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 올리버

타조 계의 점잖으신 스타가 계셨다. 그 원로께서는 이제 생의 마감 길에서 후학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수하는 데에 온 정열을 쏟고 계셨다. 그러한 목적을 위하여 매일같이 신문의 기고를 위하여, 그리고 TV와 같은 대중매체의 인터뷰를 위하여 눈코 뜰 새 없는 일정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트위터의 팔로우만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은 타조가 있어서, 입에서 입으로, 말에서 말로, 그리고 손가락에서 손가락으로 그분께 존경과 감사, 찬사를 드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원로께서는 구름같이 몰려든 젊고 어린 타조들을 모아 놓고 ‘타조로서의 삶에 대한 자긍심’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셨다. 너무 많은 청중이 몰려들어 강연 장소는 타조들이 좋아하는 사막과도 같은 큰 들판으로 정했다. 첫 꼭지의 말씀 중에 ‘우리는 타조입니다. 타조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새 중 가장 큰 새입니다. 곧 가장 우수한 새라는 이야기가 됩니다.’라며 열변을 토하셨다. 이에 열광하는 학생들은 ‘옳소! 그렇고말고요!’라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고 소리를 질러 공감을 표하였다. 그때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 젊은 올리버라고 하는 녀석이 손을 들어 말씀드리기를,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요. 우리들의 100분의 1은 고사하고 1000분의 1도 안 되는 녀석인 벌새라는 조그만 녀석은 앞뒤로 나는 새인데, 우리는 앞으로만 가는 새가 아닙니까?’ 하였다. 그러자 원로께서는 ‘그 녀석들이 앞으로 날건 뒤로 날건 기껏 날아봐야 5리요 10리겠지만, 우리가 한 번 달리면 우리는 단번에 거침없이 천 리까지도 갈 수 있지 않으냐?’ 하고 대답을 주셨다. 이에 올리버를 포함한 모든 타조들은 ‘과연 그렇군요.’ 하며 수긍하였다.

두 번째 꼭지 부분에서 원로께서는 ‘우리는 타조입니다. 타조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새들의 알 중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우며 단단한 알을 낳는 존재들입니다. 감히 우리에게 견줄 수 있는 새가 이 세상 그 어디에 있다는 말입니까?’ 하셨다. 이에 다시 한번 학생들은 열광하며 환호하였다. 그때 올리버가 다시 ‘징그럽도록 큰 타조 알보다는 귀여운 종달새의 알이 훨씬 더 귀엽지 않습니까?’ 하였다. 이에 원로께서는 ‘그런데도 결국 종달새 알에서는 종달새밖에 나오지 못하잖아요? 그리고 그 녀석들은 풀밭의 작은 벌레들이나 파먹고 사는 녀석들이 되고말고요.’하고 응수하셨다. 이에 모든 학생과 올리버 역시 ‘과연 그렇군요.’ 하며 수긍하고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강의가 무르익어가던 세 번째 꼭지 부분이었다. 원로께서 ‘우리는 4개의 발가락만 가지고도 걷는데, 인간이란 것들은 10개의 발가락을 가져야만 걷지 않습니까? 과연 우리가 이래도 우수한 종족이 아니라는 말입니까?’하고 결정적인 해설을 날렸다. 그러자 열광하는 학생들 속에서 올리버가 다시 ‘인간들은 가만히 앉아서도 하늘을 나는데, 우리는 땅바닥을 달리거나 걷기만 하잖아요?’ 하고 감히 여쭈었다. 마침내 지긋이 눈에 힘을 주어 올리버를 바라보신 원로께서는 ‘인간이란 것들은 그렇게 빨리 날기만을 좋아한 나머지 둥그런 지구를 하루에 몇 번씩 돌기도 하긴 하지. 그러나 그렇게 빨리 날기만을 좋아하다가 너무 빨리 날아서 결국 앞서가던 자기 자신마저 들이받고 말지. 그리고는 어디를 어떻게 지나왔는지는 물론이고,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멍청이들이지.’하고 말씀하셨다. 역시 올리버와 학생들은 더욱더 큰 소리로 원로를 찬양하였다.

이에 신이 난 원로께서는 ‘내가 하나 더 말해줄까? 살아가다가 위험한 지경에 처할 때 우리 타조들은 우리의 머리를 모래 속에 감추어 그 위험에 우리를 노출하지 않도록 하는 기막힌 재주도 있지 않은가? 이것만큼은 그 어떤 누구도 하지 못하는 것이지.’ 하고 말씀하셨다. 이에 올리버가 다시 ‘우리가 우리 머리를 감추어 그 위험을 보지 못한다면 과연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입니까?’ 하고 감히 또 여쭈었다. 이에 원로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멍청한 소리. 쓸데없는 소리. 바보 같은 소리!’하고 외치셨다. 이에 그 뜻이 무엇인지 헤아릴 새도 없이 학생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멍청한 소리. 쓸데없는 소리. 바보 같은 소리!’하고 덩달아 외쳤다.

바로 그때였다. 청중들과 올리버의 귀에 위협적인 울림이 들려왔다. 천지가 진동하는 것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하늘의 천둥소리도 아니었고 땅이 갈라지는 소리도 아니었다. 바로 무엇인가에 놀란 수십 수백 마리의 코끼리 떼들이 뛰어 도망치는 소리였다. 방금 위험에 관한 명제를 들었던 터라 위험을 감지한 원로 타조와 모든 타조는 앉아 있던 바닥의 모래 속에 하나같이 서둘러 머리를 감추었다. 그러나 올리버는 주변을 두리번거려 살핀 다음,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큰 바위 뒤에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위험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코끼리들이 한참 지나간 뒤에, 바위 뒤에서 나온 올리버는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처참한 타조들의 주검과 온 사방에 날리고 있는 ‘위대한’ 타조들의 헤아릴 수 없는 깃털들을 보았다. 그날 그 시각, 그 들판에서 살아남은 타조는 오직 올리버 그뿐이었다.

토론도 많고 논쟁도 많다. 교수도 많고 박사도 많으며, 스타도 많고 명사도 많다. 모든 사람이 모든 문제에 모든 대답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하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김선달이나 공기를 깡통에 넣어 팔아먹었다는 이야기가 자꾸 생각난다. (*이제는 각종 데이터의 집산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학습과 창작을 하는 AI/인공지능이 소위 딥 러닝/심층 학습을 통해서 무엇이든 응용하고 예측하여 대화체로 답하는 챗GPT/Chatting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시대가 되어 ‘생각하는 인간을 대신하여 사고하는’ 기계의 시대가 되었다) 24시간이 부족하듯 각종 매체는 수도 없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공공의 적과 희생양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내가 쓰지 않는 머리 대신 남의 머리나 기계를 빌려 생각하면 된다고 강요한다. 그게 지성이라고 나를 세뇌한다.(20111025, 이탈리아어 판 ‘살레시오가족지’ 2011년 10월호 참조*이미지 출처-영문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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