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여선생님을 주겠다.(Io Ti Darò La Maestra)”①

도입

1. 회헌·회칙이 명시하는 성모님과 살레시오회

2. 돈 보스코의 성모님 꿈들을 만나기 위해

3. 돈 보스코의 마리아 이미지

4. 돈 보스코의 꿈에 나타난 성모님의 모습

4.1 기품있는 여인

4.2 동상이나 성상聖像

4.3 양치기 여인, 소녀

5. 성모님의 반응과 동작이나 행동

6. 성모님께서 하시는 말씀들

7. 특별한 점(감성교육-l’educazione affettiva)

8. 정결과 순결

9. 돈 보스코의 반응

10. 더 묵상해 볼 주제들

10.1 돈 보스코의 영적 여정과 성모님

10.2 정서/감성교육 우선순위-정결

10.3 성모님과 성경의 지혜

***

도입

돈 보스코의 생애와 살레시오회를 읽는 데에 꿈이 없다면 예수님의 복음에서 비유가 없이 복음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이듯이, 돈 보스코의 꿈에서 성모님에 관련된 꿈이 없다면 주인공이 빠진 인물화나 주제를 담은 소절이 빠진 교향곡, 밑동이 잘린 나무나 짠맛이 없는 소금과도 같을 것이다. 돈 보스코의 생애와 살레시오 가족에게 성모님이 가장 본질적인 중심축의 하나이듯이 돈 보스코의 꿈에서 성모님 꿈도 마찬가지이다. 돈 보스코와 성모님의 만남은 첫 번째 꿈인 아홉 살 꿈에서부터 곧바로 시작한다. 어린 소년 요한 보스코는 꿈에서 고상한 어른 한 분을 만나 소년들의 선두에 서서 온유와 사랑으로 그들을 친구로 만들라는 말을 듣는다. 도무지 능력이 되지 않는 자신임을 밝힌 요한 보스코는 “내가 너에게 여선생님을 주겠다.…그분의 지도로 순명과 지혜를 연마하여 불가능이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고귀한 분의 옆에 계시는 존엄한 여인을 본다. 여인은 소년 보스코에게 손짓하여 가까이 오게 하고 손을 잡으며 “자, 보아라.” 하고 말씀하신다. 당황하며 울음까지 터뜨리는 보스코에게 여인은 보스코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때가 되면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하신다. 그렇게 ‘여선생님’께서 돈 보스코의 삶과 살레시오회의 역사에 등장하신다.

1. 회헌·회칙이 명시하는 성모님과 살레시오회

1. … “인류 사회에 있어 가장 미묘하고 값진 부분”(전기 2권, p.45)인 청소년들의 구원에 이바지하기 위해 성령께서는 마리아의 모성적 중재로 요한 보스코 성인을 선택하셨다.(*참조. 총장서한 414호, 40쪽 – 파스콸 차베스, 원죄 없으신 도움이신 마리아Maria Immacolata Ausiliatrice, Mary The Immaculate Help of Christians;돈 보스코의 어머니시요 스승, 2012년 8월 15일, 총장은 특별히 1조, 8조, 92조에 관한 묵상에 집중한다)

8. 동정녀 마리아께서는 돈 보스코에게 청소년 가운데서의 활동 분야를 보여 주셨고 끊임없이 그를 인도하며 지지하셨는데 특히 살레시오회의 창립에서 그러하셨다. 우리는 마리아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며, “교회의 어머니시며 그리스도인의 도움이신 당신의 사명”을 계속 수행하심을 믿는다. 우리는 청소년 가운데서 당신 아드님의 마르지 않는 사랑의 증인이 되기 위해, 주님께서 큰일을 이루신 겸손한 여종 마리아께 우리 자신을 맡긴다.

9. …돈 보스코는 친히 으뜸 주보로 삼으신 도움이신 마리아 이외에도 성 요셉 그리고 열정적인 목자요 애덕의 박사인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에게 특별한 방식으로 우리 회를 맡겼다.…

20. 돈 보스코는 스승이셨던 마리아의 인도를 받아 첫 번째 오라토리오의 청소년들과의 만남 안에서 ‘예방교육’이라 불렀던 영성적이며 교육적인 체험을 하였다.…

34. …(복음화와 교리교육의) 여정에서 동정녀 마리아께서는 어머니로서 현존하신다. 우리는 청소년들이 그분을 믿으신 분, 도움과 희망을 주시는 분으로 알고 사랑하게 한다.

92.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구원의 역사 안에서 유일한 자리를 차지한다. 마리아는 기도와 사목적 사랑의 귀감이고, 지혜의 스승이며 우리 가족의 인도자이다. 우리는 마리아의 믿음, 가난한 이를 위한 배려, 십자가의 순간에 충실하심과 성부께서 이룩하신 놀라운 업적에 대해 기뻐함을 관상하고 본받는다.

원죄 없으시며 도움이신 마리아는 주님께 온전히 헌신하도록 우리를 가르쳐 주고, 형제들에게 봉사할 용기를 준다. 우리는 마리아에 대한 자녀답고 강한 신심을 기른다. 우리는 더욱 확실히 그리고 개인적으로 마리아를 잘 본받기 위하여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고 그분의 축일들을 지낸다.

***

때로 묵주기도가 지루한 반복이나 그저 해야 하는 일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아름다운 진리에는 지루한 반복이 있을 수 없다.(The beautiful truth is that there is no repetition in ‘I Love You.’)”라는 풀톤 쉰 대주교(1895~1979년)의 말씀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묵주기도는 살레시오 회원들의 성모님을 향한 매일의 ‘사랑 고백’이다.

2. 돈 보스코의 성모님 꿈들을 만나기 위해

(* 이하의 내용은 린다 포케르Linda Pocher라는 살레시오 수녀님의 <내가 너에게 여선생님을 주겠다-돈 보스코의 꿈과 마리아의 현존Io Ti Darò La Maestra – La Presenza Di Maria Nei Sogni di Don Bosco(I Sogni di Don Bosco, LAS, 2017년, 373-408쪽>이라는 글을 기본으로 하여 첨삭하고 재작성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살레시오회 전통 안에서 꿈들은 돈 보스코에게 “확신을 주었고, (해 나가는 일을) 지탱하고 지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돈 보스코와 살레시오회에 그 꿈들이 없다면 돈 보스코와 살레시오회 안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특별한 종교적 사건들에 관하여 설명할 길이 없다.”(PST2, 507쪽)라고 피에트로 스텔라Pietro Stella 신부는 말한다.

돈 보스코가 전해주는 그의 꿈과 해석들, 그리고 돈 보스코의 조력자들이 전달받아 다시 다른 이에게 전달해 준 내용은 자기를 알리고, 본질에서 자기가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특별한 방식이 있다. 모든 것이 보이는 것 너머의 것들을 보여주는 초월성을 이미 자신 안에 담고 있다는 말이다. 꿈을 다시 보고 이해하려는 이는 그 꿈에 내재한 자기만의 표출 방식과 초월성을 간파해내야만 한다.

꿈에서 돈 보스코는 무엇보다도 본인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하기보다도 자신의 온 존재(totalità)를 다하여(감정affettività, 지성intelligenza, 신체corporeità)로 꿈에 참여하고 연루된다.(수동성passività) 돈 보스코는 꿈에서 마치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하느님의 신비에 참여하며, 초월적인 내용을 실제 지금 여기에서 손에 닿는 현실과도 같이 체험하는 신비주의적인 체험으로 겪는다. 돈 보스코는 꿈에서 신앙의 여정을 통해 자신이 만들어내거나 조작해 낼 수 없는 분을 생각지도 않게, 자신이 참조하고 순명하며, 바라며 믿고 싶은 분을 의도하지 않게 만난다. 돈 보스코의 꿈은 그리스도교 전통이 말하는 환시나 어떤 황홀경과는 상당히 다르면서도 불현듯 빠져드는 현상처럼 돈 보스코를 끌어들인다. 이러한 모습은 첫 번째 꿈이라고 알려지는 아홉 살 꿈에서도 이미 확연히 드러난다.

꿈속에서 어린 요한 보스코는 화를 내고, 두려움을 느끼며, 놀라고, 혼란에 빠지며, 울음을 터트리고 멍해지는 등 다양한 감정적 체험을 한다. 벌어지는 사건들에 관해서 해석하고 알아들으려 하며, 꿈에서 깨어난 뒤에는 심지어 주먹과 뺨에까지 신체에 남아있는 생생한 체험이요 흔적이 된다. 그리고 돈 보스코는 살아가면서 도대체 그 꿈이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인가 아닌가, 그 꿈을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아니면 꼭 이야기해주어야만 하는가 하는 식별과 의문으로 그 꿈을 다시 살아내야만 했다. 길고도 힘든 식별의 과정이었다고 하겠다. 카파쏘 신부님으로부터 얻은 식별의 기준은 사목적이고도 실질적이었다. 카파쏘는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꿈을 듣는 이들에게 선을 이룬다면 걱정하지 말고 그런 꿈들을 이야기하십시오.”라고 답한다.(참조. MB XVII, 7 이하) 그런 면에서 체리아 신부는 “돈 보스코의 꿈들이 항상 선을 이루었으며, 실제로 참되다는 것을 입증(예. 죽음이나 인간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의 예언)했다.”라고 정리한다.(MB XVII, 10) 그런데도 꿈은 돈 보스코가 1854년 비오 9세 교황을 알현하기 전까지는 다른 이들에게 공개적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교황님은 “여러분들의 수도회를 위한 유산으로서…다른 형제 후손들을 지침이 되고 격려할 수 있도록” 그 꿈을 이야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땅히 이야기해야만 한다고 설득하신다.(MB V, 882) 그렇게 꿈을 기록하고 우리에게 전해주게 된 돈 보스코는 책임감과 함께 일정한 두려움 안에서 개인적인 수고를 감수해야만 했다.

돈 보스코와 초창기 조력자들이 전해준 바에 따라서 돈 보스코가 그의 꿈들을 통하여 어떻게 하느님과 통교하였는가를 보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일단 믿음을 가지고 돈 보스코와 그의 전기(MB)를 기록해갔던 이들이 역사학적으로 미흡하고 일정 부분 실수를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그분들이 지녔던 선의를 신뢰하면서 적극적인 이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둘째로는 돈 보스코 꿈의 세계와 그의 비전과 상상력의 세계로 빠져들면서 돈 보스코가 실제로 보고 들었다고 하면서 우리에게도 보여주며 들려주고 싶어 하는 사실들에 진지하게 공감하고 몰입하는 모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돈 보스코가 성모님을 어떻게 보았는지, 만났는지를 보면서 우리도 성모님을 그렇게 보고 만나야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돈 보스코와 성모님 간에 맺어졌던 사랑의 질을 엿볼 수 있을 것이며, 한 인간으로서, 한 사제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돈 보스코의 성장에 성모님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를 넘어 돈 보스코께서 그의 교육적 소명과 카리스마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성모님께서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묵상의 단계처럼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림을 그리거나 영화의 장면을 보듯이 돈 보스코의 꿈을 그려보고, 그 장면 하나하나에 나 자신이 목격 증인 혹은 참가자가 되어보며, 거기서 살레시오 회원으로서 내가 나의 삶에 얻을 가르침을 길어내야 한다. 돈 보스코의 꿈을 통하여 돈 보스코와 성모님 간의 사랑의 질을 음미하고, 나의 삶 안에 그 사랑을 옮겨오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돈 보스코의 경우 그의 꿈이 지닌 카리스마는 단순히 꿈을 꾼다는 것만이 아니라 그가 꾼 꿈을 해석하고 그에게 맡겨진 사명에 맞춰 현실화하며 그 꿈을 나누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3. 돈 보스코의 마리아 이미지

돈 보스코의 마리아 꿈들은 대개 두 그룹으로 나뉜다. 첫째는 도움이신 마리아에 대한 신심을 언급하는 꿈들이고, 둘째로는 마리아께서 개인적으로 나타나시거나 말씀하시고 행동하시는 ‘지도 내지 인도하심’의 꿈들로 나눠볼 수 있고, 이 꿈들은 다시 사목활동의 발전과 관련된 꿈들, 그리고 교육적인 활동의 도구가 될 수 있는 일종의 기능적인(?) 꿈들로 나뉠 수 있다.

꿈들을 읽어가면서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1841년의 사제 서품과 축일 오라토리오 시작, 1846년 오라토리오 발도코 정착, 1854년 무염시태 교의 선포, 수도회 설립에 관한 첫 번째 언급, 모르네제에 무염시태 딸들회 모임 결성, 1858년 비오 9세 교황님과의 첫 번째 만남, 1864년 교황청의 수도회 설립 수락, 1868년 도움이신 마리아 대성당 봉헌, 1869년 ADMA 설립, 1870년 소녀들을 위해서도 일하라는 교황님의 초대, 1872년 FMA 공식 설립과도 같은 돈 보스코 생애에서 변곡점이 되는 기본적인 연대를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

돈 보스코의 꿈을 읽어가면서 볼 때, 예를 들어 사제 서품 전에는 성모님과 관련된 꿈이 아홉 살 때의 꿈과 그 꿈의 몇 가지 변형된 꿈들 외에 다른 꿈은 없다. 서품과 오라토리오 시작 즈음에는 꿈에서 만난 분들이 그저 ‘존경스러운 분(Uomo venerando)’이라든가 ‘기품 있는 여인(Donna di maestoso aspetto)’ 정도로 불확실한 호칭으로 묘사되면서 그분들이 돈 보스코에게 당부한 것은 아직 갈 길이 먼 불확실한 임무이다. 꿈을 꾸는 돈 보스코에게 두 번째로 중요한 전환점은 교황 비오 9세와의 첫 번째 만남이다. 이 만남에서 교황님은 그동안 몇몇 가까운 이들에게만 이야기했던 꿈들에 관해서 함께 사는 이들에게 이야기하도록 권고했는데, 흥미로운 점 하나는 1841년부터 1848년 사이의 꿈들은 실제 꿈을 꾸고 난 후 몇 년이 지나서야 이야기한 것들이라는 점이며, 그 꿈들은 항상 그의 사목적 발전과 관련이 있고, 특별히 대성당 건축이나 살레시오회의 창립, 확실치는 않지만 FMA의 설립 등과 관련이 있다.

오라토리오 사목이 어느 정도 나름대로 독특한 제 꼴을 갖추게 된 상황에서의 꿈들은 교육적이고 영적인 특성을 띤다. 오라토리오 사목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꿈들의 수가 적어지면서 돈 보스코 사후에까지 이어질 미래 수도회의 확장이나 선교와 관련된다. 이때의 꿈들은 많은 경우 초기 살레시오 회원들이 돈 보스코로부터 직접 듣고 기록하여 전해준 꿈들이다. 이때 돈 보스코는 함께 사는 청소년들이나 회원들이 신앙적으로 성장하고 분위기를 띄워 고무하기 위해서 여러 ‘보나 노떼’를 통해 꿈들을 전달했다.

돈 보스코의 꿈에서 마리아의 현존은 일생 내내 계속되면서도 돈 보스코를 옭아매는 형식은 아니다. MB는 사실 마돈나께서 전혀 등장하지 않는 꿈들도 전한다. 그러니까 성모님께서 돈 보스코의 사목에 그때그때 동반하시고 개입하신 것이 사실이지만, 돈 보스코의 인생 시기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는 돈 보스코에게 그가 나아갈 길과 사명을 현실화할 수 있는 내용을 가리키시며, 둘째 단계에서는 젊은 사제인 돈 보스코에게 사명을 현실화하기 위해 물질적인 수단을 염려해주시는 것으로 드러난다. 말하자면 오라토리오 장소, 도움이신 마리아 대성당 건축, 믿을만한 조력자들을 효과적으로 얻는 방법 등과 관련이 된다. 셋째 단계에서는 함께 사는 아이들의 윤리 교육이나 영적인 교육과 관련된 내용으로서 마돈나께서는 성인 교육자의 스승일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도움으로 등장하시는 것이다.

돈 보스코의 꿈에 등장하는 성모님의 모습을 조금 더 분석적으로 읽어나가기 위해서는, 돈 보스코가 전하는 꿈들에 나타난 성모님의 모습을 통해 1)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시는지, 2) 성모님께서 어떤 동작이나 행동을 하시는지, 3) 성모님께서 무엇이라고 말씀하시는지, 4) 특별한 내용은 무엇인지, 5) 돈 보스코의 반응이나 그로 인해 성모님과 돈 보스코 간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등을 유념하여 보는 것이 유익하다.

4. 돈 보스코의 꿈에 나타난 성모님의 모습

4.1 기품있는 여인 – 돈 보스코의 꿈에서 성모님은 대개 각각 다른 특징을 지닌 세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신다. 첫째는 「‘기품있는 여인(Donna di maestoso aspetto)’의 모습, ‘부인(Matrona, 메이트런, 사감?)’ 혹은 ‘여왕(Regina)’, 자주 ‘천상 뜰 가운데(spesso circondata da una corte celeste)’에서 드러나는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에서 성모님의 특징은 품위 있고 빛나는 아름다움이다. 이러한 성모님의 모습은 사람들이 말을 잃게 하며 반하게 만들고 놀라게 하며 그저 바라보게 한다.

돈 보스코는 성모님의 꿈에서 성모님의 얼굴에 관하여 자세히는 묘사하지 않는다. 보통 그분의 옷 색깔이나 모양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그런데도 거듭해서 그분이 아름다우신 분이라는 아름다움에 관한 주제는 계속 반복한다. 꿈들을 주의 깊게 읽을 때 성모님의 빛나는 아름다움은 꼭 성모님께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꿈에 등장하고 나타나는 복되신 분들(예. 도메니코 사비오, 젊은 신학생 오도넬란 꿈 등)이나 모르지만 이미 하늘 나라에 살고 있는 많은 복되신 이들도 같은 모습을 띤다. 이러한 내용은 돈 보스코가 성모님에게서 보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한 여성으로서 예쁘다는 식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은총이 가득하신 분(참조. 루카 1,28)의 아름다움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게 한다. 실로 성모님은 태중에 구세주를 모셨을 때로부터 몸과 영혼으로 하늘에 불려 올리심을 받으신 분, 성자와 성령과 함께 계신 왕의 오른편에 앉으신 여왕으로서 사랑과 영광의 왕관을 쓰신 분으로서 아름다움을 지니신 분이다. 성모님의 아름다움은 “원죄 없으신 분으로 빛나시며 맑고 순결하신 분”, 곧 “살레시오의 카리스마를 지켜주시는 은총”, 단순한 단어로는 ‘순결(purezza)’이라고 가장 많이 표현된다. 그런 뜻에서 돈 보스코가 말하는 ‘순결’은 평범한 ‘정결’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가치를 지닌 개념이다. 돈 보스코의 꿈에 나타난 마리아 안에서 은총의 아름다움이 마침내 가시적이 고, 감각적이며, 빛나는 모습이다.

* 청소년의 마음이 성모님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지만, 다른 한편에서 그마저도 청소년들의 관심, 사랑, 매력과 분리되어 영 무관한 분이 되실 수도 있다. 청소년들과 함께 사는 이들의 슬기로움, 적절한 환경과 분위기, 개인적인 조건이나 상황, 무엇보다도 개인적인 신심이 없는 이라면 큰일이다. 함께 사는 아이들에게 성모님의 아름다움에 관하여 말해 본 적이 있는가? 나 자신이 성모님의 아름다움을 깊이 감동하고 느껴본 적은 언제인가?

성모님께 함께 노래를 불러드리고 식사를 함께한다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늘 나라에서 거룩한 이들이 함께 지내며 누리는 영원한 잔치를 미리 당겨 지상 순례 동안 거행하는 전례, 특별히 성체성사의 거행과 관련된 기본 요소들이다. 이렇게 이런 요소들이 돈 보스코의 꿈에 담겨있다는 것은 그저 우연적인 내용이 아니다. 사실 우리는 돈 보스코의 생애와 사목, 특별히 오라토리오에서 가시적인 형태로 성체성사와 성모님이 서로 나뉠 수 없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우러지는지를 우리는 잘 안다. 성모님의 축일을 위한 9일 기도, 그분을 공경하기 위한 3일이나 9일 동안의 특별한 신심업, 성모님께 봉헌된 특별한 달들, 그리고 마침내 열렬한 성체성사의 거행과 이에 참여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이 서로 연결되어 청소년들과 함께 지내는 생활이 되는 것이다. “기품있는 여인”의 이미지 안에는 이처럼 천상적인 기쁨에 참여하도록 현재와 미래, ‘이미 벌써’와 ‘아직은 아닌’ 요소들이 서로 어우러져 있다. 돈 보스코와 돈 보스코 집의 아이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천상의 삶이 그렇게도 가까이 지상의 일상 준비로 연결되어 있다. 성모님을 따르는 이는 “시간과 영원”을 행복으로 이끄는 길에 이미 들어서 있는 것이다.(P. Braido, Due lettere datate da Roma 10 maggio 1884, in Id. (ed.), Don Bosco educatore. Scritti e testimonianze, LAS, Roma 1992, 372쪽)

*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천상(천국)의 기쁨에 관하여 말해 본 적이 있는가?

4.2 동상이나 성상聖像 – 성모님에 관한 두 번째 형태의 이미지는 동상이나 성상의 모습이 마치 살과 뼈를 지닌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이다. 이 모습은 몇 개의 꿈에서만 확인된다. 그 내용으로 다른 꿈들과 상당히 다르게 구분되고, 돈 보스코의 생애 단계로 보아 모두 오라토리오 사목이 정착되던 시점의 국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코끼리 꿈에서 발도코의 뜰, 우물의 펌프 곁에 모셔진 작은 성모님 동상이 등장한다. 돈 보스코가 아이들에게 ‘저녁 말씀’을 통해 이 꿈을 전달할 때 실제 그 작은 성모상을 가리키며 말했을 것이다. 오라토리오에 큰 코끼리가 들어왔으므로 걱정하면서 마침 그 성모상에 전구를 빌며 기도를 드렸다. 성모님의 망토가 늘어나고 아이들이 모두 피신할 수 있을 만큼 넓어진다.

홍수와 뗏목 꿈에서도 성모님 동상이 등장한다. 이 꿈에 등장하는 성모님 상은 갖은 고생 끝에 뗏목을 타고 항해하여 마침내 돈 보스코가 아이들, 조력자들과 함께 도착한 곳에 있는 큰 성당의 도움이신 마리아 상이다. 돈 보스코는 고생스러웠던 항해의 성공이 도움이신 마리아의 중재와 보살핌이었음을 기억하고 감사를 드리기 위해 그 동상에 다가가며 아이들을 초대한다. 이때 뜻밖에 동상이 살아나고 옷깃을 열어 그들을 맞아 주며 “효성스러운 자녀”가 될 것을 당부하고 “인자한 어머니”가 되어주시겠다고 부드럽게 말씀하신다. 이 꿈은 돈 보스코가 1866년 도움이신 마리아 대성당의 초석을 놓은 후에 꾼 꿈으로서 오라토리오에 당시 살고 있던 이들의 삶뿐만이 아니라 살레시오회의 사목이 이어져가면서 이후에도 이어질 세대까지도 포함하는 꿈이다. “어머니이시며 도움이신 마리아의 현존이 있는 특권적인 장소”로서 도움이신 마리아 대성당, 그곳으로부터 비치는 빛으로 “모든 사목적인 걱정을 떨쳐버리고 역사를 넘어 더욱 새롭고 더욱 위대한 현실을 이루어낼” 곳이 된다.(E. Viganò, Maria rinnova la Famiglia Salesiana di don Bosco, ACG 289, 1978년, 1-35. 20쪽)

* 도움이신 마리아 대성당 꼭대기에는 도움이신 마리아 상이 계시지 않는다.

* http://benjikim.com/?p=5651

프랑스에 있는 살레시오 집들에 관한 꿈의 배경은 1880년이고, 도움이신 마리아 대성당이 완공된 지 이미 10년이나 지난 시점이며, 그 도움이신 마리아 대성당 꼭대기에 있는 성모님 상에 관한 꿈이다. 돈 보스코는 프랑스에 설립된 살레시오 분원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당시 프랑스는 정부의 박해로 교회나 종교 시설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였다. 꿈에서 성모님은 망토를 펼치시고 “미소 짓는 얼굴로” 살레시오 집들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폭풍처럼 우박, 번개, 지진, 그뿐만 아니라 대포와 총소리 중에 성모님의 망토 아래 들어간 살레시오 집들을 향해 집중포화가 가해진다. 그렇지만 강력한 성모님의 보호 망토 아래 살레시오 집들은 아무런 해도 입지 않는다. 이 꿈으로 돈 보스코는 실제로 안심할 수 있었고, 그즈음에 삼피에르다레나Sampierdarena라는 곳에서 가졌던 원장들 모임에서 여러 보도를 통해서 프랑스에 있는 집들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회원들에게 “No, no, no!”라고 대답한 바 있었고, 현실은 돈 보스코의 말과 꿈 그대로가 되었다.(MB XIV, 608-609쪽)

돈 보스코의 꿈에서 동상이나 성상의 모습으로 등장하시는 성모님은 돈 보스코와 오라토리오 아이들의 일상에서 늘 계시는 모습 그대로이면서도 필요하다 싶으면 언제나 적극적, 활동적으로 삶에 개입하시는 분이시다. 오라토리오의 초기에 초라한 성당에 계시던 겸손한 성모님이시든, 아니면 대성당의 첨탑에 계시는 웅장한 성모님이시든 성모님은 그저 장식품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현존을 실제로 보여주시는 실재이다. 성모님 상을 볼 때마다 모든 사람은 “어떤 청소년이 살레시오 집에 들어온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는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께서 즉시 그를 당신의 보호 아래 두시는 것”임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P. Braido, Due lettere da Roma, 376쪽) 앞서 세 가지 꿈에서 보았듯이 돈 보스코는 성모님 상을 볼 때마다 하늘의 어머님께서 당신의 자녀들을 매일같이 보살피고 계신다는 보이지 않는 보호를 체감하고 있었다. 돈 보스코는 이러한 자기의 체험을 자녀들과 나누고자 하였으며 모든 것을 그분의 보호 아래 신뢰하라고 강조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성모님께서는 이러한 자녀다운 효성의 믿음에 대한 응답으로 그들을 하나도 잃지 않고 굳건하게 보호해 주셨다.

* 성모님께서 나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시는 분이신가? 나는 성모님 상본이나 상을 볼 때 어떤 생각을 하는가?

4.3 양치기 여인, 소녀 – 돈 보스코의 꿈에서 나타나시는 성모님의 세 번째 모습이 처음에는 매우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나 결국 실천적인 지혜, 경험과 일로 맺는 열매라는 특성에서는 앞서 본 두 유형의 모습과 내용상 같다고 볼 수 있다. 1844년(양치기 여인-양들이 목자가 되다) 꿈과 1866년 꿈(발파라이소로부터 베이징까지)을 볼 때 성모님은 앞선 꿈에서 동물의 무리, 짐승들과 함께 등장하고, 뒷 꿈에서는 양 떼나 청소년들에 둘러싸인 양을 치는 소녀나 여성(pastora o pastorella)으로 등장한다. 그런데도 두 꿈의 주제는 모두 살레시오 사목의 발전이고 나아갈 길에 해당한다.

전자의 꿈이 펼쳐지는 무대는 1844년 발도코가 현실화되어 가던 시점이고, 살레시오 수도회의 기초를 놓던 시기이며, 후자의 무대는 1886년 선교지를 확장해나가는 시점이다. 다른 꿈인 1877년 꿈(농업학교)에서 마리아는 농촌 여성인듯한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프랑스어로 말하고 돈 보스코에게 아이들을 돌보라는 임무를 요청한다. 이 꿈은 프랑스의 한 교구 주교가 돈 보스코에게 농업학교를 운영해달라는 요청을 하기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편년사(연대기)에 따르면 그때까지만 해도 돈 보스코는 살레시오 카리스마에 따를 때 ‘아씨스텐자(함께 살아가는 현존)’ 스타일이 농업학교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농업학교 개설에 관해서 긍정적이지 않았는데, 이 꿈으로 마침 시의적절하게 요청해온 프랑스 주교의 요청을 받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을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밤을 줍는 1881년의 꿈에서 마리아는 밤을 줍고 굽고 삶는 “평범한 여성(donna del popolo)”으로 등장한다. 이 꿈은 살레시오 수녀님에 관한 꿈으로서 특별히 양성이라는 민감한 문제와 지원자들의 식별에 관한 주제를 담은 꿈이다.

이러한 꿈들에서 흥미로운 것은 돈 보스코가 처음에 성모님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성모님께서 당신의 제자 돈 보스코를 헷갈리게 하고 시험하려는 듯이 마치 변장한 듯한 인상을 준다. 그렇지만 어려운 내용을 설명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숨겨진 내용을 설명해주시는 권위 있는 지침과 가르침 안에서 그 ‘평범한 듯한 여성’은 성모님으로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스스로 드러내신다. 꿈에서 나타나는 세 번째 양식의 성모님 모습은 모두 평범한 여성이고, 생계를 위해 일하는 여성으로서 삶을 위해 가르침과 지혜를 지닌 여인이다. 성모님께서는 복음에서도 늘 그렇듯이 일상의 삶을 비유로 변모시키면서 지혜로운 교육자로서, 스승으로서, 그리고 당신의 체험으로 가르치실 수 있는 분이다.

이러한 성모님의 지혜는 대단히 실용적이다. 루카복음은 이런 면을 잘 보여준다. 루카복음에서 성모님은 “끝까지 자기의 체험을 살아냈고, 성장과 함께 치열하게 내면화하였으며, 이 모든 것을 하느님의 계획에 내어드리면서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던’(루카 2,19.51) 여인이었다.” 마리아의 이러한 모습은 과거의 지난 일을 바탕으로 현재의 순간을 해석하는 이스라엘 지혜의 전통에 속한다. 이렇게 해야만 사건의 진정한 의미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깊게 공부하지 않은 마리아이지만 마리아는 이렇게 성경을 기억해냈고, 해석하였으며, 현재화해갔던 것이다. 이렇게 지혜를 지닌 마리아의 스타일은 그녀의 교육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리아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에게도 지식을 주입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본인이 관찰하고 경험하도록 안내하며, 그렇게 하여 경험한 것을 깊이 묵상하고 해석하도록 이끈다.

* 위에서 언급한 성모님의 모습과 우리 살레시오회의 사목적인 교육 방법론은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청소년을 대할 때 청소년 하나하나가 하느님의 고유한 길을 간직한 소중한 인격체로서 그가 스스로 자기의 길을 발견하도록 돕는가, 혹 나의 개인적인 가치관을 주입하거나 강요하지는 않는가?

생활력이 강한 평범한 여성, 실용적인 지혜를 지닌 여성, 하느님과 깊고도 건강한 관계를 지닌 여성, 일상을 천상과 연결시킬 줄 아는 여성인 마리아의 모습은 금방 맘마 마르게리타의 모습을 떠올리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그런 면에서 학자들은 돈 보스코의 카리스마와 사목활동의 발전에 미치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내용에서 맘마 마르게리타의 성모 신심을 함께 연관지어 같은 것으로 묘사하려는 데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 모두 잘 아는 대로 돈 보스코의 사목과 교육적 카리스마가 처음 드러난 아홉 살 꿈에서 어린 요한 보스코가 누구냐고 묻는 질문에 ‘품위 있는 남성’은 『…“나는 네 어머니가 하루에 세 번 인사드리라고 가르쳐 준 분의 아들이란다.” “제 어머니께서는 허락 없이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당부하셨어요. 그러니 당신의 이름을 말씀해주세요.” “내 이름은 나의 어머니께 여쭤보아라.”…』하고 답한다. 이처럼 성모님은 살레시오 교육학에서 맘마 마르게리타와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

<오라토리오 회상>에서 돈 보스코 역시 어머니 마르게리타가 성모님을 신뢰하라고 무척 강조했다는 사실을 기록한다. 이러한 어머니 마르게리타의 마음은 1835년 10월 30일 신학교로 떠나기 전날 아들 요한 보스코에게 하는 말로 여실히 드러난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떠나기 전날 저녁에 나를 따로 불러 놓고 잊지 못할 말을 했다. “요한아, 이제 너는 신학생 옷을 입었구나. 나는 한 어머니가 아들의 성공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온갖 위로를 다 맛보고 있단다. 그러나 너를 영예롭게 하는 것은 옷이 아니라 덕행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혹시 어느 날 네 성소에 의심이 든다면 제발 그 옷을 더럽히지 말고 즉시 벗도록 해라. 자신의 의무를 등한시하는 신부를 아들로 두느니보다는 차라리 가난한 농부를 아들로 두는 편을 나는 택하겠다. 네가 태어났을 때 나는 너를 성모님께 바쳤고, 네가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언제나 우리의 이 어머니를 사랑하라고 당부했었지. 요한아, 이제 나는 네게 완전히 그분의 것이 되라고 부탁하고 싶구나. 성모님께 대한 신심이 깊은 친구들을 사귀도록 해라. 그리고 신부가 되거든 네 주위에 성모님의 신심을 전파하도록 해라.” 이 말을 마쳤을 때 어머니는 감동에 젖어 있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어머니, 제게 해 주신 모든 말씀과 모든 일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어머니의 이 말씀 절대 잊지 않겠어요. 평생 보배처럼 간직하겠어요.” 다음 날 아침 일찍 나는 키에리로 떠났고 같은 날 저녁에 신학교에 도착했다.(돈 보스코 회상, 137-138쪽)』

맘마 마르게리타의 이러한 말보다도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은 그녀의 삶 자체가 성모님 신심에 관한 이상적인 모델이었다는 사실이다. 돈 보스코는 어머니 마르게리타의 모범으로 모든 그리스도인의 어머니요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자녀가 될 수 있었다. 어머니 마르게리타는 성모님처럼 아들 요한 보스코를 진지하면서도 부드럽게, 사랑하면서도 경건하게 가르쳤으며, 단호하면서도 시의적절한 절제와 섭리에 의존하는 법을 몸으로 제시하고 교육적 현존으로 가르쳤다. 아들과 어머니 간에는 상호 사랑과 신뢰의 원칙, 마음과 마음으로 통교하는 예방교육의 기초가 작동하고 있었다. 어머니 마르게리타는 아들 곁에 언제나 함께 있으면서도 간섭하지 않는 현존을 살았다. 돈 보스코는 몸소 『여러분에게 말해 두지만, 어머니는 나를 무척 사랑했고, 나는 어머니를 한없이 신뢰하였으므로 그분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분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모든 것을 살폈으며 내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셨다. 오히려 내게 무엇인가가 필요하면 그것을 마련해 주셨다.(돈 보스코의 회상, 55쪽)』이라고 당신의 어머니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맘마 마르게리타의 교육적인 행동과 모범은 어린 요한 보스코의 성장만이 아니라 발도코 오라토리오의 초창기 성장에도 결정적인 초기 영향을 미친다. 맘마 마르게리타는 거친 애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엄마의 자상한 손길이 필요한 그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인도해야 할지 아들 신부를 도와 구체적인 행동의 방식들을 몸으로 살아내는 모범이 된다.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아드님 예수와 함께 있으면서 언제 어떻게 아들에게 개입해야 할지를 알았던 성모님처럼 맘마 마르게리타도 돈 보스코의 교육적 삶에 그렇게 개입하는 현존을 살았다. 공적이고 정치적이며 법적인 모습으로가 아니라 아이들의 필요에 주의를 기울이며 상황과 사물에 주의를 기울이는 세심한 감수성으로 여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모성적 현존으로 실제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며 재우는 방식으로 아들 신부를 동반한다.

맘마 마르게리타가 처음 발도코에 온 것은 1846년 11월 3일이었다. 1856년에 68세로 선종하셨음을 볼 때 1863년의 코끼리 꿈은 이미 어머니 마르게리타가 계시지 않는 상황에서 꾼 꿈이다. 그 꿈을 이야기하는 돈 보스코는 도입 부분에서 『누가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것 같았다. 나는 즉시 일어나 문 쪽으로 갔다. 그런데 거기에는 6년 전에 돌아가신 내 어머니가 근심스러운 얼굴로 서 계셨다. “나오너라. 빨리 와서 보아라.” “무슨 일인데요?” 어머니는 계속하여 빨리 나와 보라고 하였다. 나는 서둘러 옥상을 올라가 보았더니 많은 아이가 놀고 있는 운동장에 몸집이 커다란 코끼리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빨리 내려가 봅시다.” 나는 급하게 소리쳤다.』라고 기록한다. 돈 보스코는 어머니 마르게리타의 개입이 없었다면 도무지 알 길이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어머니 마르게리타는 등장하지 않은 채 계속된 다음 꿈의 끝에서 『…모든 것이 사라지고 평상시의 성모상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러자 또다시 돌아가신 어머니가 나타나셨는데 ‘우리의 도움이신 마리아’라고 쓴 기를 높이 들고 계셨다. 소년들은 그녀를 따라 ‘Lodate maria o Lingue fedeli’의 노래를 부르며 행렬을 지어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행렬이 멀리 가기도 전에 그들의 노랫소리가 희미해지고 마침내 모든 것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채 눈을 떴다. 이것이 내가 꾼 꿈이다.』라고 말하면서 꿈의 서술을 마친다. 이처럼 돌아가신 어머니로 시작해서 어머니로 끝나는 꿈 안에서 성모님이 활약하신다. 성모님이 성모상으로 돌아간 다음에 어머니가 다시 등장한다. 어머니와 성모님의 역할 분담처럼 이 어머니와 저 어머니가 꿈을 이어서 진행하면서 교육적인 연속성이 두 어머니 안에 계속된다.

돈 보스코의 꿈에서 세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신 성모님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성모님의 세 차원(기품있는 여인, 성모님 성상, 양치기-평범한 여인)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돈 보스코에게 성모님은, 적어도 그의 꿈에서, 그저 어떤 성모님의 이미지로서만이 아니라 성모님의 모든 인격체를 지니신 실제 여성으로 등장한다. 돈 보스코의 삶에서 성모님은 그의 어머니 마르게리타처럼 실제의 사실적인 현존이었다.

5. 성모님의 반응과 동작이나 행동

돈 보스코의 꿈에서 성모님의 모성적 부드러움과 교육적인 보살핌을 보여주시는 몇 가지 내용이 공통으로 드러난다. 미소를 지으시고 부드럽게 바라보시며, 위로하시며 용기를 북돋우시고, 지침을 내려주신다. 필요하다 싶으시면 다소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하신다.(예, 코끼리 꿈) 어떨 때는 인내와 항구함으로 초대하시면서도 숨 가쁘게 얼굴이 달아오르시며 당신의 자녀들이 위험에 처할까 봐 주의하라고 외치기도 하신다. 성모님께서는 몹시 부드럽고 인자하시면서도 활력이 넘치는 어머니시다. 이는 성경에서 제시하는 참된 어머니가 지닌 공통의 이중성이기도 하다. 자녀에 대한 사랑은 한없는 자애로움이면서도 다른 한편에서 자녀를 위협하는 그 어떤 악이라도 이를 미워하고 이에 단호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악과 함께 공존할 수 없고 양립할 수 없는 선의 본능이다.

* 나는 자애로움과 단호함이 함께 하는 사랑을 균형 있게 지니려고 노력하는가?

이에 더하여, 돈 보스코의 꿈에서 성모님이 보여 주시는 몇 가지 특별한 교육적인 행동을 강조해 볼 수 있다. 특별하게 눈에 띄는 모습 중 하나는 돈 보스코에게 직접적으로 “보라guarda!”라고 하는 명령형으로 말씀하시는 모습이다. 이러한 말로 성모님께서는 돈 보스코에게 주의 깊게 관찰하고 살펴보라고 말씀하신다. 이러한 성모님의 초대는 예를 들어 장미꽃 길의 꿈이나 양치는 소녀에게서 보듯이 많은 경우 교육적 개입의 단초가 된다. 성모님께서는 돈 보스코에게 질문을 하고 자기 능력으로 그것을 해낼 수 있는지를 식별하도록 하며,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그 대답 이상의 것이 있다는 쪽으로 돈 보스코를 움직이게 한다. 그리고 끝에 가서 마리아는 짧은 몇 마디 말로 그가 실행해야 할 것을 분명하게 제시하신다. 성모님의 가르침은 위로와 안정감을 주면서도 뭔가 실제 행동에 옮겨야 할 것을 제시한다. 성모님께서는 당신의 제자인 돈 보스코의 옆에 늘 계시면서 그를 안내하고 이끄시면서도 그가 배워야 할 것은 반드시 배우도록 하신다. 성모님께서는 부드럽게 확실한 위로를 주시고 용기를 북돋아 주시면서도 믿음의 성장과 하느님의 뜻에 순종해야 할 것을 요구하신다. 성모님께서는 당신의 제자를 언제라도 마다하지 않으신다.

성모님의 또 다른 특징은 “망토를 펼친다”라는 행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망토’라고 하는 것은 돈 보스코와 살레시오회 안에서 상당히 깊은 연구의 잠재력을 지닌 이미지이다. 이에 대하여서는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우선 망토는 ‘빛난다.’ 그리고 망토는 성경에서 가져온 여러 표현으로 장식된다. 예를 들어 “나를 깨우치는 이는 영생을 얻으리라(Qui elucidant me vitam aeternam habebunt)”(집회 24,31-불가타 역) “나를 얻는 이는 생명을 얻고 주님(나)에게서 총애를 받는다.(Qui me invenerit inveniet vitam si quis est parvulus veniat ad me.”(잠언 8,35 참조. 잠언 9,4) “행복하여라 내 말을 듣는 사람(Beati qui custodiunt vias meas.-내 길을 지키는 사람)!”(잠언 8,32)와 같은 구절들인데, 이러한 성경 구절 외에도 ‘죄인들의 피난처(Refugium peccatorum)’, ‘믿는 이들의 구원(Salus credentium)’, ‘온갖 신심으로 충만하여(Plena omnis pietatis)’, ‘온유와 자비(mansuetudinis et misericordiae)’과 같은 기도나 청원의 내용이 적히기도 한다. 이와 같은 내용으로 성모님의 이름을 굳이 거명하지 않더라도 망토를 펼치시는 분이 성모님인 것을 직접적으로 알게 해 주며 그분의 망토 아래 피난처를 얻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알게 해 준다.

사실 성모님의 망토 아래 피신하는 이들은 프랑스에 있던 살레시오 집들처럼 적敵의 올무에서 벗어나게 되고, 오라토리오의 아이들처럼 난폭한 코끼리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코끼리 꿈에서는 친구들이 다친 아이들을 성모님의 망토 아래에 옮겨놓자마자 치유를 받는다. ‘베일’이라고도 불리는 성모님의 망토는 청소년들을 같은 친구들의 사도나 신학생, 혹은 교육자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는 돈 보스코에게 성모님의 망토는 함께 사는 청소년들을 위하여 하느님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성모님의 효과 충만한 중재, 곧 끊임없이 새로운 선물로 부어주시는 성령의 충만한 은총, 치유하시고 변화하도록 하시는 은총, 온갖 유혹으로부터 보호하시는 은총, 죄와 속박으로부터 해방하시는 은총, 오로지 예수님만을 따르는 은총의 중재를 얻는다.

이렇게 특별한 마리아의 모성적 중재를 체험한 돈 보스코는 온갖 은총에 예민한 감수성으로 성숙해 갔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특별한 체험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다스림을 놓치거나 감히 잊은 적이 있었다는 말은 아니다. 돈 보스코는 은총의 원천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의 광채로 빛나는 마리아의 중재로 충만한 은총을 얻었다.

* 나에게는 성모님의 ‘망토 체험’(피신과 보호)이라고 할 수 있는 체험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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