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할 소疏

어쩌면 인류의 역사는 소통의 원활함을 위한 문명의 발달 과정일 수도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그리고 무엇인가와 소통해야만 살 수 있고 소통을 위해 사는 ‘소통하는 인간(호모 커뮤니칸스, homo communicans)’이다. 2000년에 제작·개봉되었던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라는 영화에서 톰 행크스는 무인도에 떨어진 뒤 살아남기 위해 배구공에 사람 얼굴을 그리고 계속 그와 대화하면서 홀로인 자신을 극복한다. 오늘날 각종 SNS를 비롯하여

청소년의 성덕聖德과 성화聖化의 가능성에 관하여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구박사님(Google)께 영어로 가톨릭교회의 성인聖人 숫자를 물으면 ‘확실하지 않지만 대략 1만 명 정도’라고 대답하고, 우리말의 ‘goodnews’라는 사이트는 성인의 목록으로 6,330명을 수록한다. 성인들에 관하여 각고의 노력 끝에 내가 찾아낸 사이트로서 그래도 가장 권위가 있게 여겨지는 CatholicSaints.Info에서는 15,777명의 가경자‧복자‧성인들의 명단을 보유한다. 그중 어린이 성인들 143명의 명단을 따로 제공하는데, 이들 대다수가 정결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한국 103위 순교자 시성식 교황 강론(1984년)

“순교자의 영웅적 증거 열매 맺어” “그리스도는 영광에 들기 위하여 그런 고난을 겪어야 하지 않았느냐?”(루가 24,26)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교형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들은 이 귀절은 예수께서 제자 중 두 사람하고 ‘예루살렘’에서 ‘엠마오’로 길을 가시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못 알아 뵙고 낯선 사람에게처럼 이 며칠 일어났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마태오의 부르심(9월 21일)

공관복음은 하나같이 열두 사도(참조. 마태 10,1-4 마르 3,13-19 루카 6,12-16) 중 하나였던 세리 마태오의 소명을 전한다.(참조. 마태 9,9-13 마르 2,13-17 루카 5,27-32) 마태오의 부르심 장면을 생각하면 곧잘 성경의 내용을 주제로 삼았던 카라바지오의 마태오 관련 3부작(마태오의 소명, 마태오의 영감, 마태오의 순교)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 그림들은 로마에 있는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San Luigi Dei Francesi(나보나 광장 근처)라는 성당에 있다.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지오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1573~1610년)는 우리가 잘 아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멀지

환대

람페두사라는 섬이 있다. 2023년 9월 17일의 한국일보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초비상’이 걸렸다.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입국하는 난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다. 이달 11~13일 유입된 난민만 약 8,500명으로, 섬 인구(약 6,000명)보다 많다. 람페두사섬은 북아프리카 튀니지와 145㎞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아프리카발 난민에게 ‘유럽행 관문’으로 여겨져 왔지만, 올해 난민이 폭증했다.」라는 기사를 올렸다. 이탈리아 최남단의 섬 람페두사는 교황 프란치스코께서 즉위하신 뒤

마태 20,1-16(연중 제25주일 ‘가’해)

지난주 경축 이동 전례가 아닌 연중 제24주일의 복음을 따른다면, 자기가 받은 엄청난 은혜요 자비, 그리고 용서를 그대로 갚지 못하는 불충한 이의 비유(마태 18,21-35)를 들은 뒤 이번 주에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 자비의 또 다른 비유 하나를 듣게 된다.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은 하느님 자비의 행위가 인간의 행위에 대한 대가가 아니며, 또한 인간의 셈법을 뛰어넘고 인간이

말 물/먼지 털 몰勿

‘-을 하지 말라’는 금지, ‘아니다’라거나 ‘없다, 없애다’라는 부정의 뜻이 담겨있는 글자가 ‘말 물勿’이다. 먼지를 터는 상황을 묘사할 때는 ‘몰’로 소리를 낸다. 따라서 분주奔走하게, 혹은 걱정스럽게 수선을 피우는 상황이기도 하다. 많이 쓰는 ‘물론이고 말고’ 할 때의 ‘물론勿論(논의의 여지가 없다)’이나 도나우 강변의 전설에서 이름 지어져 왕의 문장으로까지 사용되었다는 독일 이름 vergiss mich nicht(=Forget-me-not)를 옮길 때 말 그대로

의탁의 기도(성 샤를르 드 푸코)

아버지, 당신 손에 저를 내어 맡기오니 당신 뜻대로 하소서. 어찌하시든 감사드리니 저는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나이다. 제 안에, 그리고 당신의 모든 피조물 안에 오직 당신의 뜻만이 이루어지기를, 저는 오로지 이것만을 바라나이다. 당신 손에 제 영혼을 다시 드리오니 제 온 마음 사랑으로 그리하나이다. 주님, 저를 당신께 드리고 싶사오니 제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니이다. 저를 온전히, 한없는 신뢰로,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1821~1861년)

탄생과 성장 최양업 토마스 신부는 1821년 3월, 충청남도 청양의 다락골에 있는 새터 교우촌에서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과  이성례 마리아 복자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최양업 토마스 신부는 박해를 피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던 부친을 따라다니다가 경기도 부평을 거쳐 안양에 있는 수리산으로 이주하여 살았다. 이 수리산 마을은 그 뒤 신자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비밀 신앙 공동체로 변모하였다. 이에

어지러울 련/연䜌

‘어지러울 련/연䜌’이라는 글자는 ‘말씀 언言’을 두고 양옆에 ‘실 사糸’를 배치한 형태이다. ‘실 사糸’는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을 뽑아내는 모양이다. ‘䜌’이라는 글씨를 쓸 때도 ‘말씀 언言’을 먼저 쓰고 왼쪽 ‘실 사糸’, 그리고 오른쪽 ‘실 사糸’를 차례로 쓴다. ‘어지러울 련/연䜌’을 알아듣기 위해서는 가운데 들어있는 ‘말씀 언言’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말씀 언言’을 살펴보면, ① ‘매울 신辛’의 변형과 ‘입 구口’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