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8월 22일)

전례적·역사적 배경: 비오 12세 교황은 1954년 회칙 «하늘의 모후께(Ad Caeli Reginam)»를 발표하고 1955년에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을 제정하면서 날짜를 5월 31일로 정하였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전례 개혁을 거치며 이 축일은 성모 승천 대축일의 팔일 축제일인 8월 22일로 자리를 옮겼다.

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의 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이 고백하듯, 동정 마리아의 왕권과 그분이 누리시는 육신적 영광(성모 승천) 사이의 밀접한 신학적 연관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원죄의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시어 티 없이 깨끗하신 동정녀께서는 지상 생활의 여정을 마치시고 육신과 영혼이 하늘의 영광으로 올림을 받으시고, 주님께 천지의 모후로 들어 높여지시어, 임금들의 임금이시며(묵시 19,16 참조) 죄와 죽음에 대한 승리자이신 당신 아드님과 더욱 완전히 동화되셨다.”(«인류의 빛» 8장 59항)

‘주님의 어머니’께서 지니신 이 왕권적 칭호의 역사는 깊다. 이미 리옹(1900년), 프라이부르크(1902년), 아인시델른(1906년)에서 열린 마리아 대회에서 모후 축일 제정이 청원되었고, 1925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이 제정된 이후 이러한 열망은 더욱 높아졌다. 이어 1933년 로마에서 시작된 ‘마리아 왕권 추진 국제 운동(Movimento internazionale Pro regalitate Mariae)’은 전 세계 신자들의 청원을 모았고, 마침내 비오 12세 교황이 원죄 없이 태어나신 성모 마리아 교의 선포 100주년이 되던 1954년에 이 축일을 공식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성모님을 ‘모후(母后, 임금의 어머니, Queen Mother)’로 찬미하는 전례적·예술적 전통은 신약 성경의 전통과 교회의 역사를 관통한다. 4세기 고대 이콘에서는 ‘판토크라토르(Pantocrator, 전능하신 만유의 주님)’이신 그리스도 곁에 왕후로서 함께 계신 어머니 마리아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중세에 이르러 성모님은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여러 찬미가 – ‹살베 레지나(Salve Regina)›, ‹하늘의 여왕(Regina Caeli)›, ‹하늘의 모후여 기뻐하소서(Ave Regina Caelorum)› – 를 통해 ‘모후’로 고백되었으며, 이 칭호는 묵주기도 영광의 신비 5단과 로레토 호칭 기도에도 깊이 뿌리내렸다.

이 모후직의 참된 의미는 전례의 기도문 안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이탈리아 미사 경본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감사송’은 하느님께서 마리아에게 왕관을 씌워주신 이유를 ‘권력’이 아닌 ‘사랑과 봉사’에서 찾고 있다.

“… 아버지께서는 그리스도의 어머니에게 왕관을 씌워 주시어, 당신 자녀들에게 더욱더 큰 도움이 되어 당신의 자애와 사랑을 드러내게 하셨나이다. 저희는 오늘 성모님의 특별한 품위를 기뻐하며, 받은 선물에 즐거워하고, 모든 천상 시민들과 하나 되어 한목소리로 아버지께 찬미의 노래를 올리나이다.”

성모 마리아의 왕권은 세속적 지배가 아니라, 죄와 죽음을 이기신 당신 아드님 그리스도의 왕권에 참여하는 하느님의 은총이다. 모후이신 마리아께서는 당신 자녀들을 향한 끊임없는 자애와 도우심으로 오늘도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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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평화의 여왕

복되신 동정 마리아는 하늘 높이 영광스러운 올림을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이 고귀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도 그분의 놀라운 이름은 온 세상에 빛나고 그분의 지극히 뛰어난 명성은 곳곳에 퍼졌습니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천주의 모친 동정녀께서는 당신 아드님의 영광을 위해 마침내 자신도 하늘의 영광을 받을 수 있도록 먼저 지상에서 다스리셔야 마땅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거룩함과 위대함은 최고의 완성에 이르러 하늘에 들어가시기 전에 점차로 자라나 성령의 힘으로 덕행에서 덕행으로, 광채에서 광채로 거쳐 나가셔야 마땅했습니다.

따라서 동정녀께서는 아직 육신으로 계실 때 어떤 때는 극단의 승화를 통하여 하느님에게까지 올라가심으로 또 어떤 때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사랑을 통하여 이웃에게까지 봉사하심으로 후세 하늘 나라의 첫 열매들을 미리 맛보셨습니다. 그래서 천사들은 그분을 자주 찾아 주고 사람들도 그분을 섬겨 드렸습니다. 천사들을 대신하여 가브리엘이 그분을 찾아 주고, 사도들을 대신하여 동정인 성 요한은 주께서 자신에게 맡기신 동정 모친을 기꺼이 섬겼습니다. 천사들은 자신의 여왕을 보고 기뻐하고 사도들은 자신의 어머니를 보고 기뻐하여 천사와 사도들은 모두 신심에 찬 경건한 애정으로 그분을 섬겼습니다.

성모님은 덕행으로 지은 지극히 고귀한 왕궁에 거하시면서 하느님 은총으로 충만하시어 그 넘치는 은총을 목말라 하는 모든 믿는 백성들에게 풍부히 부어 주셨습니다. 육신에 건강을 주시고 영혼을 치유하시며 육신도 영혼도 죽음에서 구하실 능력을 지니고 계셨습니다. 성모님께로부터 천상 신비의 빛을 받지 못하고 질병과 슬픔을 지닌 채 되돌아 온 사람이 있습니까? 또는 천주의 모친이신 마리아께 필요한 것을 간청하여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되돌아온 사람이 있습니까?

성모님은 우아하시고 지극히 아름다우시며 온갖 영적 보화를 지니신 신부이시요 유일한 정배의 어머니이십니다. 비옥한 정원의 샘이시고 거룩한 레바논에서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살아 있고 생명을 주는 물이시며 시온산에서 주위에 있는 모든 이방인들까지 평화와 은총의 강물을 흘러내리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동정녀 중의 동정녀이신 마리아께서 천사와 대천사들이 환호하고 천상 무리가 소리 높여 부르짖는 노래 가운데 하느님과 왕 중의 왕이신 당신 아드님의 힘으로 승천하실 때 시편 작가의 다음 예언이 성취되었습니다. “왕비는 오피르의 황금으로 단장하고 당신 오른쪽에 서 있습니다.”(시편 45,10) (성무일도 독서 기도 제2독서- 로잔느의 성 아메데우스 주교의 강론에서, Hom. 7: SCh 72,188. 190. 192.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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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후이신 성모님을 암시하는 성경의 대표적 구절들과 배경

마리아의 모후직(Queen Mother)은 “새로운 다윗”이자 하늘과 땅의 임금이신 당신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와 직결되어 있다.

마리아가 ‘모후’라 불리는 이유는 다윗 왕국 시절까지 올라가는 고대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신학자 콜린 B. 도노반(Colin B. Donovan)에 따르면, “구약시대 다윗 왕국의 왕비는 히브리 말로 ‘왕의 어머니(게비라, גְּבִירָה, Gebirah)’였다. 당시 왕들은 정치적 이유나 인간적 약점으로 인해 많은 아내를 두었기에, 그들 중 누구도 왕비라는 칭호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 영예는 왕의 어머니에게 돌아갔으며, 그녀의 힘과 권위는 왕과 결혼한 수많은 ‘왕비들’을 한참 앞질렀다. 솔로몬 왕에 대한 밧 세바의 역할(참조. 1열왕 1-2장)이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후계자들을 대신해 왕의 어머니가 수렴청정을 했던 사례들에서 이러한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구약성경에는 왕의 어머니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열왕기 하권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유다 임금 여호야킨은 자기 어머니와 신하들, 대신들과 내시들과 함께 바빌론 임금에게 항복하였다. 그리하여 바빌론 임금은 그의 통치 제팔년에 여호야킨을 사로잡았다.”(2열왕기 24,12)

다윗 왕국의 왕의 어머니는 백성들의 청원을 들어주고, 이를 왕이 참작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중재자 역할을 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 역시 다윗 왕국의 전통 안에서 ‘모후(Queen Mother)’가 되신다.

나아가 마리아는 요한 묵시록에 등장하는 “모후”이자 “여인”으로 해석된다.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 여인은 아기를 배고 있었는데, 해산의 진통과 괴로움으로 울부짖고 있었습니다.”(묵시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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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하신 모후

성모님은 다윗 왕가에서 태어나신 것이 사실이지만, 조상들의 부나 영화는 조금도 물려받지 못하셨습니다. 성모님은 시골 마을의 한적함 속에서, 그리고 그보다 더 소박한 집에서 무명의 삶을 보내셨습니다. 그러나 은둔의 삶과 가난한 집안 환경은 성모님의 마음을 한층 더 만족스럽게 해 주었으니, 덕분에 마음을 하느님께 들어 올리고 마음 깊이 갈망하던 최고의 선이신 그분께 더욱 긴밀히 밀착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셨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하늘의 전령으로부터 성령의 능력으로 인성을 입으시고 세상이 기다리던 구세주를 출산하실 동정녀로 지목받으셨습니다. 이 숭고한 품위에 놀라워하고 하느님의 권능과 자비에 감사드리면 감사드릴수록, 성모님은 스스로에게 아무런 공로가 없음을 자각하시며 겸손 안에서 더욱 자라나셨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시는 그 순간에도 스스로를 하느님의 여종이라 선언하시고 봉헌하셨습니다.

성모님의 거룩한 응답은 기쁜 마음으로 지켜졌습니다. 그때부터 성모님은 아드님이신 예수님과 영원한 일치를 이루는 삶을 살아가시며 그분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셨습니다. 그렇게 성모님은 인간이든 천사이든 그 어떤 피조물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영광의 높이에 도달하게 되셨습니다. 그 누구도 성모님의 덕행에 비견될 만한 상급을 받지는 못할 것입니다. 성모님은 결코 패배를 모르는 순교자들의 모후가 되실 것이기에, 하늘과 땅의 왕국의 관이 성모님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성모님은 평생에 걸쳐 충실하게, 특히 칼바리아에서 가장 충실하게 아드님과 함께 고통으로 넘쳐나는 잔을 마셨으므로, 하느님의 천상 도성에서 아드님 곁에 앉으시어 영원한 관을 쓰시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성모님 안에서 참으로 선하시고 섭리하시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어떻게 모든 덕의 가장 적합한 모범을 세워주셨는지 보게 됩니다. 성모님을 바라보고 묵상할 때, 우리는 하느님 권능의 압도적인 찬란함에 사로잡혀 절대 낙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성모님과 공유하는 인간성이라는 공통의 친밀함에 이끌려, 더욱 큰 신뢰를 가지고 성모님을 닮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성모님의 강력한 도우심에 힘입어 우리 자신을 이 노력에 온전히 바친다면, 우리 역시 성모님이 지니셨던 위대한 덕과 거룩함의 윤곽이나마 그려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성모님께서 놀라울 정도로 간직하셨던 ‘하느님의 모든 계획과 우리 삶의 완벽한 일치’를 재현해 내며, 성모님을 따라 하늘나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교황 레오 13세, 1810~19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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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umble Queen

She was born, it is true, of the royal family of David, but she fell heir to none of the wealth and grandeur of her ancestors. She passed her life in obscurity, in a humble town, in a home humbler still, the more content with her retirement and the poverty of her home because they left her freer to lift up her heart to God and to cling to him closely as the supreme Goodness for which her heart yearned….

She is designated by the heavenly messenger sent to her as the Virgin from whom, by the power of the Holy Ghost, the expected Savior of nations is to come forth clothed in our humanity. The more she wonders at the sublime dignity and gives thanks to the power and mercy of God, the more does she, conscious of no merit in herself, grow in humility, promptly proclaiming and consecrating herself the handmaid of God even while she becomes his Mother.

Her sacred promise was kept with a joyous heart; henceforth she leads a life in perpetual union with her son Jesus, sharing with him his joys and sorrows. It is thus that she will reach a height of glory granted to no other creature, whether human or angelic, because no one will receive a reward for virtue to be compared with hers; it is thus that the crown of the kingdoms of heaven and of earth will await her because she will be the invincible Queen of Martyrs. It is thus that she will be seated in the heavenly city of God by the side of her Son, crowned for all eternity, because she will drink with him the cup overflowing with sorrow, faithfully through all her life, most faithfully on Calvary.

In Mary we see how a truly good and provident God has established for us a most suitable example of every virtue. As we look upon her and think about her, we are not cast down as though stricken by the overpowering splendor of God’s power; but, on the contrary, attracted by the closeness of the common nature we share with her, we strive with greater confidence to imitate her. If we, with her powerful help, should dedicate ourselves wholly and entirely to this undertaking, we can portray at least an outline of such great virtue and sanctity, and reproducing that perfect conformity of our lives to all God’s designs which she possessed in so marvelous a degree, we shall follow her into heaven.

Pope Leo X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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