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0주일 ‘가’해(마태 15,21-28)

오늘 말씀의 전례는 한 가지 분명한 진리를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곧, 하느님께서는 유다인이든 이방인이든, 선인이든 악인이든 당신께 나아오는 이라면 모든 이에게 구원을 베푸신다는 사실이다.

4복음서에는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하시며 예수님께서 특별히 믿음을 칭찬하신 장면들이 등장한다. 카파르나움의 백인대장(마태 8,10), 죄 많은 여인(루카 7,50), 하혈병을 앓던 여인(마태 9,22), 그리고 오늘 복음의 가나안 여인(마태 15,28) 등이다. 이들 중에는 유다인이라 할지라도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배제되고 소외되어 있던 이들, 선택된 민족이라 자부하며 자기들에게만 구원이 있다고 여긴 이스라엘이 아니라 이방인들도 있었다. 하느님의 구원은 민족이나 혈통, 전통이나 정통성을 가리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 안에서 주어진다.

1독서(이사 56,1.6-7)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주님을 사랑하고 섬기는 이방인들까지도 하느님께서 당신의 집으로 이끄실 것이며, 그 집은 “모든 민족을 위한 기도의 집”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다.

2독서(로마 11,13-15.29-32)에서 바오로 사도는 자신을 이민족들의 사도라고 칭하며 유다인이 아닌 다른 민족 출신을 상대로 역시 같은 진리를 강조한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을 불순종 안에 가두신 것은 결국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시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복음(마태 15,21-28)에서 이방인인 가나안 여인이 딸을 살려달라고 간절히 외친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침묵하신다. 심지어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만 파견되었다”고 말씀하시며 여인을 밀어내시는 듯하다. 그러나 여인은 물러서지 않고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라고 매달린다. 이 과정을 통해 예수님께서 여인의 믿음을 드러내시고 완성해가시는 모습을 보게 된다. 결국 예수님께서는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하신다. 예수님의 칭찬을 얻은 여인의 믿음은 포기하지 않는 믿음, 거절처럼 여겨지는 상황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믿음, 주님의 자비를 끝까지 신뢰하는 깊고도 지혜로운 믿음이다. 예수님은 과연 누구에게나 열린 구원의 복음이시다. 우리 역시 누구에게나 열린 복음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가나안 여인의 간청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환영, 그리고 우정을 찾는 모든 이들의 부르짖음입니다. 이 세상 도시 안에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외침이고, 여러분 또래의 수많은 젊은이가 외치는 절규이며, 오늘날에도 예수님의 이름 때문에 죽음과 박해의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순교자의 기도입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이것은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흔히 터져 나오는 절규입니다.(교황 프란치스코, 2014년 8월 17일 한국 방문 중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에서)』

모든 이에게 열린 복음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이방인 여인의 믿음은 “강아지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는 ‘(하느님) 집 안의 강아지’라는 이미지를 통해서, 사상의 경계나 고정된 틀의 장벽들을 허물고 구원의 실제 가능성과 현실을 인간 모두에게 제시한다. 이 복음은 어떤 면에서 예수님도 변화되시게 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인간 ‘만남의 기적’을 말해 주는 내용이기도 하다. 예수님과 만난 이 이방인 여인을 두고 『신심 깊은 한 이방인 여인을 통하여 국경과 민족을 초월하는 예수님 사명의 보편성이 드러났다.(엘리앙 쿠빌리에Élian Cuvillier, 1960년~)』 한다.

그 누구도 배척하지 않으시고 모든 이를 당신 아드님께로 이끄시는 믿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 저희를 도우시어 저희의 믿음이 언제나 모든 이에게 열려있고, 모든 이에게로 흘러가게 하소서. 아멘!

***

– 복음에서 가장 나의 눈길을 끌고 마음을 기쁘게 한 내용은 무엇인가?

– 본문에는 부인, 딸, 제자들, 군중, 그리고 예수님이라는 배역이 등장한다. 나는 누구 쪽에 가장 가까운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예수님께서는 침묵하시거나 여인을 내치듯 말씀하셨지만, 결국 그녀의 청을 들어주시고 칭찬하기까지 하신다. 예수님의 이러한 응답 방식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예수님의 의도는 무엇인가?

– 강아지들과 부스러기에 관한 부인의 대답에서 무엇을 느꼈는가?

마태 15,21-28(연중 제20주일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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