문을 인용하였다) 우리나라와 달리 연중 제29주일 ‘가’해의 전례력을 따르는 이들은 해당 링크와 연중 제29주일 ‘가’해(마태 22,15-21) 2023 링크를 볼 수 있으며, 전교주일의 복음인 마태 28,16-20을 위해서는 주님 승천 대축일 ‘가’해 링크를 참조할 수 있다. ———————— 레오

연중 제29주일 ‘가’해(마태 22,15-21)

오늘 말씀의 전례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온 세상의 유일한 주권자이신 하느님과 그분께 속한 인간의 도리’라고 할 수 있다. 제1독서(이사 45,1.4-6)에는 이방 민족의 왕인 키루스를 선택하여 도구로 쓰시는 하느님의 모습이 등장한다. 키루스는 하느님을 알지 못했던 이방이었으나,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을 구원하시기 위해 그에게 권력을 주셨다. 이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나 말고는 다른 신이 없다”라고 선포하시며, 세상의 정치 권력과

요나 예언자의 표징

성경은 이스라엘의 예언자 요나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이스라엘의 적국이었던 아시리아 제국의 수도 니네베로 가서 회개를 선포하도록 명령받았다고 전한다. 그러나 요나는 그 부르심을 거부하고 달아나다가 큰 물고기에게 삼켜져 그 뱃속에서 사흘 밤낮을 보내게 된다. 마침내 다시 부르심을 받은 요나는 니네베로 가서 하느님의 심판을 선포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의 선포를 들은 니네베 사람들은 임금에서 백성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느님을

연중 제28주일 ‘가’해(마태 22,1-14)

앞선 두 주일의 복음인 두 아들의 비유,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에 이어, 오늘은 ‘혼인 잔치의 비유’를 듣는다. 모두 ‘하느님의 나라“에 관한 비유들이다. 오늘 전례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영원한 잔치(구원)에 초대받은 우리의 기쁨과 그 초대에 어울리는 우리 삶의 응답(혼인 예복)”이다. 제1독서(이사 25,6-10ㄱ)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시온 산에서 모든 민족을 위해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신애론(2-15)

제15장 거룩한 망덕을 통하여 받게 되는 하느님의 사랑의 위대한 감정에 대하여 마치, 한낮의 태양 광신이 내리쪼일 때 우리는 그 광도(光度)를 거의 볼 수 없고 더위만을 느끼게 되듯이, 이처럼 신앙의 광채는 우리의 이성 안에서 신앙의 진리가 지닌 그 찬연함을 펼치자마자 즉시 우리의 의지는 천상적 사랑의 거룩한 뜨거움을 느끼게 된다. 신앙은 속일 수 없는 확실성을 통하여 우리로

너의 거처로 돌아가라!

보다 조용한 마음을 간직하기 위한 사막 교부들의 세 가지 원칙 현대 사회는 누군가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주의력을 유도하기 위해 투자하는 사회다. 현대 사회는 주의력이 하나의 자산과 자본이 되는 가히 ‘주의력 경제(attention economy)’의 시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의를 끌기 위해 요동하는 사회는 나를 잠시도 가만히 두지 않으며 요란하고 현란하다. 15세기나 앞서, 이집트의 사막에 살았던 수도자들 역시

성녀 소화 데레사

※ 1960년생 미국 예수회의 제임스 마틴(James Martin, S.J.) 신부가 쓴 성녀 소개글을 옮겨 수록한다. 제임스 마틴 신부는 미국 예수회가 발행하는 저명한 가톨릭 주간지 《아메리카(America)》의 편집장(Editor at Large)으로 오래 활동해 오고 있다. 그는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언론에 칼럼을 기증하고, CNN, NPR, 콜베어 리포트(The Colbert Report) 등 대중 방송에 자주 출연하며 가톨릭 신앙을 현대적이고

연중 제27주일 ‘가’해(마태 21,33-43)

지난주부터 다음 주까지 이어지는 하느님 나라와 그 나라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응답에 관한 세 비유(① 두 아들의 비유: 마태 21,28-32) ②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 마태 21,33-43 ③ 혼인 잔치의 비유: 마태 22,1-14) 중 오늘은 그 두 번째이다. 오늘 전례의 말씀들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사랑과 신뢰에 응답하여 마땅한 ‘열매’를 맺는 삶”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