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을 이루는 말들

인간사와 세상사 안에서 특별히 영적인 주요 원리를 드러내 주는 개념이나 말마디들은 언제나 쌍을 이룬다. 선과 악, 하느님과 인간, 평화와 전쟁, 사랑과 미움, 삶과 죽음, 선생과 제자, 영혼과 육체, 강과 약, 하늘과 땅, 섬김과 지배, 높음과 낮음, 천사와 악마, 권능과 무력함, 아름다움과 추함, 순응과 추구, 열정과 냉담, 친숙한 것과 뜻밖의 것, 살아야 할 것들과 피해야 할

시편 11편과 돈 보스코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의 두 팔 “주님께서는 의로우시어 의로운 일들을 사랑하시니 올곧은 이는 그분의 얼굴을 뵙게 되리라.”(시편 11/10,7) 이 시편을 기도하는 이는 정의로 구원하시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향한 전적인 신뢰를 표현한다. 돈 보스코에게 정의(벌罰, 제재制裁)는 본질에서 자비(용서)로 대체된다. 돈 보스코는 그의 초기 저술 중 하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분께서는 때때로 정의를 행사하지만, 이는 오직 죄인을 바로잡아

마르 13,24-32(연중 제33주일 ‘나’해)

오늘 복음으로 ‘나’해의 전례에서 마르코복음 낭독을 마감한다. 오늘 복음 말씀은 ‘종말에 관한 예고문’ 형식인 13장의 마지막으로서 예수님의 공생활 말기, 수난과 죽음이 임박한 중에 가르침과 위로 및 당부를 하시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13장의 서두에서 “예수님께서 성전에서 나가실 때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마르 13,1) 성전이 대단하다고 말씀드리자 예수님께서는 “건물들을 보고 있느냐” 하시며 성전이 “다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고

11월

11월은 기분이 가라앉고 다소 우울하듯 처지는 달이다. 많이 쓸 수 없는 달이다. 눈에 띄게 낮이 짧아지고 공기가 차가워지며 일교차가 커지고 나뭇잎들이 떨어져 바람 따라 이리저리 어지럽다. 수선스러운 산만함 속에 언뜻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친다. 겨울의 동면冬眠을 위해 모든 것이 움츠러드는 것만 같고 을씨년스러워진다. 엄벙덤벙 하루가 후딱 간다. 곱다 싶었더니 짧기만 한 단풍이 어느새 생기 없는

고백록(22 *마지막)

3712. 당신께서 영감을 주시지 않는 한 제가 무슨 진실을 말하리라고는 저도 못 믿겠습니다. 당신께서는 진리이신데 사람은 모두 거짓말쟁이라서 그렇습니다. 또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 것에서 말을 꺼냅니다. 그래서 저는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당신 것에서 말을 꺼냅니다.(13-25.38) 3713. 이런 음식을 즐기는 이들은 이 음식을 먹고 살지만 자기 배를 하느님으로 삼고 있는 자들은(필리 3,18-19 참조) 이런 음식을

방 방房

‘방 방房’은 뜻을 나타내는 ‘지게 호戶’, 그리고 소릿값이면서 ‘곁’, 혹은 ‘네모’라는 뜻을 가진 ‘모 방方’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두 짝이 달린 문(門)을 열고 들어가서 볼 때, 외짝 문(戶)을 달아 집 안의 곁에 벽 같은 것으로 칸을 막아 분리 배치한, 대개는 네모난 작은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방은 제작에 들어가는 물질이나 재료로 구분하든지, 위치나 용도로 구분한다. 그러나 위치와

성 베드로 공소(모리알도)

거대한 성전을 중심으로 조성된 베끼 돈 보스코의 생가터 ‘콜레 돈 보스코’에서 시골길을 걸어 나가다 보면 몇 분 거리에서 맨 먼저 도메니코 사비오가 10여 년을 살았던 집을 만나고 그가 다녔던 성 베드로 공소에 이어 돈 보스코께서 ‘여기가 나의 집’이라 불렀던 곳, 아홉 살 꿈이 있었던 곳들을 차례로 만난다. 누구나 압도적인 콜레 돈 보스코의 위용에 놀라지만 여전히

마르 12,38-44 또는 12,41-44(연중 제32주일 ‘나’해)

오늘 복음의 전반부에서는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위선과 교만을 향해, 어찌 보면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모습을 향해, 혹독하게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의롭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르침이 담겨있으므로 그저 비판과 비방으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 지혜로운 해석이 필요한 대목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1. “율법 학자들을 조심하여라” 율법 학자들은 어린

돈 보스코의 첫 미사 순례

새 사제들이 여러 은인이나 연고지를 찾아 첫 미사 순례를 하듯이 돈 보스코 역시 서품 후 그런 날들이 있었다. 이에 관해 돈 보스코는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긴다: 「1841년 6월 5일 삼위일체 대축일 전날 나는 사제 서품을 받았다. 첫 미사는 카파소 신부가 수석 사제로 있는 성 프란치스코 아시시 성당에서 드렸다. 사제의 첫 미사를 드려본 지가 오래된 내

베드로의 눈물

지인과 식사하는 자리였다. 그는 이런저런 아픈 사연 속에서 딸과의 갈등을 살아내는 중에 답답할 때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에 전시된 ‘베드로의 부인否認’이라고 알려지는 이 작품 앞에서 눈물 글썽거리는 베드로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노라며, 그것이 계기가 되어 카라바지오의 작품들을 찾아다니는 행운을 누렸다고 했다.(MET에는 카라바지오의 1597년 작품인 ‘음악가들-The Musicians’과 함께 ‘베드로의 부인’이 영구 전시되어 있으며, 디트로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