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관계와 디지털 매체의 위험성

현대 사회는 다양한 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가히 ‘초(超)연결 사회’로 진입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기술적 연결은 실제적인 대면 관계의 축소와 단절을 가져왔다. 사람들은 피상적인 온라인 연결이 낳은 정서적 고립감 속에서 우울감에 빠지기 일쑤며, 이를 극복하고자 더 많은 가상 연결을 추구하다 좌절하는 악순환을 거듭한 끝에 중독으로 치닫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개인의 고립은 알고리즘의 덫과 불순한 의도를 지닌 이들의 표적이 되어 심각한 사회적 분열을 야기한다. 나아가 디지털 공간 안에서 관계와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술을 가진 자들의 유희를 위해 가지지 못한 이들이 더욱 소외당하는 비극을 낳고 있다.
다음은 이러한 현대 사회의 위기를 통찰하고 경고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 중 일부다. 이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늘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역설적으로 깊은 외로움을 느끼는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교황 프란치스코,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 2020년, 제43·47·50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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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매체는 진정한 대인 관계의 발전을 차단하면서 사람들을 중독과 고립의 위험, 그리고 구체적 현실과의 접촉을 점차 잃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몸짓, 얼굴 표정, 침묵, 몸짓 언어가 필요하며, 심지어 체취, 손의 떨림, 홍조, 땀도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이 말이 되고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우정, 안정된 상호성, 시간을 두고 무르익는 공감대를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디지털 관계는 겉보기에는 사회성을 띠기는 합니다. 그러나 디지털 관계는 정작 ‘우리’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대개 본모습을 감추고 외국인 혐오와 약자에 대한 멸시로 표현되는 개인주의를 확대시킵니다. 디지털을 통한 연결은 다리를 놓기에 부족하며, 인류를 일치시킬 수도 없습니다.(43)
참다운 지혜는 현실과의 만남을 전제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것이 조작되고 위장되며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는 현실의 한계와 직접적 만남이 허용될 수 없게 만듭니다. 그 결과 ‘선택’의 메커니즘이 실행되고 내 마음에 드는 것과 들지 않는 것, 끌리는 것과 불쾌한 것을 곧바로 분리하는 습관이 만들어집니다. 동일한 논리로 세상을 함께 살아갈 사람들이 선택됩니다. 이처럼 우리 감성을 해치거나 불쾌감을 자아내는 사람들이나 상황은 오늘날 가상 관계망에서 간단히 제거됩니다. 그런 다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를 고립시키는 가상의 집단을 만드는 것입니다.(47)
우리는 이야기 나눔이나 온화한 대화 또는 열정적 토론 안에서 함께 진리를 탐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인내가 필요합니다. 침묵과 고통의 순간도 수반됩니다. 그러나 개인과 민족들의 폭넓은 경험들을 끈기 있게 모아들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밀어닥치는 정보의 홍수는 더 큰 지혜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지혜는 재빠른 인터넷 검색에서 태어나는 것도 사실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많은 자료도 아닙니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진리와의 만남을 통한 성숙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대화는 결국 최신 자료를 중심으로 겉돌며 그저 수평적이고 쌓이기만 합니다. 우리는 삶의 중심에 대하여 지속적이고 통찰력 있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존재를 의미 있게 해주는 본질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자유는 우리에게 판매되는 환상, 화면 앞에서 검색하는 능력과 혼동되는 환상이 됩니다. 형제애를 건설하는 과정은 지역적이든 보편적이든 참된 만남을 향한 자유롭고도 열린 정신으로만 나아갑니다.(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