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대는 그리스도인에게 많은 기도와 보속補贖, 그리고 자선을 요구한다. 누구나 나름대로 고통과 시련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하는 삭막한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이 세상은 영적인 수련과 단련으로 예수 그리스도께로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이럴 때 아씨시의 빈자貧者 성 프란치스코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이 된다. 성인에 관한 전설적인 일화들을 담은 책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묵상의 꼬투리를 던져준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성 프란치스코의 잔 꽃송이(Little Flowers of Saint Francis)>로 알려졌으며 아직도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다. 원래 62장으로 된 이 책은 1270~1340년 사이에 살았던 우고리노라는 형제가 “Actus St, Francisci et Sociorum”이라는 제목으로 라틴어로 된 책에 최초로 수록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음은 우리말 책에서 제8장에 수록한 “참된 기쁨(Perfect Joy)”에 관한 일화를 영어본에서 옮겨온 것이다.
가장 성스러운 성덕의 모범이 되어도, 이적과 기적을 행하여도, 현명하고 예언자적인 통찰력을 발휘하며 영혼의 비밀까지 밝힌다 해도, 천지 만물의 조화와 우주의 원리나 인간을 꿰뚫어 보며 천사의 노래를 한다고 해도, 심지어는 모든 인간을 회심으로 이끄는 설교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완전한 기쁨은 아니라고 성인은 말한다. 이에 레오 형제가 완전한 기쁨이 무엇인지를 묻자 성인은 문지기가 사악한 사기꾼이나 강도처럼 몰아붙이고 욕설과 폭력으로 대하는 데도 이를 인내와 겸손으로 참아 받으며 십자가에 달린 주님을 향한 사랑으로 그분의 고통을 생각하고 그분 십자가의 은총을 나눌 수 있다면 그때 그것이 바로 완전한 기쁨이라고 울면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설명한다. 성인은 혹독한 고통이라 하더라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모든 고통을 참아 받아 사랑의 행위가 될 때 완전한 기쁨에 이르는 은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은총이니 자랑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리스도인의 기쁨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하나에 색다른 하나를 추가하는 것도 아니다. 기쁨은 오직 십자가에서 오며 사랑에서 온다. 크나큰 상실 중에도 은총 안에서 차오르는 기쁨이다. 주님과 나만이 알고 세상 그 누가 몰라도 상관없는 기쁨이다.
일화에서 성 프란치스코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레오 수사(~1271년)는 아씨시 출신으로서 프란치스코 성인의 말년을 동반했던 고백 신부이자 가장 충실하고도 첫 번째였던 형제로 알려지며, 성인의 사후 성 프란치스코 규칙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저항했고, 포르치운콜라Porziuncola에서 선종하였으며, 오늘날 프란치스코 성인이 묻혀있는 대성당 지하 묘소에 함께 묻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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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추운 겨울날 성 프란치스코는 레오 형제와 함께 페루지아에서 포르지운콜라로 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그들은) 가난했으므로 추위에 몹시 고생해야만 했다.
어느 순간 프란치스코 성인이 레오 형제에게 말했다: “만약 하느님께서 ‘작은 형제들(수도자들)’에게 온 세상 모든 사람에게 성덕의 위대한 모범을 보여야만 한다고 하시고 (설령 그렇게 했다손 치더라도), 이것이 반드시 ‘완전한 기쁨’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록해 두십시오.”
좀 더 길을 간 뒤에 프란치스코 성인이 레오 형제에게 (다시) 말했다. “만약 작은 형제들이 절름발이를 걷게 하고, 뒤틀린 이를 똑바로 펴며, 악령들을 쫓아낼 수 있고, 눈먼 이를 보게 하며, 말 못 하는 이를 말하게 하며, 죽은 지 나흘이나 지난 이를 살아나게 한다고 해도, 이런 것이 완전한 기쁨은 아니라는 것을 주의 깊게 적어놓고 잘 기록해 두십시오.”
(그리고) 얼마쯤 있다가 곧 프란치스코 성인이 레오 형제에게 말했다: “만약 작은 형제들이 모든 언어를 말할 수 있고, 모든 학문에 정통하며, 기록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고, 미래를 예언할 수 있으며, 모든 영혼의 비밀을 밝힐 수 있다고 해도 이런 것이 완전한 기쁨은 아니라고 주의 깊게 적어놓고 잘 기록해 두십시오.”
몇 걸음을 더 걷다가 프란치스코 성인이 울면서 “레오 형제, 하느님의 작은 자여! 작은 형제들이 천사처럼 노래하고, 별들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으며, 모든 동물이나 새들, 물고기나 식물, 돌이나 나무, 그리고 모든 사람에 관하여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이것이 완전한 기쁨은 아니라는 것을 주의 깊게 적어놓고 잘 기록해 두십시오.”
마침내 프란치스코 성인이 울면서 다시 “레오 형제, 작은 형제들이 설교로 모든 인간을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으로 회심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이것마저도 완전한 기쁨은 아니라는 것을 제발 주의 깊게 적어놓고 잘 기록해 두십시오.”
이런 식으로 대화가 계속되면서 몇 마일의 길을 계속 걷다가 이러한 말씀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레오 형제가 “프란치스코 사부님, 완전한 기쁨에 관하여 가르쳐주시기를 청합니다.”라고 말하였는데, 이에 프란치스코 성인은 “우리가 포르지운콜라에 도착하고 비에 흠뻑 젖어서 추위에 떨고 진창으로 범벅이 되어 배가 고파 기진맥진하게 되면, 그래서 우리가 수도원의 문을 두드렸는데도 현관지기가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우리더러 가난한 사람들의 것을 훔치거나 세상을 속이려는 (거지나) 사기꾼이라고 우리를 취급하면서 우리에게 문을 열어주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우리를 문밖에 눈비 아래 버려두어 추위와 배고픔으로 고통을 받고 불의와 매정한 처사를 아무런 불평도 없이 참아 받을 수 있다면, 그래도 우리가 믿음과 사랑, 겸손으로 현관지기가 우리를 알아보면서도 거부한 것이 하느님께서 그에게 그렇게 일러주신 것 때문이라고 여길 수 있다면, 사랑하는 나의 레오 형제, 이것이 완전한 기쁨이라는 것을 부디 주의 깊게 적어놓고 잘 기록해 두십시오.”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성인이 “레오 형제, 우리가 다시 문을 두드리고 현관지기가 몽둥이와 욕설로 우리를 내쫓으면서 우리를 강도나 다른 범죄자로 취급하는데도 우리가 이를 인내롭게 불평 없이 받아들이고, 그래도 우리가 믿음과 사랑, 겸손으로 현관지기가 우리를 알아보면서도 거부한 것은 하느님께서 그에게 그렇게 이르신 것 때문이라고 여길 수 있다면, 사랑하는 나의 레오 형제, 이것이 비로소 완전한 기쁨이라는 것을 부디 주의 깊게 적어놓고 잘 기록해 두십시오.”라고 다시 말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한 번 더 “우리가 추위와 배고픔에 떨면서 문을 다시 두드리면서 현관지기를 다시 불러대며 눈물로 제발 문 좀 열어주어 하느님 사랑의 피난처를 허락해달라고 호소할 수 있다면, 그런데 문지기가 더더욱 화를 내며 못된 불량배들이라고 부르면서 몽둥이질을 해대고 우리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서 눈 바탕에 뒹굴면서 얻어맞더라도 아무런 불평 없이 이를 참아 받고 십자가에 못 박히신 우리 주님의 고통을 생각할 수 있다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레오 형제여, 이것이 바로 비로소 완전한 기쁨이라는 것을 부디 주의 깊게 적어놓고 잘 기록해 두십시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프란치스코 성인이 말했다: “레오 형제, 부디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예수님께서 성령을 통하여 당신 친구들에게 주시는 모든 은총 중에서 으뜸은 그분을 사랑하여 자신을 극복하면서 모든 경멸, 모든 불편, 모든 상처, 모든 고통을 기꺼이 참아 받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또 다른 은총도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므로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 ‘누가 그대를 남다르게 보아줍니까? 그대가 가진 것 가운데에서 받지 않은 것이 어디 있습니까? 모두 받은 것이라면 왜 받지 않은 것인 양 자랑합니까?’(1코린 4,7)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기억하십시오.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말미암아 내 쪽에서 보면 세상이 십자가에 못 박혔고 세상 쪽에서 보면 내가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갈라 6,14)라고 다시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십자가의 고난과 고통으로 우리는 영광을 드릴 수 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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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 Francis Explains Perfect Joy
Introduction
These troubled times call us time and again to prayer, penance, and almsgiving. It is a time to grow closer to Christ Jesus through spiritual exercise and discipline; and through the inspiration and intercession of the saints. In this spirit, we turn again to Saint Francis of Assisi for guidance. In this story from the Little Flowers of Saint Francis (the 13th century series of legends about the Poor Man from Assisi), we read how Francis explains “perfect joy” to Brother Leo, one of his first and most faithful followers. Like Saint Francis, let us find joy in our smallness, in practicing patience and humility, and in understanding our complete dependence on the Lord. Amen!
A Story of the Poor Man of Assisi
On a cold winter’s day, Saint Francis walked with Brother Leo from Perugia to the Porziuncola. Because of their poverty, they suffered much in the cold. At one point, Saint Francis said to Brother Leo: “If God desired that the Friars Minor should serve as a great example of holiness to all people in all lands, please write down that this would not be perfect joy.” At some point later in their journey, Saint Francis said to Brother Leo: “If the Friars Minor could make the lame walk; if we could straighten the crooked; if we could chase away demons; if we could give sight to the blind and speech to the dumb; and even if we could raise the dead after four days, please write down and note carefully that this would not be perfect joy.”
Soon after, Saint Francis said to Brother Leo: “If the Friars Minor could speak every language; if they knew everything about science; if they could explain all the scriptures; if they could predict the future and reveal the secrets of every soul, please write down and note carefully that this would not be perfect joy.” After a few more steps, Saint Francis cried: “Brother Leo, little one of God! If the Friars Minor could sing like angels; if they could explain the movements of the stars; if they knew everything about all animals, birds, fish, plants, stones, trees, and all men, please write down and note carefully that this would not be perfect joy.” Finally, Saint Francis cried again: “Brother Leo, if the Friars Minor could preach and thus convert every person to faith in Christ, please write down and note carefully that even this is not perfect joy.”
When this manner of discourse lasted for several miles, Brother Leo, who had been thinking about these sayings, asked: “Father Francis, I pray that you will teach me about perfect joy.” Saint Francis answered: “If we arrive at the Porziuncola and if we are drenched with rain and trembling with cold, covered in mud and exhausted from hunger; and if we knock on the convent gate; and if we are not recognized by the porter; and if he tells us that we are impostors who seek to deceive the world and steal from the poor; and if he refuses to open the gate; and if he leaves us outside, exposed to the rain and snow, suffering from cold and hunger; then if we embrace the injustice, cruelty, and contempt with patience, without complaining; and if we believe in faith, love, and humility that the porter knew us but was told by God to reject us, then, my dear Brother Leo, please write down and note carefully that this also is perfect joy!”
Saint Francis then said: “Brother Leo, if we knock again and if the porter drives us away with curses and blows; and if he accuses us of robbery and other crimes; and if we embrace this with patience without complaining; and if we believe in faith, love, and humility that the porter knew us but was told by God to reject us again, then, my dear Brother Leo, please write down and note carefully that this is finally perfect joy!” Saint Francis said once more: “If urged by cold and hunger, we knock again; if we call again to the porter; if we plead to him with many tears to open the gate and to give us shelter out of love for God; and if he returns more angry than ever; and if he calls us annoying rascals and beats us with a knotted stick; and if he throws us to the ground, rolls us in the snow, and beats us again with the knotted stick; and if we bear these injuries with patience without complaining; and if we think upon the sufferings of our Blessed Crucified Lord, then, most beloved Brother Leo, please write down and note carefully that this, finally, is perfect joy!”
Finally, Saint Francis said: “Brother Leo, please listen to me. Above all gifts of the Holy Spirit, that Christ Jesus gives to his friends is the grace to overcome oneself, to accept willingly, out of love for Him, all contempt, all discomfort, all injury, and all suffering. In this and all other gifts, we ourselves should not boast because all things are gifts from God. Remember the words of Saint Paul: ‘What do you have that you did not receive from God? And if you did receive it, why do you boast as if it were not a gift (1 Corinthians 4:7)?’ But in the cross of afflictions and suffering, we truly can glory because as Saint Paul says again: ‘May I never boast of anything except the cross of our Lord Jesus Christ, by which the world has been crucified to me, and I to the world (Galatians 6:14).’ Amen.”
About Brother Leo
Brother Leo (d. 1271) is remembered as the friend, secretary, and confessor of Saint Francis. Although little is known about his early years, Brother Leo was one of the first followers of Saint Francis and became especially close to him during the last years of the saint’s life. After the saint’s death, Brother Leo resisted efforts to relax the disciplines of the Rule of Saint Francis. He died at the Porziuncola as a very aged and holy man. Brother Leo is buried in the crypt of the Basilica of Saint Francis, one of four friars whose graves surround the tomb of the saint.(*영어본과 이미지 출처: https://assisiprojec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