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극」 (서문) 인생의 온갖 일이란(人生百務)…

인생의 온갖 일이란 없애고 쌓는 두 가지 단서를 벗어나지 않는다. 무릇 닦는다는 것은, 묵은 것을 없애고 새것을 쌓음을 말한다. 성현이 온갖 실마리를 들어 훈계한 것은 모두 악을 없애고 덕을 쌓는 바탕이 된다. 무릇 악은 욕심을 틈타는데, 욕심은 본래부터 악한 것은 아니다. 이는 바로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내리셔서 이 몸을 보존하여 지키고 영혼과 정신을 보좌하게 한 공평한

※ 알립니다 ※

오늘부터 저의 홈페이지에 “고전읽기”라는 코너를 신설하였습니다. 꼭 읽어야만 할 책들이라고 생각하는 책을 부분적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첫 번째 책은 스페인 출신의 예수회 신부 판토하(D. Pantoja, 龐迪我, 1571~1618년)가 지은 1614년의 작품, <칠극대전七克大全>의 약칭略稱인 <칠극七克>입니다. 우리말 번역본은 1998년에 일조각을 통해 나온 박유리의 번역본과 2021년에 김영사를 통해 나온 정민(베르나르도)의 번역본이 있습니다. 그중 저는 정민의 <칠극七克>을 따라갑니다. 다행스럽게도 그 번역본에는

「칠극」 천국으로 가는 사다리

인간 공동의 질문 「칠극七克」은 인간이면 누구나 빠지기 쉬운 일곱 가지 죄악을 극복하는 방법을 논한 서양 윤리 수양서의 이름이다. 중국인에게 천주교의 가르침을 전파하려 한 목적에서, 1614년 스페인 선교사 판토하(Diego de Pantoja, 1571~1618년, 중국명 방적아龐迪我가 한문으로 펴냈다. 원어 제목은 De Septem Victoriis로, 일곱 가지 죄악과의 전투에서 끝내 승리를 얻는 데 긴요한 처방을 담았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재잘거릴 첩喋

‘첩喋’이라는 글자가 재미있다. ‘입 구口’가 붙어있음에서 짐작 가듯이 입으로 무엇인가를 재잘거리는 상황을 묘사한다. 때에 따라서는 ‘쪼아 먹을 잡’이라고도 한다. ‘입 구口’가 붙어 그런 뜻이 있는가보다 할 수 있지만 조금 더 새기기 위해서는 그 오른쪽에 붙어있는 ‘나뭇잎 엽枼’을 살펴보아야 한다. ‘뽕나무 상’이라고도 하는 ‘나뭇잎 엽枼’은 ‘枽’과 같은 글자인데 이 글자에는 ‘나무 목木’ 위에 ‘세상 세世’가 올라앉아

“무자비한 짐승男인 줄 알았는데” 쫙 빼입은 신사 등장, 모두 놀랐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앙리 마티스 편]

편집자 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 결국에는 가장

마태 16,21-27(연중 제22주일 ‘가’해)

오늘 복음은 지난주 복음에 바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지난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자신의 신원에 관해 물으시고 베드로가 하느님 아버지의 계시를 받아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 라고 대답한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의 가난한 어부 시몬을 반석이요 첫 번째 초석으로 삼아 당신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신다.(마태 16,18) 그다음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분부”(마태 16,20)

10가지 죄스러운 혀

*번역글(20200916, 몬시뇰 찰스 포프Charles Pope의 글) 그림은 구글에서 ‘Bite Your Tongue’라는 주제로 검색하여 얻었으며, 글의 기본 출처는http://blog.adw.org/2020/09/bite-your-tongue-a-reflection-on-common-sins-of-speech-2/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님(590~604년 재위)께서는 사목 지침의 서두 부분에서 『영적 지도자는 식별해야 할 때 침묵하고, 도움이 될 때 말한다』라고 말씀하신다. 쉽지 않은 일이다. 말을 자제할 수 있는 은총은 아주 귀하고 드물게 얻는 은총이고, 대개는 인생의 종반부에나 얻어진다. 우리가 흔히 짓는 죄들은 가십, 쓸데없는 잡담, 거짓말, 허풍, 공격적인 말, 아름답지 않은 말과 같이 말들과 관련이

성 아우구스티누스(354~430년) 주교 학자 기념일(8월 28일)

성인은 19세이던 373년부터 28세인 382년까지 방황의 시기를 지내다가 30세가 되던 384년에 성 암브로시오(340?년~397년)를 만나면서 회심의 길로 들어서고, 32세가 되던 386년에 밀라노의 한 정원에서 자신을 두고 말씀하시는 로마 13,13-14를 읽는다. 33세가 된 387년에 세례를 받았고, 비로소 지성의 회심에서 의지의 회심으로 나아가는 시기를 산다. 다음은 <고백록Confessiones, 성염 역, 경세원, 2016년>의 몇 대목이다. 괄호로 삽입되어 있는 내용은 성염

여덟 팔八(=깨트릴 팔捌)

‘여덟 팔八’은 참 오묘한 수數이다. ‘여덟 팔’은 양손을 앞으로 나란히 하여 엄지를 구부리고 볼 때 손가락 여덟 개가 보이는 모양처럼 어떤 사물이 양쪽으로 대칭되게 나뉜 것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그래서 ‘팔八’은 양쪽으로 나뉘거나 서로 구분해서 등지고 있는 상태를 표시해 ‘등지다’, ‘분별하다’라는 의미를 생성하며 ‘깨트릴 팔捌’과도 같은 글자가 된다. ‘팔八’을 거론하면서 맨 먼저 ‘오묘한’이라는 수식어가 생각난 것은

광대

이 세상을 한 판의 거대한 서커스장이라고 하자. 이 서커스장에는 스타들도 있고 광대들도 있다. 이 서커스 판에서 중심은 당연히 명연기로 박수갈채를 받아내는 스타들임이 틀림없다. 반면에 광대들은 무대의 중심에 있지는 않다. 그들은 스타들 사이에 막간을 통해 등장하고 실수와 떠듬거리는 말 짓, 몸짓으로 우리를 몇 번이고 웃게 만들어 준다. 그렇게 광대들은 스타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연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