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을 존, 술 그릇 준尊/물건 품品

손을 뜻하는 ‘촌寸’ 위에 술을 담은 병 모양의 ‘유酉’에 덮개를 씌운 ‘추酋’를 놓아 만들어진 ‘높을 존, 술 그릇 준尊’ 이라는 글자는 술병 혹은 술독(酋)을 두…

부끄러울 치恥

부끄럽다는 뜻이 붙어있어서 부정적이거나 삼가야 할 글자처럼 느껴지지만 원래 ‘부끄러울 치恥’는 사람의 바른 본성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글자이다. ‘부끄러울 치恥’는 ‘귀 이耳’와 ‘마음 심心’이 합해져 만들어진…

끙끙거릴, 읊조릴 신呻

작년 말 잠시 귀국하여 건강검진차 1년 반 만에 병원에 갔었다. 아무리 건강을 위해 병원에 간다고 하더라도 병원에 가는 길은 유쾌하지 않다. 40이 넘어서면서부터 나의 체질상…

코 비鼻

‘코 비鼻’라는 글자는 「코 모양을 그린 ‘스스로 자自’와 소리부인 ‘줄 비畀’로 구성된 형성자인데, 自가 원래 의미인 ‘코’를 나타내지 못하고 일인칭 대명사로 쓰이게 되자 소리부를 더하여…

작가作家

어디선가 누가 나를 “작가作家” 신부라고 소개했다. 생뚱맞다고 생각했고 무안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a person who writes books, plays, stories, or other works, as…

기도라는 예술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로부터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법을 배웠고, 엄마 손을 잡고 매일 새벽 미사에 가서 추운 마룻바닥에 꿇어앉아 미사를 드렸으며,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라틴말을…

점근선漸近線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던 고등학교 시절, 이과에 지원했고 수학에서 분명히 배웠을 ‘점근선’이라는 것이 처음 들어본 말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렵고 힘들어 그만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던 내용이었음일까? 오랜…

둘씩 짝지어(two by two)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둘씩 짝지어”(마르 6,7) 파견하셨다 한다. “둘씩 짝지어”라는 말씀을 읽으면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헨리 나웬 신부님께 첫 편지를 쓰게 했던 나의 젊은…

떠남

어느 날 아침, 형제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에 한 형제가 사막교부의 이야기 한 토막을 전해준다. 온갖 걱정과 산만함으로 시달리는 젊은 제자가 고명하신 스승님께 “저는 처자식도 없이…

첫걸음

아우구스티누스 성인(St. Augustinus Hipponensis, 354~430sus)께서 “오, 저의 하느님! 켜켜이 깊게 쌓이고 끝없이 잡다한 기억의 힘은 실로 위대하면서도 두렵습니다.(Great is the power of memory, a fearf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