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봄이 오려고 그랬는지 지난겨울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병원 신세를 졌다. 별로 술을 많이 먹고 살았던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뱃속에 궤양도 심하고 혹도 하나 생겼다 해서 그것을 치료도 하고 도려내어 버리고 왔다. 사는 곳이 아름답고 깨끗한 이곳 춘천이니 공해 핑계할 것은 없고, 무자식 상팔자고 돈 벌 걱정 아니해도 되니 스트레스받을 일은 더욱 없고, 처자식 없는 것이

마태 26,14-27,66(주님 수난 성지 주일 ‘가’해)

예수 부활 대축일 전 한 주간을 ‘성주간聖週間’이라고 한다. 성주간 동안 전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 죽음을 기억하고 묵상하며 주님 부활을 맞이하도록 이끌어 준다. 따라서 교회 전례에서 성주간은 전례의 정점을 이루며, 가장 거룩한 시기이다. 성주간을 지내는 관습은 예루살렘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3세기 무렵에는 예수 부활 대축일 전 금요일부터 예수 부활 대축일 아침까지 3일 동안을 성주간으로 지냈는데 지금과

언제·어디서·누구에게나 돈 보스코-반려동물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 돈 보스코 ​돈 보스코에게는 위험에 처했을 때마다 신비스럽게도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던 큰 개가 한 마리 있었다. 돈 보스코는 마지막 장을 이 개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 자신의 회상록을 마감한다. 개의 이름은 이탈리어나 영어의 grey(회색)를 연상하게 하는 ‘그리죠Grigio’ 였다. 이 개는 돈 보스코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순간에 나타났고, 돈 보스코를

산山

인생에는 반드시 분기점이 되는 산들이 있게 마련이다. 모세라는 사람이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먼 길을 나섰을 때, 이집트에서 하느님의 산인 시나이 산에 이르는 전반기가 있었고, 산으로부터 십계명으로 무장한 백성들이 다시 모압의 평야에까지 이르러서야, 비로소 약속의 땅을 볼 수 있었던 후반기가 있었다. 시나이 산이 분기점이었다. 엘리야 예언자가 카르멜 산에서 이교도들의 신과 대적을 벌여 미움을 받게 되고, 이에

기억을 잃은 천사들

어느 날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이루신 우주의 모든 만물이 조화롭게 지내고 있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도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셨다. 여기저기 바람이 불어 당신 수염을 쓰다듬듯이 은하수를 펼쳐놓은 모습이 하느님의 눈에 뜨였으며,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울려 퍼지는 우주의 교향곡들이 하느님의 귀에 들려왔고, 별들이 저마다 무한의 의미들을 창공에 새기고 있었다. 그렇게 만물의 경이로움을 보시던 하느님의 눈앞으로 마침

채송화는 백합이 아니다

꽃이 피는 시절이다. 오며 가며 길거리의 꽃집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꽃에는 아주 비싼 꽃도 있고 그저 단돈 몇 푼에 팔리는 꽃도 있으며, 다른 꽃이 팔릴 때 덤으로 끼워 팔리는 꽃들이 있는가 하면, 꽃집에서는 아예 팔리지 않는 꽃들도 있다. 들에만 피는 야생화들을 이제는 온실에서 키워 내다 파는 바람에 편리한 부분도 있긴 있지만, 그 꽃으로 인하여 들에 나갈

새, 꽃, 바다, 그리고 어머니

어느 날 하느님께서 높은 곳에 계셔 저 아래 지구라는 별을 보시니 땅이 텅 비어있어 너무 쓸쓸하고 황량하게 보였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슬프게만 보이는 땅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하시다가 땅을 가득 채우고 충만하게 하시기 위하여 어린이들을 보내기로 하셨다. 이에 어린이들이 기쁘게 순명하며 명랑한 웃음으로 응답하여 땅을 향하게 되었는데, 떠나기 전에 어린이들이 몰려와 하느님께 ‘저희들만 가지 않고 무엇인가를

듣기 세 가지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이 세상에서, 정작 중요한 것에는 눈길을 돌리지 못하게 하고 제소리만 들으라고 강요하는 이 요란한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항구함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첫째는 무엇보다 먼저 교회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 사실 “예수님은 좋아도 교회는 싫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교회와 예수님을 분리하면 현대인에게 가장 큰 영성적 위험이 초래될

주님 수난 성지聖枝 주일과 7가지 상징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는 마지막 기간인 성주간이 시작되는 날이다. 이날 로마 전례를 따르는 곳에서는 특별한 전통이 이어진다. 이러한 전통은 초대 교회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복음서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동안 전승되었다. 이 전통은 예수님의 수난을 더욱 풍성하게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서 독특한 방식으로 예수님의 수난에 집중하고 기다리는 파스카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묵상할 수 있도록 우리를

세 가지 유혹과 한 가지 질문

세 가지 유혹은 빵을 만들어 보라는 유혹,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재주를 부려보라는 유혹, 세상의 모든 것을 줄 터이니 악마에게 복종하라는 유혹이었다. 우리네 인생살이에도 배고픔과 기본적인 욕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빵의 유혹, 사람들 앞에 우쭐대고 싶은 묘기와 명예의 유혹, 그리고 내 주변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과 권력의 유혹이 있다. 이런 의미로 예수님께서 받으셨던 세 가지 유혹은 우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