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들이 짓기 쉬운 죄 세 가지

봉헌생활을 하다 보면 흔히 짓게 되는 죄 세 가지가 있다. 게으름, 험담, 그릇된 집착이 바로 그것이다.

게으름은 봉헌생활이 식솔들 먹여 살릴 걱정 없이 살아도 되고 내 입과 생존을 위해 벌이를 하지 않아도 되며 평생을 보장받는 철밥통인 까닭에서 비롯된다. 또 무슨 일을 하건 말건 데드 라인이라는 것이 없고 보이지 않는 하느님 앞에서 ‘훗날’ 셈해야 한다는 그럴듯한 명제 뒤에 우선 쉽게 숨을 수도 있고, 수 천 년을 살아온 매일의 일상사라는 매너리즘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삶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험담이란 같은 공동체의 형제나 자매 그리고 이웃 공동체의 형제나 자매들을 두고 칭찬이나 격려보다는 뒤에서 입방아를 찧어대는 행위이다. 이는 인간의 본성인 시기나 질투에 그 뿌리를 둔다. 또, 어떤 명분으로도 물리적인 폭력이 존재할 수 없는 봉헌생활의 구조때문에, 소위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 입뿐이어서 그렇다. 그렇다고 꼭 입으로만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다. 수도자들은 입으로 외부에 험담을 쏟아내는 대신 독심을 품은 맹렬한 침묵이나 의도적 태만과 같은 수동적 공격의 형태로, 소극적으로 보이면서도 주변에 몹시 매섭고 중압감을 가하는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수동적 공격’ 부분은 원래의 글에 덧붙여졌다. 20240512)

그릇된 집착이란 그릇된 애정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다. 크건 작건 자기가 좋아하는 사물이나 상황, 장소, 시간대, 취미, 심지어 나만이 아는 은밀한 관계에 이르기까지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인 욕구들에 얽매이는 것이다. 부질없는 것들과 하찮은 것들에 대한 집착은 부족과 불만이 있을 때 곧잘 주변에 대한 분노와 공격성을 동반하기도 한다.

바로 이런 세 가지 죄들이 수도자들이 짓기 쉬운 죄들이며 어떨 때는 봉헌생활을 그만두게까지 만드는 위험한 죄들임에 틀림없다.(20160202*이미지 출처-이탈리아어 구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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