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그다음 이야기(요한 8,1-11)

예수께서는 고개를 드시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하시고 다시 몸을 굽혀 계속해서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셨다. 그들은 이 말씀을 듣자 나이 많은 사람부터 하나하나 가버리고 마침내 예수 앞에는 그 한가운데 서 있던 여자만이 남아있었다. 예수께서 고개를 드시고 그 여자에게 그들은 다 어디 있느냐? 너의 죄를 묻던 사람은 아무도 없느냐?” 하고 물으셨다. “아무도 없습니다, 주님.” 그 여자가 이렇게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어서 돌아가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하고 말씀하셨다.(요한 8,7-11)

돌로 쳐죽임을 당할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났으나 공개적으로 사회적인 매장을 당한 처지에서 오갈 데가 없고 의지할 데가 없는 타마르와 같은 여인들에게 당시 유다 사회에서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 과연 그녀에게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시장으로 연결된 마을 광장 한쪽 구석에서 생활 자기 그릇 공방을 운영하고 있던 착한 마티아스는 간음하다가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잡혀 끌려온 여인과 나자렛 예수, 그리고 군중 사이에 벌어지고 있던 모든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손에 돌을 쥐고 흥분했던 군중은 조용히 떠났고, 눈물을 흘리는 타마르와 예수님 간의 대화가 들렸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라는 예수님 말씀이 들릴 때는 이제부터 그녀가 매춘 대신 제 손으로 땀 흘려 일하는 명예로운 방식으로 돈을 벌어야 할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눈물을 훔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가게 앞을 지나는 타마르를 보면서 마티아스는 참지 못하고 여인에게 말을 걸고 말았다. “이봐요, 젊은 아가씨, 저는 나자렛 예수께서 당신에게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하는 말을 들었고, 마을에서 그리 명예롭지 않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당신에 대해 진즉부터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이에 타마르는 마티아스를 바라보며 “맞아요. 지난번 마을에서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지가 얼마 되지는 않았지요. 그런데 이제 저는 어떡하죠? 다시 어디로 가야 하죠?”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 말을 들은 마티아스는 “저는 제 아내와 함께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마티아스라고 합니다. 마침 주문이 많아서 일손이 필요하던 참인데, 괜찮으면 이런 일이라도 한번 해볼래요?”하고 말했다.

그렇게 한번 살아보겠다는 타마르의 말을 들은 마티아스는 타마르와 함께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살림집으로 가는 골목길로 들어섰다. 몇 발자국 안 가서 허름한 이층집 대문을 열고 나오는 아내 사라이와 마주쳤다. 사라이는 골목 어귀의 공터에서 거실 바닥에 깔았던 카펫을 털려고 나오던 참이었다. 문제의 그 여인과 함께 오는 마티아스를 본 사라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티아스의 얘기를 들으면서는 부둥켜안고 있던 카펫을 땅바닥에 떨어뜨릴 뻔하기도 했지만, 오지랖 넓은 남편의 터무니없는 계획이 가끔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던 사라이는 남편의 계획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타마르는 1층 입구, 바로 이틀 전 새끼 다섯 마리를 낳은 메히터블이라는 엄마 개의 대가족 옆 조그만 문간방에 잠자리를 얻었다. 사라이는 메히터블이 사람을 잘 가리고 낯선 사람을 쉽사리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때론 사납게 짖기도 하고 으르렁거리며 수상한 이들을 쫓아내기도 하는 메히터블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메히터블은 타마르를 다소곳이 받아주었다. 심지어는 타마르가 새끼를 만지는 것마저도 용납해주었다. 메히터블 덕분에 타마르는 무사히 그 가정에 정착할 수가 있었다.

타마르는 새로운 일이 힘들기는 해도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마티아스 가족도 참 선하고 좋은 가족임이 틀림없지만, 부인 사라이가 자기에게 완전히 경계심을 내려놓기에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타마르는 온통 흙범벅이 되어야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좋은 기회이고 사람들에게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하루의 힘든 일과를 끝내고 쉬던 순간에 갑자기 화재가 발생했다. 집 뒤쪽으로 연결된 그릇을 굽는 가마에서 불을 꼼꼼하게 챙기지 않은 마티아스 탓이었다. 화덕에서 번진 불이 순식간에 집으로 옮겨 붙었다. 메히터블은 연기 냄새를 맡자마자 격렬하게 짖으면서 가족들에게 비상 상황을 알렸다. 소매를 물어 잡아당기는 메히터블의 성화에 잠에서 깬 타마르는 급하게 강아지들을 챙겨 집 밖으로 우선 몸을 피했다. 타마르는 아직 마티아스와 사라이가 2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난간 쪽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타마르는 서둘러 두꺼운 모포 자락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늘여 잡고 마티아스와 사라이에게 뛰어내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순간 마티아스와 사라이는 불길에서 벗어나려면 타마르를 믿고 무조건 뛰어내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마티아스가 뛰어내렸고, 뒤이어 사라이가 뛰어내렸다. 모포가 찢어지면서 다소 상처가 났지만 둘은 무사했다. 곧바로 우지끈 소리를 내며 집이 폭삭 무너져 내렸다.

다음날 마티아스는 정신을 차려 살펴보고 수습에 나섰다. 그동안 벌었던 돈과 함께 다시 힘든 여정이 필요하겠지만 둘보다는 셋이어서 훨씬 빨리 복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섰다. 마을 사람들도 위로와 힘을 보태주었다. 차제에 가게와 가마도 다시 손보기로 했다. 얼마 안 가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정리되었다. 작업장을 겸한 더 멋있는 가게와 가마, 산뜻한 집이 마련되었다. 가게는 다시 번창했고, 마당은 늘어난 강아지 화재경보기 식구들로 분주했다.

예수님께서 타마르에게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말고 살라”고 하신 말씀 뒤에는 과연 어떤 계획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일까? 예수님께서 땅바닥에 쓰고 계셨던 내용에는 타마르가 의탁해야만 했던 안전한 장소, 생계를 위한 직업을 넘어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긴 여정이 이미 포함되어 있었던 것일까?(*글의 모티브와 이미지-제릴린 펠톤Jerilyn E. Felton의 글, ‘Go and sin no more.’ Now what?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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