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과 관련한 신화, 그리고 예방

지난주 사랑하는 이가 자기 삶을 포기할지도 모른다며 그에게 슬기롭게 접근해줄 수 있느냐는 걱정 어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우리는 불행하고 불명예스럽게도 OECD 회원국(38개국) 중 ‘자살률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별히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매우 높은 국가이고, 통계청의 공식 자료에 따라서 2022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만 2,906명으로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5.2명이며 39분마다 1명씩 스스로

고통의 신비 앞에서

*교황 프란치스코께서 교황 즉위 2년여를 넘겨 가던 2015년 5월 29일 저녁나절에 당신의 숙소인 ‘마르타의 집’ 경당에서 심각한 병에 걸려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만난 적이 있다. 아래는 그때 함께 나누셨던 교황님의 말씀 영어본과 그 번역문이다. 솔직하고 소박한 그의 말씀을 통해 우리는 인생사와 세상사에서 다가오는 ‘고통의 신비’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엿보게 된다. 이는

마더 테레사의 마지막 편지

수녀님의 마지막 편지로 알려지는 내용은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를 통하여 예수님께 자신을 내어 맡겨 전적인 신뢰를 드러내는 마더 테레사(1910~1997년) 영성의 집약이다. 수녀님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온전한 사랑으로 생애를 마치고 인도 켈커타에서 1997년 9월 5일 “가난한 이들 중 가장 가난한 이(the poorest of the poor)”로서 선종하셨다. 수녀님은 매우 힘든 사목의 여정이었지만 오직 예수님을 향한 사랑으로 사셨다. 2016년

마르 8,27-35(연중 제24주일 ‘나’해)

오늘 복음은 공관 복음이 모두 전한다. 16장으로 형성된 마르코 복음에서 오늘 복음이 위치한 제8장 후반부 대목은 위치상 복음의 정 중앙에 위치하면서 전환점이 된다 할 수 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신원에 관한 베드로의 고백이 등장한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베드로의 고백은 예수님의 공생활 안에서 중요한 a key moment라고 할 수 있다.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마르 1,1)이라는

성 요셉 현존의 세 차원

*이탈리아 서북부에 있는 아스티와 토리노라는 도시 간의 거리는 불과 45km 정도이다. 두 도시 모두 피에몬테주에 속해있으나 토리노가 피에몬테주의 주도이다. 다음은 지난 8월 26일 바티칸 클레멘트 홀에서 성 요셉 마렐로(1844~1895년) 주교가 1878년에 창설하신 ‘아스티 성 요셉의 수도회(The Oblates Of St. Joseph)’ 총회 참석자들과의 특별 알현에서 교황님께서 주신 말씀이다. ‘아스티 성 요셉 수도회’는 수도회 명칭에 ‘Oblates’라는 말이

코 비鼻

‘코 비鼻’라는 글자는 「코 모양을 그린 ‘스스로 자自’와 소리부인 ‘줄 비畀’로 구성된 형성자인데, 自가 원래 의미인 ‘코’를 나타내지 못하고 일인칭 대명사로 쓰이게 되자 소리부를 더하여 분화한 글자이다. 이 글자와 함께 구성된 글자는 모두 ‘코’와 관련된 의미를 담는다. 鼻자에 쓰인 畀자는 ‘주다’라는 뜻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기에서는 단순히 코와 폐를 연결하는 기관을 묘사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鼻자는

마르 7,31-37(연중 제23주일 ‘나’해)

오늘 복음 말씀은 마르코 복음만이 전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방인 지역에서(요즘 말로 외국에서) 이사야 예언자에 의해 예언되었던 표징 중 하나(제1독서)를 완성하신다. 치유과정은 매우 상세하게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묘사는 그리스도교의 입교 예식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을 떠나 시돈을 거쳐,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마르 7,31) 지리적인 이동 경로를 밝힌다기보다

지구(세계) 헌법

*1956년 3월생인 글쓴이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는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활동하는 이탈리아의 이론 물리학자이자 작가이다. 그는 현재 마르세유 물리 이론 센터의 명예 교수, 페리미터 연구소의 방문 석좌 교수이며, 캐나다 웨스턴 대학의 로트만 철학 연구소의 회원이고, 미국 산타페 연구소의 프랙탈 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양자 중력 분야를 연구하며 루프 양자 중력 이론의 창안자이기도 하다.

작가作家

어디선가 누가 나를 “작가作家” 신부라고 소개했다. 생뚱맞다고 생각했고 무안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a person who writes books, plays, stories, or other works, as an occupation or profession; an author.”라고 정의한 대로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라면 나는 작가가 아니다. 그렇지만 “a writer is a person who writes”라고 한 대로 무엇인가를 쓰는 이가 작가라면

되새김

……‘되새김’의 어원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흔히 ‘묵상meditatio’이라고 일컫는 것이 애초에 어떤 뜻이었는지를 먼저 말씀드려야 합니다.[1] 국어사전에는 대체로 ‘묵묵히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이라 풀이되어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이 말은 대개 어떤 영적 주제를 놓고 사색하거나 스스로의 내면을 성찰한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도인들에게 그것은 단순히 단어나 구절을 입으로 소리 내어 거듭 읊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묵상’이란 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