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8,1-19,42(주님 수난 성금요일 ‘나’해)

오후 3시라고 알려지는 시각, 십자가의 시간에, 온 세상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키리오스’(κύριος, Kýrios), 곧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예수님의 생애를 기록한 복음서에서 상대적으로 너무 길다 싶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분을 오늘 우리는 제4복음서, 곧 예수님의 십자가 밑까지 따라갔던 제자요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라고 알려진 제자의 증언을 통해 듣는다. 이 증언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요한 13,1-15(주님 만찬 성 목요일 ‘나’해)

십자가에 못 박하시기 전날 밤 예수님께서 어떠셨을까를 되짚어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십니다. 당시 먼지가 자욱한 길거리를 다니다가 집에 돌아오면 식탁에 앉기 전이나 모임을 하기 전에 당연히 발을 씻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때 발을 씻어 주고 닦아주는 이는 노예였습니다. 노예가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겠다고 몸을 굽히셨을 때 제자들이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이 갑니다. 그러나

거룩한 사랑이 남들의 마음을 상해 주게 되는 몇 가지 경우에 대하여

사랑 깊은 마음을 더욱 깊이 상처 내는 것은, 이 마음 때문에 상처받은 다른 마음을 보는 일이다. 펠리칸pelican은 둥지를 땅속에 만든다. 그래서 가끔 뱀이 새끼를 물기도 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펠리칸은 능숙한 자연의 의사처럼 주둥이 끝으로 불쌍한 새끼의 온몸을 상처 내서 독을 나오게 하도록 온몸의 피를 흘리게 한다. 이렇게 해서 그 애처로운 새끼 펠리칸들을 죽게 한다.(펠리간의

돈 보스코의 연례 강화講話 · ‘정원지기처럼’

1876년 9월 18일 피정을 마치면서 돈 보스코는 ‘인내와 희망, 그리고 순명’이라는 주제로 살레시오 회원들에게 영적 강화를 남긴다. 여기서 그는 당신을 따르는 살레시오 회원들에게 당신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왔던 삶의 요약처럼 인내와 희망을 이야기하며 이를 위해 하나의 비유를 설파한다: 『무엇보다도 여러분에게 인내, 대단한 인내를 당부합니다.…인내와는 나뉠 수 없는 동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어떤 교사나 아씨스텐테(도우미, 동반자)가 이쪽 뺨을

가능태와 현실태

인류의 역사 안에서 우주의 원리들과 인간의 삶에 관한 개념들이 인간의 언어를 빌려 철학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했을 무렵, 동양에 공자님(孔子, 기원전 551~기원전 479년)이 계셨다면, 서양에는 아리스토텔레스(Ἀριστοτέλης, Aristotle, 기원전 384~322년)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형이상학이라는 내용을 정리하면서 존재하는 것들이 가능태(可能態, potentia, potentiality)와 현실태(現實態, actus, actuality)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그로부터 한참 세월이 흐른 뒤, 모든 개념을 그리스도교적으로 재정리하려고 했던 토마스 아퀴나스(Tommaso

돈 보스코와 성 요셉

– 시대적 배경: 요셉 성인에 관한 신심을 대중화한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 보편 교회의 수호자로 성 요셉을 모시면서 성 요셉 성월과 3월 19일로 대축일을 제정(1870년)하기까지 한 .돈 보스코 시대의 비오 9세 교황 / 돈 보스코가 서품을 갓 받았던 1840년대부터 시대적 이슈가 되었던 성 요셉 신심(*그림 – ‘요셉의 꿈’, 지거 쾨더. 독일 바트 우어작허 제대화, 제공-박유미,

교황님이 치매에?

2024년 3월 11일자 경향 신문은 <교황 “우크라, 백기 들고 항복할 용기 필요” 발언에 거센 역풍>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냈으며, 다른 매체들도 앞다투어 비슷한 기사를 실었다. 스위스 공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교황님의 발언을 전달한 기사이다.(*사진과 기사 출처. https://m.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403112136025#c2b) 얼핏 듣기에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항복해야 한다고 권유하는 것처럼 들린다. 우크라이나는 기사에서도 보듯이 즉각

컴퓨터를 넘어 – AI 시대의 인간

* 교황님의 담화와 유용한 번역글 한 편을 싣는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58차 홍보 주일 담화(2024년 5월 12일 *번역문 인용 출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인공 지능과 마음의 지혜: 온전한 인간 커뮤니케이션을 향하여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인공 지능 체계의 발전은, 제가 올해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도 성찰한 주제로서,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세계에 그리고 이를 통하여 사회생활의 일정 부분의 토대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막 막幕-성상聖像을 가리는 관습

‘장막 막幕’이라는 글자는 ‘없을 막莫’ + ‘수건 건巾’으로서 수건이나 천, 헝겊과 같은 것으로 어떤 것을 가리거나 덮어 보이지 않게 하고 없는 듯이 하는 상태를 뜻한다. ‘수건 건巾’은 얼핏 보기에 깃대에 걸린 천 쪼가리의 형상이니 금방 그 글자 생김새의 유래가 짐작이 가지만, 그 ‘수건 건巾’ 위에 올라앉은 ‘없을 막/저물 모/ 덮을 묘莫’는 조금 따져봐야 한다. 이

고백록(13)

3585. 하늘도 땅도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도 어디서나 당신을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변명할 수 없게(로마 1,20 참조) 그것들은 모든 사람에게 이 말을 그치지 않고 건넵니다.…제가 당신을 사랑할 때 제가 사랑하는 것은 과연 무엇입니까? 몸의 자태도 아니고 때의 아름다움도 아닙니다. 눈에 즐거운 빛의 찬란함도 아니고 온갖 노래의 달콤한 가락도 아니고 꽃과 향유와 향기의 입맞춤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