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비鼻

‘코 비鼻’라는 글자는 「코 모양을 그린 ‘스스로 자自’와 소리부인 ‘줄 비畀’로 구성된 형성자인데, 自가 원래 의미인 ‘코’를 나타내지 못하고 일인칭 대명사로 쓰이게 되자 소리부를 더하여 분화한 글자이다. 이 글자와 함께 구성된 글자는 모두 ‘코’와 관련된 의미를 담는다. 鼻자에 쓰인 畀자는 ‘주다’라는 뜻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기에서는 단순히 코와 폐를 연결하는 기관을 묘사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鼻자는 숨을 들이쉬는 코와 폐를 함께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이미지와 내용 참조. 하영삼, 한자 어원사전, 383쪽 및 네이버 한자 사전)」

사람 얼굴의 중심부를 이루는 귀·눈·입·코, 곧 이목구비耳目口鼻가 반듯해야 하는데 오랜 세월 본의 아니게 그러지 못했다. 그중에 코는 중심 중의 중앙인데 그 녀석이 내 성격만큼이나 비뚤어져 있었다. 비뚤어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아예 한쪽이 막힌 채로 60년 가까운 세월을 그렇게 살았다. 분명 막혔다는 사실을 인식하였고 불편하였으면서도 너무 오랜 세월이라 아예 그러려니 하면서 그냥 살았다. 그러다가 계기가 되어 이번에 ‘수술’이라는 것을 하였다.

수술 침대에 실려 천장에 여러 밝은 등이 달린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런 수술실에 들어가 본 것도 처음이라 다소 어리둥절한 채로 엉겁결에 수술을 ‘당했다’고나 할까? 나에게 더 나은 새로운 삶을 선물해 주시려는 의사 선생님과 의료진들의 의도와는 달리 일정 기간을 양쪽 코가 막힌 채 입으로만 숨 쉬어야 한다는 과정이 몹시 힘들었다. 부어있는 얼굴 중심부와 함께 입이 마르고 입술이 트면서 막힌 콧구멍에 거즈를 받쳐 흘러내리는 내용물, 그리고 코와 연결된 눈을 통해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쉴 새 없이 닦아내야만 한다는 사실이 깔끔한 체를 하는 나로서는 스스로 보기에도 추했을 뿐만 아니라 못마땅했다. 코가 막혀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어눌한 목소리로 간호사 선생님께 수술은 코를 했는데 눈에서 눈물이 왜 나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이들은 피눈물이 나오기도 하는데 다행히 피눈물은 아니라며 위로해주었다. 덕분에 강요된 눈물도 많이 흘렸다.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답답함과 시원스레 코를 풀고 싶은 강렬한 욕구, 입으로만 하는 재채기 속에 시간이 며칠 더 흐르고, 경이로운 현대 의료기기들의 활약과 의료진들의 자상함으로 두 번의 외래 진료와 처치를 통해서 어제 모든 약물과 삽입물들을 제거하고, 나로서는 급한 성격에 큰 인내를 요구했던 과정을 마쳤다.

아침 식사 때 형제들이 이제 뇌에 산소 공급이 더 원활해져서 더 영리해지지나 않을까, 그러다가 아마 치매도 급속도로 빨리 오지나 않을까를 우스개로 걱정했다.

밭에서 일하는 소가 자기 힘만 믿고 쇠고집을 부리기 전에 코를 뚫어 코뚜레를 끼워 길들여야 한다는데, 부릴 고집이 있다가도 없어질 나이에 코를 뚫었고 꿰맸다. 비뚤어진 코를 바로잡는 것이 아니고 코를 뚫는 것이어서 성격이 바로잡아질 리는 없을 터이지만, 일단 코를 뚫기라도 하였으니 제 고집대로 살지 않도록 나도 길이 들까?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라고 하였다. “하느님의 영”(창세 1,2)이 사람들과 만물의 코에 생명의 숨을 다시 한번 불어넣으시어 살았어도 죽은 것들이 아닌, 살아서 산 진정한 생명체들이 되도록 축복해 주시기를, 특별히 사람의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기 위해 의료 봉사를 하시는 분들의 신성한 소명에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청한다.

2 thoughts on “코 비鼻

  1. 이 더운 여름에 수술하셔서 고생하시네요. 더 늦기전에 발견 해서 하신건 좋은것 같은데요. 당분간 코 안에 실리콘을 넣어 숨쉬기 곤란하시겠지만 1주 좀 지나 빼면 좋으실 거예요.

    저도 작년 목검사 갔다 엉뚱하게 코에 혹을 발견하고 비슷한 수술을 했지요. 눈에서 피눈물… 나오더라구요. 1년이 지나서 확인검사도 받고 다 정상이란 확인도 받았는데…. 해마다 검사는 할것 같아요.

    빨리 완쾌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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