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1,29-39(연중 제5주일 ‘나’해)

지난주 우리는 이른바 ‘카파르나움에서의 하루’(마르 1,21-34)라고 알려지는 대목의 전반부에서 예수님의 일과에 관해 듣기 시작했다. 예수님께서는 대중들에게 하느님의 나라에 관한 말씀을 선포하셨고, 그에 관한 표징을 일으키시어 사람들이 놀랐으며, 예수님의 소문은 갈릴래아 지역에 두루 퍼져나갔다. 오늘 복음은 그러한 말씀과 표징들의 연장이며, ‘카파르나움에서의 하루’ 중 후반부에 해당한다. 1.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다가가시어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예수님과 첫 번째로

돈 로렌쪼 밀라니(1923~1967년)

작은 이들과 복음에 대한 사랑에 극단적으로 순명하고자 반항적인 사제의 삶을 살았던 로렌쪼 밀라니라는 분이 있다. 마리오 란치시Mario Lancisi라는 작가가 “불순명의 예언자 돈 밀라니의 삶Don Milani. Vita di un profeta disobbediente”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한 제목으로 TS Edizione라는 출판사를 통해 로렌쪼 밀라니 신부의 전기傳記를 펴냈다. (※로렌쪼 밀라니 신부님에 관한 우리말 책으로 “가난한 아이들의 신부님, 파브리치오 실레이

끊을 절切/絕=絶

무엇인가를 끊는다는 뜻으로 글자를 찾으면 맨 먼저 연상되는 것이 ‘칼 도刀’가 들어가 있는 ‘끊을 절切’이다. 소리에 해당하는 ‘일곱 칠七’과 뜻에 해당하는 ‘칼 도刀’가 합쳐져 이루어졌다는 ‘끊을 절切’은 ‘일곱 칠七’ 역시 내려치는 칼질의 모양새이므로 칼날과 같은 것으로 무엇을 베어내고 잘라내어 동강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글자는 또한 ‘온통/모두 체切’라고도 새겨서 ‘일체一切’와 ‘일절一切’이 어떤 경우에 쓰이는가 하고

성녀 안젤라 메리치(1월 27일)

단순하게 ‘안젤라Angela’라는 이름으로 세례명을 삼은 여성들은 그 이름의 뜻이 ‘천사angel’이어서 그렇게 한 경우가 많지만, 그중에서 1월 27일을 축일로 삼는 이들은 성녀 안젤라 메리치St. Angela Merici(1474~1540년)에서 그 세례명을 따왔다. 성녀는 이탈리아 북부의 가르다Garda 호수 남쪽 데센자노Desenzano 출생이다. 교회를 공격하는 개신교가 범람하던 시대적 분위기 안에서 성 프란치스코의 작은 형제회 재속회 회원으로서 동정을 지키며 경건하게 살다가 밀라노와 베로나

사도 바오로의 회심(1월 25일)

외로운 고독인으로서 유명한 쇠렌 키엘케고올Søren Aabye Kierkegaard(1813~1855년)은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에게 너무 강하다.”라면서 탄식한다. 그는 자신의 사고가 너무 거칠게 통제되지 않은 채로 나아가며 제멋대로이고 지나치게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나를 닫고 폐쇄된 상태에서 함께 짐을 짊어질 누군가가 없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을 푸는 열쇠는 타인과의 자유로운 상호작용으로부터 얻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사도 바오로도

교황 프란치스코 2024년을 “기도의 해”로 선포

2024년 1월 21일 주일 삼종 기도 훈화 말미에 교황 프란치스코는 ‘거룩한 문’을 열어 2025년 희년을 시작하기에 앞서 개인과 교회, 그리고 세상의 삶을 위하여 기도의 위대한 가치와 절대적 필요성을 재발견하는 데 전념하도록 기도를 강화하는 “기도의 해”를 시작한다고 알렸다. “그리스도를 배우며”라는 기도로 잘 알려진 성 존 헨리 뉴만St. John Henry Newman(1801~1890년, 2019년 시성諡聖) 추기경의 기도문을 소개한다. 그리스도를

마르 1,21ㄴ-28(연중 제4주일 ‘나’해)

지난주 복음에서 네 제자의 부르심(마르 1,16-20)을 전한 마르코 복음사가는 이제 예수님께서 더는 혼자가 아니시라고 강조한다. 바야흐로 예언자이자 교사였던 세례자 요한이 체포된 후에 그의 제자라고 추정되는 예수라는 라삐 한 분이 사해 해안을 따라 갈릴래아로 오셨는데, 그 라삐 예수님을 따르는 작은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이 작은 공동체는 점점 커질 것이고 예수님을 중심으로 그분 삶에 끝까지 동행할 것이었다. 복음사가

악마의 다른 이름

복음에서 말하는 “악마(Satan, devil)”의 다른 이름은 “고발자(the accuser)”, 혹은 “흩어 버리는 자(the scatterer)”이다.(Robert Barron 주교, 1959년~) 예수님을 적대시하고 결국 십자가에 못 박았던 악의 무리가 끊임없이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고”(마태 12,10 마르 3,2 루카 6,7) 하였으며 심지어 자기들의 악을 감추고자 예수님을 “베엘제불”이라 하거나 “마귀 우두머리”라고 덮어씌우기까지(마르 3,22) 했기 때문이고, 이를 염려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양

“모든 것이 사랑에 속합니다(Totum Amoris Est)”

(* 1월 24일에 축일을 지내고, 살레시오회의 명칭이 되었으며 주보 성인이 되신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은 오늘날 이탈리아 북부와 프랑스, 스위스의 영토 일부를 관장하던 사보이아Savoia 공국에서 1567년 출생하였고, 1622년 12월 28일 선종하셨다. 다음 글은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 성인의 선종 400주년을 기리고자 2022년 12월 28일 발표하신 교황 교서이다. 글은 CBCK <교황문헌>에서 옮겨왔다) “모든 것이 사랑에 속합니다”(Totum amoris

성녀 아녜스(1월 21일)

여성들의 세례명에서 아녜스만큼 많이 사랑받는 이름이 또 있을까 싶다. 로마에서 공부하던 중 학교로 가던 버스를 타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비아 노멘타나via Nomentana라는 넓은 길이 있었는데, 성녀가 안장된 성당은 바로 그 길 선상에 있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통상 291~304년에 살았다고 알려지며, 13세의 어린 소녀로 천주교를 박해하던 로마 제국 시절 천주교 신자로서 성녀 루치아, 체칠리아, 아가타와 함께 4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