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Andy Warhol, Marilyn Diptych, 1962, 실크 스크린, 2054 x 1448 x 20 mm, 런던

팝 아트(Pop Art)는 대중문화의 이미지와 사물을 예술 안으로 끌어들여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현대 소비사회의 감수성을 작품으로 드러낸 미술 경향이다. 20세기 현대미술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예술 가운데 하나이며, 그 중심에는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이 있다.

워홀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1960년대 미국 사회의 풍요와 소비문화, 그리고 대중매체가 만들어 낸 새로운 우상을 그려냈다. 영화와 텔레비전은 명성과 부를 약속하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냈고, 워홀은 실크스크린이라는 기법을 통해 그 이미지를 끝없이 복제하였다. 그는 반복 가능한 이미지를 통해 예술과 상품의 경계를 허물었고, 그 전략은 무엇보다 그가 선택한 대상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의 일기를 읽어보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한 인간이 그 모든 것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매력적으로 여기는 것은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며, 가까이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솔직해진다면 자신을 견디기 힘든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적었다. 화려한 명성 뒤에는 자기 자신을 향한 냉정한 시선이 숨어 있었다.

워홀이 선택한 대표적인 ‘아이콘’ 가운데 하나가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1926–1962)이다. 오늘날에도 티셔츠와 포스터, 가방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녀의 얼굴은 현대 소비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끝없이 반복되는 그녀의 얼굴은 마치 수십 대의 텔레비전 화면처럼 우리 앞에 증식하며, 반복될수록 하나의 인간이라기보다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 간다.

그러나 1962년에 제작된 『마릴린 디프티크(Marilyn Diptych)』 는 그 화려한 이미지의 이면을 보여준다. 왼쪽 화면에는 강렬한 색채 속에서 환하게 웃는 마릴린이 반복되지만, 오른쪽 화면에서는 같은 얼굴이 흑백으로 점차 희미해지고 마침내 사라져 간다. 세상을 매혹했던 스타의 얼굴은 결국 죽음과 망각 앞에서 서서히 지워진다. 이 작품은 마릴린 먼로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작되었으며, 삶과 죽음, 명성과 허무가 하나의 화면 안에서 교차한다.

이 무렵 워홀은 신문에 실린 비행기 사고와 자동차 충돌, 자살, 전기의자와 같은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차용한 『죽음과 재앙(Death and Disaster)』 연작을 본격적으로 전개하였다. 그는 반복되는 이미지가 오히려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는 현대 미디어의 역설을 예술로 드러냈다.

그리고 후기에는 1976년의 『해골(Skulls)』 연작을 통해 죽음에 대한 오랜 성찰을 다시 응축하였다. 화려한 소비문화와 유명인의 얼굴을 그리던 그의 예술은 결국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질문, 곧 죽음과 덧없음 앞에 이른다.

워홀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단순한 대중문화의 초상이 아니다. 그는 반복되는 이미지가 인간을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보여주었고, 명성이 어떻게 한 사람을 하나의 상품으로 바꾸는지를 드러냈다. 그의 마릴린은 아름다운 여배우의 초상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숭배하는 우상이 결국 시간과 죽음 앞에서 얼마나 덧없는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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