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보스코의 영명축일과 살레시오회

돈 보스코로부터 현재까지의 역대 총장들

「지역 공동체든 관구 공동체든 원장과 관구장을 중심으로 모여 형제적 일치의 표지와 감사의 표현으로 매년 공동체의 날을 지낼 것이다.(회칙 42항)」라는 규정에 따라 살레시오회에서는 매년 ‘관구 공동체의 날’이라는 것을 지낸다. 살레시오 수녀회에서 ‘관구 감사 축일’이라고 불리는 날이다. 이는 창립자이신 돈 보스코를 기억하고, 그의 후계자인 총장 신부님께 감사를 드리며, 같은 아버지를 둔 형제들이 서로에게 감사를 드리는 날로서 살레시오 가족 안에서 이날의 기원은 특별히 돈 보스코의 영명축일과 연결되어있다.

돈 보스코의 이름인 ‘죠반니 보스코’에서 세례명이 된 ‘죠반니’는 세례자 요한일까, 아니면 사도 요한일까? 달리 말하자면 돈 보스코의 영명축일이 6월 24일일까, 12월 27일일까?

돈 보스코를 기억하거나 그의 생애를 기록한 이들 중 많은 이들이 6월 24일 세례자 요한 축일이 돈 보스코의 영명축일이었다고 기록하고, 그러한 전통은 살레시오 가족 안에서 실제 여러 형태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은혜에 감사하는 작은 하트: (1849년) 6월 24일은 성 요한 세례자 탄생 축일, 즉 돈 보스코의 영명축일이었다. 카를로 가스티니와 펠리체 레빌리오는 어려운 시기이지만 돈 보스코에게 조그만 선물을 하기로 하고, 몇 달 전부터 비밀리에 이 일을 추진했다. 그래서 빵을 절약했고 적은 심부름 값을 소중하게 모았다. 그러나 상점 진열장에 적혀 있는 물건들의 값은 엄청나게 비쌌다. 무엇을 살 수 있을까? 결국, 그들은 사람들이 받은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 성모님께 흔히 바치는, 은으로 된 두 개의 조그만 하트를 선물하기로 했다. 엉뚱한 선택이지만 이 선물은 기발하고 감격스러운 것이었다. 축일 전날 모든 소년이 잠자리에 들었을 때, 두 소년은 돈 보스코의 방문을 노크했고, 방에 들어가서는 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것을 돈 보스코에게 내밀었다. “다음 날 아침, 돈 보스코는 아이들 사이에 질투의 감정을 일으키지 않는 방식으로 모두에게 그 선물에 대해 알렸다.”라고 레뮈엔 신부가 기록했다.(테레시오 보스코, 돈 보스코, 돈보스코미디어, 2014, 374쪽)라는 기록에 따르면 돈 보스코의 영명축일은 의심할 여지 없이 6월 24일이다.

살레시오 수녀회에서는 「그의 이름의 날에 돈 보스코에게 딸들의 선물을 가져다주기 위해 토리노로 가는 데 늘 함께했다.(Chron. 5, p.36)」라는 기록에서 보듯이 총장 수녀와 총평의회 구성원들이 돈 보스코의 후계자를 방문하는 관습도 있어왔다. 수녀님들의 편년사에는 1885년 축일 전날에 선물한 선물 중 「롤리니가 실물 크기로 그린 맘마 마르게리타의 유화 초상화가 눈에 띄었다」라는 기록도 있는데, 돈 보스코는 이를 잘 살펴본 후 ‘정말 그녀입니다,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단지 말씀이 없을 뿐입니다.’라고 감격에 겨워 외쳤습니다.(라제로 신부가 칼리에로 주교에게 보낸 편지, 1885년 7월 3일)」라는 내용을 전달해 준다. 날짜로 보아 분명 6월 24일에 돈 보스코의 영명축일을 지냈던 것이라고 보인다.

이렇게 분명한 근거와 살레시오회의 관습이 되다시피 한 돈 보스코의 영명축일은 과연 세례자 요한 축일이었을까? 혹시 세례자 요한이 아닌 사도 요한이 돈 보스코의 영명축일은 아니었을까? 만약 사도 요한이었는데, 세례자 요한으로 영명축일을 지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Nomen omen’, 이 말은 직역하면 ‘이름은 징조’ 정도에 해당하는 로마인들의 표현으로서 누군가의 이름이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운명에 관하여 무엇인가를 드러내 준다는 뜻이다. 한 분은 예수님의 선구자요 다른 한 분은 사도로서 나란히 초대 교회의 초석이 된 두 분 중 돈 보스코는 과연 어느 분의 이름을 딴 것일까? 그에 관한 사료적인 증거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돈 보스코의 삶과 그의 카리스마에 어느 이름이 더 상징적인 의미를 드러낼까? 어느 이름을 땄든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여 그저 일상적인 매너리즘에서 혹시 이를 간과한 것은 아닐까?

참고로, 프란체스코 보스코와 마르게리타 오끼에나 사이에 태어난 마지막 아들인 돈 보스코는 그가 태어난 다음 날인 1815년 8월 17일에 카스텔누오보 본당에서 ‘죠반니 멜키오레Giovanni Mel-chiorre’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그의 아버지 족보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1627년에 죠반니 보스코Giovanni Bosco라는 이가 키에리에서 혼인을 했고, 그의 자녀 중 죠반니 프란체스코가 있었으며, 그의 아들에는 죠반니 피에트로(돈 보스코의 고조 할아버지)와 다시 죠반니 프란체스코(돈 보스코의 할아버지)가 있었다.(S.Caselle, Cascinali e contadini in Monferrato. I Bosco di Chieri nel secolo XVII, LAS, Roma 1975) 어머니 쪽에서는 죠반니 미켈레 오키에나(Giovanni Michele Occhiena, 1727~1798년, 돈 보스코의 외증조 할아버지)가 있고, 거기서 돈 보스코의 외할아버지인 멜키오르 마르코가 이어진다. 어머니 마르게리타 오키에나와 남매(돈 보스코의 이모)인 마리안나라고 불리는 죠반나 마리아가 있고, 어머니가 태어나기 전 이미 죽었던 오빠로서 죠반니 미켈레가 있다.(A.J. Lenti, Don Bosco. History and Spirit. I. Don Bosco’s Formative Years in histori-cal Context-edited by A. Giraudo, LAS, Roma, 2007, 183) 이렇게 해서 프란체스코 보스코의 두 번째 아내였던 마르게리타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첫째를 쥬셉페라고 불렀고 미래의 돈 보스코인 둘째를 죠반니라고 불렀다. 보다시피 양가 모두에는 ‘죠반니’라는 이름이 늘 있었다.

한편, 돈 보스코의 후계자가 되었던 미켈레 루아 신부는 1889년 12월 27일 복음사가이자 사도인 성 요한 축일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들에게”로 시작하는 회람 서한에서 “사랑의 사도 축일이자 사랑하는 우리 아버지의 영명축일인 오늘…”이라는 결정적인 기록을 남긴다.(Lettere circolari di Don Michele Rua ai Salesiani, Direzione Generale delle Opere Sa-lesiane, Torino 1965, 42) 어찌 된 일일까? 어떻게 해서 6월 24일 세례자 요한의 축일이 돈 보스코의 영명축일이 된 것일까? 이를 두고 돈 보스코의 전기 작가였던 레뮈엔Giovanni Battista Lemoyne 신부는 「돈 보스코에게는 세례 때 사도 요한이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그렇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선구자인 세례자 요한 축일은 당시 토리노 지역에서 큰 인기가 있었고, 그날에 불꽃놀이나 폭죽으로 이를 기념하기도 하면서 돈 보스코와 함께 지내던 아이들도 이날을 돈 보스코의 축일이라고 여겨 성가를 부르거나 박수를 치면서 돈 보스코에게 꽃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돈 보스코는 이를 그냥 그대로 놓아두었고, 이는 돈 보스코 생애 내내 계속되었다.(G.B.Lemoyne, Memorie biografiche di Don Giovanni Bosco, vol. II, 491-492 = MB II 491-492)」라고 친절하게도 이를 설명하여 기록으로 남긴다.

그렇게 하여 자연스럽게 돈 보스코의 영명축일이 6월 24일이 되었는데, 사람들은 돈 보스코 생애 마지막 해였던 1887년에 가서야 그의 진짜 영명축일인 12월 27일에 공개적인 그의 영명축일을 거행하고 싶어 했다. 다사다난했던 1887년의 여러 일을 기록하고 있는 돈 보스코 전기(MB) 제18권에서 체리아 신부는 이를 특별하게 기억한다. 「성탄 축일 이후에 오라토리오에서는 특별한 일이 있었다. 사도 요한의 축일에 공방의 모든 식구가 돈 보스코의 진짜 축일을 기념하기로 처음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래서 모든 작업장에서 돈 보스코 앞으로 아이들 서명 하나하나와 함께 책임자나 조력자들까지 서명한 내용이 전달되었다.(MB XVIII 270)」

돈 보스코의 대가였던 피에트로 브라이도 신부 역시 “돈 보스코의 진짜 영명축일은 복음사가 요한이었다.”라며 이를 증언한다.(P.Braido, Don Bosco prete dei giovani nel secolo delle libertà, vol. II, LAS, Roma 2003, 215)

*참조한 글: Morand Wirth, IL VERO ONOMASTICO DI DON BOSCO-Anità e devozione all’apostolo Giovanni, Salesianum 80, 2018년, 87-108쪽(https://it.readkong.com/page/il-vero-onomastico-di-don-bosco-affinita-e-devozione-1650709)

One thought on “돈 보스코의 영명축일과 살레시오회

  1. 아이들이 무안하지 않도록 그대로 축하를 받으신 돈보스코의 사랑이 전해지네요. 역시 우리의 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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