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맘에 드는 소책자, 그것도 POD(Publish On Demand) 방식으로 출판하고, 소책자이면서도 내용이 충실한 묵상집 하나를 배송료를 포함해서 10,300원(책값 7,800원)에 받았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에서 기획하고, 김은해·김오성·유미호 등이 65쪽으로 엮은 <살림의 영성과 함께하는 녹색대림절>이다. “초대교회 교부들의 지혜를 통해 창조 세계의 회복이라는 렌즈로 대림절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대림 4주간을 「마음열기 / 성서맛보기(전례력에 따른 전례 독서 본문과 간단한 해설 및 묵상) / 그리스도교 전통에 귀 기울이기(1주 차: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 2주 차: 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3주 차: 이레니우스, 4주 차: 테르툴리아누스) / 마무리 기도」 순으로 구성했다. 다음은 대림 제3주일의 ‘마음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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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열기
대림절은 성탄을 앞두고 가족과 친구, 동료들과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분주한 시기이다. 연말의 길거리를 걷다 보면 그동안 삶에서 쌓인 여러 가지 추억과 기억들이 떠오르거나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기보다는 내면의 혼란스러움을 마주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리스도교 전통에 따르면 대림절은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때이지만, 소비 자본주의와 대량 생산의 문화 속에서 쇼핑센터와 상가를 가득히 메운 사람들의 표정, 도시의 현란한 크리스마스 조명은 어느새 ‘내면의 어둠’을 망각하게 만든다.
대림절 셋째 주일을 보내면서 우리는 정작 가장 깊이 갈망하는 대상을 놓친 채 길을 잃은 듯 헤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물론 세속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리스도 공동체가 지켜왔던 전통의 본디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가족과 이웃에게 그동안 표현하지 못한 사랑과 정성을 선물로 표현하거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봉사에 참여하는 일처럼 중요한 일은 없다. 하지만, 성탄을 기다리면서 ‘이 세상의 빛이신 예수를 기다리는 마음’과 소비주의와 소유의 문화 속에서 스스로가 영원한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영적인 갈망’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도래(adventus)’를 기다리는 마음이 아닐까. 그 낯선 갈증이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의 주일’(Gaudete Sunday: 라틴어 가우데테Gaudete는 기쁨이라는 뜻, 필리 4,4-6)을 만들어 줄 것이다.(녹색대림절, 살림과다짐, 2025년, 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