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예방 교육의 한 방법 – 성모님을 향한 효심
우리가 살펴본 바와 같이, 성모 마리아와 돈 보스코 간의 효심 가득한 깊은 관계는 그의 인간적, 영적 삶뿐만 아니라 그의 교육 사업의 기원과 발전에도 중심이 된다. 마리아를 향한 효심과 효성이 어떤 의미에서 예방 교육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이 체험(돈 보스코의 성모님 체험)과 그리스도교 교육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실제로 2004년에 아욱실리움 대학 주최로 열린 국제 마리아 학술 대회의 결론에서 알 수 있듯이, “나자렛 마리아의 이야기와 등장인물은 교육 과정의 본질적인 의미를 꿰뚫고 있으며, 그 맥락에서 고려되는 통합적 인격의 실현을 향한 교육 과정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필수적인 좌표를 나타낼 수 있다. 다시 말해, 나자렛 마리아에게서 우리는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의 완전한 실현뿐만 아니라 그 실현으로 이끄는 과정도 분별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사실이고, 사람이 사람이 되어가는 것도 똑같이 사실이다. 마리아의 학교에서는 사람이 되어가는 방법과 과정을 배울 수 있다. 마리아처럼 인간성을 깨닫는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책임감 있게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며, 삶의 진리, 법, 가치, 정의로운 가치 척도에 순종하여 자신의 자유를 확인하는 것을 의미한다.”(Maria Dosio et Alii(a cura di), «Io ti darò la maestra…». Il coraggio di educare alla scuola di Maria. Atti del Convegno Mariano Internazionale promosso dalla Pontificia Facoltà di Scienze dell’Educazione “Auxilium”, Roma 27-30 dicembre 2004 = Il Prisma 30, LAS, Roma 2005, 15쪽) 사실 마리아는 “지금까지 복음의 가장 높은 역사적 실현이자 동시에 자기 통제와 책임감, 봉사 정신을 통해 인간적 차원에서 복음을 온전히 실현한 여성”(Pontificia Academia Mariana Internationalis [PAMI], La Madre del Signore. Memoria Presenza Speranza. Alcune questioni attuali sulla figura e la missione della b. Vergin e Maria, Città del Vaticano 2000, nota 6 a pagina 14)이다.
마리아는 모범적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따라 성부의 사랑하는 딸이자 그리스도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양성 과정이나 작업에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담당하신다. 마리아는 그분을 잉태하고 낳으셨으며, 그분을 양육하고 보살피고 교육하셨다. “그러므로 육화하신 말씀이신 예수님과 마리아 사이에는 용해될 수 없는 어머니와 자녀의 유대가 있으며, 마리아는 아들 안에서 자신의 하느님과 주님을 인정하는 동시에 아드님은 어머니로서 그녀를 공경하고 사랑하며 현세적 생명의 선물에 대해 감사한다.”(같은 책 50쪽) 그러므로 마리아가 사람들 가운데 현존하는 심오한 본질은 어머니, 특히 신자들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으로 여전히 방황하고 위험과 고난의 한가운데 놓인 아들의 형제들을 복된 고향으로 인도할 때까지 보살피는 어머니”(같은 책 62쪽)이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과 관련하여 성모님께서는 그들이 그리스도께 온전히 일치할 때까지 낳으시고, 기르시며, 교육하시고, 성장하도록 역할을 수행하신다.(참조. PAMI, La Madre del Signore, 83쪽)
돈 보스코는 청소년 교육 사업에서 성모님의 모성적 중재를 확신한다. 이 거룩한 교육자의 저술, 특히 그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러한 길을 명시한 저술을 통해 이 주장을 살펴보도록 하자.
3.1 어머니 마리아 발견과 마리아의 아들 체험
돈 보스코에게 마리아는 무엇보다도 어머니이시다. 성모님에 대한 인식은 그의 글과 말, 심지어 꿈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돈 보스코는 ‘놀라우신 하느님의 어머니(Maraviglie della Madre di Dio)’라는 소책자에서 성모님을 평범한 어머니로 표현하면서, 성모님은 구속 사도직에 대한 사랑의 협력으로 우리를 칼바리에서 은총의 삶으로 인도하셨고, 우리 모두 성모님의 슬픔에서 태어났다고 역설한다. 그 소중한 순간에 성모님은 우리의 어머니가 되셨고, 모든 그리스도인의 어머니가 되셨다.(Giovanni Bosco, Maraviglie della Madre di Dio invocata sotto il titolo di Maria Ausiliatrice raccolte dal Sacerdote Giovanni Bosco, in OE XX, 7. 38-41) 따라서 돈 보스코는 신앙으로 성모님의 영적 모성을 부르는 이들을 위한 성모님의 보편적인 은총의 중재를 잘 알고 있다.(Braido Pietro, Pedagogia della devozione mariana, in IDEM, Il sistema preventivo di don Bosco, PAS Verlag, Zurich 1964, 270)
그리고 그는 젊은이들이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 마리아에게서 초자연적 질서 안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찾는 것이 내적으로 얼마나 바람직하고 치유적인지 확신한다. 어머니를 갖는다는 것, 어머니를 찾는다는 것은 자신의 뿌리, 자신의 기원을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과 타인의 존재를 선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현실로 인식하기 때문에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신뢰의 토대를 마련하고, 양육하고, 보호하고, 지키는 사랑으로 세상에서 환영받는 경험을 갖는 것이 된다.
처음부터 사랑받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발견하기 위한 전제이기도 하다. 사실 사랑을 받았다는 것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보답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돈 보스코가 맘마 마르게리타의 중재로 성모 마리아를 만나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근본적인 경험 덕분이었다. 마찬가지로 그는 젊은이들을 위해 이 부성/모성의 중개자가 되라는 부름을 받았다고 느꼈다.
돈 보스코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념이나 이론이 아닌 삶의 현실 속에서 마리아의 모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의 말씀은 듣는 이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며, 사랑하는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품에 자신 있게 자신을 던지고 성모님을 옹호자로 모시도록 끊임없이 초대한다. 돈 보스코의 네 번째 후계자인 피에트로 리칼도네 신부는 “우리는 돈 보스코가 성모님에 대해 말씀하실 때, 평범하면서도 차분하며 사려 깊은 그 말씀은 항상 특별한 어조와 음색을 지니고 있었고, 듣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할 정도로 효과적이었다고 특별히 돈 보스코의 초기 제자들로부터 들었다.”(Ricaldone Pietro, Don Bosco educatore. II, Colle don Bosco Libreria Dottrina Cristiana, (Asti) 1952, 413)고 확언했다.
고아, 버림받았거나 집과 가족의 애정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젊은이들을 만나 그들에게 돈 보스코는 많은 연설에서 자연의 질서에서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어머니를 주신 것처럼, 초자연적인 질서에서 또 다른 어머니가 그들에게 주어졌다고 설득하고자 했다.(위의 책 412-413쪽) 돈 보스코는 “성모님이 우리의 어머니이시다.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을 다 합친 것보다도 더 큰 사랑으로 우리를 무한히 사랑하시는 그 어머니를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MB VI, 318)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돈 보스코가 마리아에 관해 이야기할 때 사용했던 예들은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의 마리아 문헌에서 발췌한 것으로, 이는 19세기의 대중적인 마리아 문학에서 영감을 얻은 내용이었다. 돈 보스코는 성모님의 달인 5월에 성모님의 보호와 참된 마리아 신심을 특별히 강조하였다.(Stella, Don Bosco nella storia, 152)
‘준비된 청소년’에 수록된 성모님 찬미가들은 젊은이들이 하늘에 계신 성모님께 바쳐야 할 애정과 효심의 단순한 표시이다. 이 찬미 중 하나는 이렇게 노래한다: “사랑하올 성모님, 당신의 발치에 당신의 아들들이 몰려왔나이다. 사랑하는 어머니, 저희가 마음으로 바치는 이 선물을 받아주소서.”(Bosco, Il Giovane provveduto(1885), in OE XXXV, 475)
성모님은 어머니로서 자녀들 곁에 계시며 그들의 필요에 감동하신다: “사람들을 향한 성모님의 마음은 한없이 부드럽고 자비로우시므로 인간의 슬픔을 위해 성모님만큼 우리의 슬픔을 많이 슬퍼하시는 분은 없다: 이런 이유로 성모님께서는 우리가 무엇이든 청하기만 하면 즉시 도움을 주신다.”(Giovanni Bosco, Nove giorni consacrati all’Augusta Madre del Salvatore sotto il titolo di Maria Ausiliatrice (1870), in OE XXII, 8)
‘놀라우신 하느님의 어머니’에서 돈 보스코는 성모님께서 하느님 백성의 도움이 되시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카나의 혼인 잔치에 관한 복음 구절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 구절은 마리아가 아들 예수님과 함께 우리를 돕기 위해 개입하고 능력을 드러내시는 사건이다.(Giovanni Bosco, Maraviglie della Madre di Dio invocata sotto il titolo di Maria Ausiliatrice ( 1868), in OE XX 31-32) 여기서 마리아는 예수님께 필요한 내용, 즉 포도주가 부족하다는 사실만 제시하는 등 매우 섬세하고 신중하게 개입하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사실, “착한 마음과 해방을 향하는 마음만 있다면 굳이 은혜를 강탈하려고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으며, 그저 기회를 알려드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같은 책, 33쪽) 돈 보스코는 “성모님께서는 자비로 가득한 마음으로 항상 우리 곁에 계십니다. 성모님께서 그토록 불쌍한 사람들의 부끄러움을 불쌍히 여기시어 기도를 받지 않으셨음에도 그들을 보살펴주셨다면, 우리가 자신 있게 성모님을 청할 때 얼마나 더 자비를 베풀어 주시겠습니까?”(같은 책, 34쪽)라고 말한다.
돈 보스코의 꿈에서도 마리아는 개입하시고, 지켜주시며, 보호하시고, 안전하게 구해주시는 어머니로 표현된다. 꿈속의 성모님은 위로와 신뢰의 원천이시다. 돈 보스코의 꿈에서 성모님은 교육 사업을 계속하도록 격려하고 권면하는 자애로운 어머니이시며, 하느님께서 지극히 거룩하신 어머니의 영광을 전파하게 될 집과 교회의 더 나은 미래를 예고하신다. 돈 보스코의 꿈에서 성모님은 목자이자 여왕, 안내자이자 어머니이시다. 성모님은 돈 보스코 오라토리오 성모님 신심의 특징이다. 따라서 마리아는 하늘의 어머니, 육화하신 말씀의 어머니, 보호자이시다. 예수님의 어머님께 자신을 맡기는 이는 누구나 구원의 보장을 받는다.(Stella, Don Bosco nella storia, 151)
돈 보스코의 꿈에서 젊은이들이 피신하는 보호 망토로 표현되는 모성적 포옹으로 성모님께서는 악의 공격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신다. 오라토리오에 들어온 코끼리가 오라토리오에 있는 모든 이들을 위협하고 죽이는 ‘코끼리의 꿈’에서는 오라토리오 안뜰의 성모님 상이 실제로 살아나 점점 커진다.(MB VII, 358)
이 이야기에서 모성애적 임무에 몰두한 마리아는 너무 큰 소리로 아이들을 당신 망토 아래 모으시느라고 지치고 피곤해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면은 마리아께서 젊은이들의 삶에 개입하여 악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현실에 대해 젊은이들이 마음으로부터 느끼고 확신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신비한 말과 시련의 나라’라는 꿈에서 마리아는 매우 넓은 망토를 펼치시고 젊은이들이 그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투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방어와 안전을 찾도록 초대하신다.(MB, XI 260) 늘 그렇듯이 꿈에서 성모송, 거룩한 묵주기도와 같이 젊은이들이 잘 아는 형태로 마리아에게 자신 있게 기도하는 것이 악마를 물리치는 진정한 무기들이 된다.(참조. 뱀과 아베 마리아-거룩한 묵주기도il sogno del serpente, MB, VII 239)
결론적으로,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께서는 발도코 오라토리오에서 공경해야 할 대상이나 모범을 넘어 그 집에 실제로 살아 현존하시는 분으로서 아이들의 손을 잡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동행하시는 분이시다. 따라서 발도코의 오라토리오에는 성모님의 이러한 현존에 응하는 젊은이들의 역동성, 마음의 개방성, 진실한 제자로서의 삶이 펼쳐진다.
3.2 성모님의 아들에서 참된 제자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성모님이 어머니이시라면, 모든 그리스도인은 성모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특별한 사랑에 무엇보다도 먼저 마음으로부터 응답함으로써 진정한 아들이 되어야 하며, 따라서 진실하고 깊은 마리아 신심을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응답은 성모님의 아드님이신 성자 안에서 ‘아들들’이 되는 것, 즉 자신의 삶을 그리스도의 삶에 일치시키고 그분을 따르며 그분의 제자가 되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실현된다. 이러한 역동성 안에서 성모님께서는 각 자녀를 보살피시는 어머니가 되신다.
돈 보스코에게는 마리아 신심이 대중 신심의 역사적, 문화적 감성을 뛰어넘어 교육적 차원의 열쇠가 된다. 예를 들어, ‘지극히 거룩하신 원죄 없으신 마리아께 봉헌된 5월(Il Mese di Maggio consacrato a Maria SS. Immacolata)’이라고 하는 소책자를 통하여 “돈 보스코는 그리스도인은 열정과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성모님을 향한 신심이 구체적이면서도 진지한 헌신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고도 고집스럽게 제시한다.”(Aldo Giraudo, Don Bosco, un educatore mariano. La devozione mariana nella prospettiva di Don Bosco, in Maria Ausiliatrice. Rivista del Santuario Basilica di Maria Ausiliatrice – Torino, 28, 2007년, 1, 31) 돈 보스코의 제안에서 3가지 실천 사항 권고가 있는데, 이들은; “1) 성모님께 온전히 봉헌된 특별한 달이 될 수 있도록 죄를 짓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 2) 우리나라를 위해 영적이거나 현세적인 의무를 다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자. 3) 친척이나 친구, 그리고 우리와 관련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번 달 동안 성모님을 기리는 경건한 신심 활동에 참여하도록 권유하자.”(Giovanni Bosco, Il Mese di Maggio consacrato a Maria SS. Immacolata ad uso del popolo, 1858년, in OE X, 8) 등이다. 여기서 제안된 작은 꽃송이들은 본질에서 “하느님과의 일치, 영적인 열정 불러일으키기, 일상생활에서 덕행 실천하기 등을 위한 실천 사항들”(Giraudo, Don Bosco, un educatore mariano, 31)로 구성된다.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 제안된 독서나 묵상은 마리아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삶을 밝혀주는 진리, 당시의 영성 문헌과 설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제, 즉 교육과 교리 교육에 관한 것이지만, 돈 보스코는 영성 교육학 측면에서 이를 다시 다루고 있다. 사실 돈 보스코의 관심은 “젊은이들과 사람들에게 성모성월을 기념하면서 진정한 성모님 신심이 도덕적, 영적, 일상적 의무 차원에서 지속적인 회심과 열심한 그리스도인의 성장을 동시에 가져오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가르치고자 하는 것”(같은 책, 32)이다.
성모님께 대한 신심은 성모님께 아름다운 미덕의 꽃다발을 바치는 데 목적이 있다.(Bosco, Il Mese di Maggio, in OE X, 16) 성모님은 자녀들이 겪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보시고, 특별히 젊은이들이 다음과 같은 마음으로 자신을 의식한다면 그들을 도와주신다고 돈 보스코는 기록한다: “‘저희는 주님의 은총이 필요합니다. 영육 간에 건강을 허락하시고, 시험을 잘 치를 수 있게 해 주소서.’ 이런 은총을 원한다면 성모님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성모님께서 우리의 간청을 중재해주시기 위해서는 우리가 죄를 미워하고 멀리하여 성모님의 아들임을 보여드려야만 합니다. 그러면 성모님께서는 현세적이고도 영적인 은사로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의 길잡이가 되시고, 선생님이 되시며, 어머니가 되실 것입니다. 주님의 모든 재화는 마리아를 통해 우리에게 옵니다. 이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마리아를 통하지 않고 예수님께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모든 것, 특별히 당신의 영혼을 그녀에게 의탁해야 합니다.”(MB, VII, 676-677)
마리아 신심은 영원한 구원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구세주의 어머니,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 지극히 영화로우신 동정녀 마리아이시니, 그분께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다면 저는 능히 하느님의 은총, 천국에 갈 권리를 얻을 것입니다. 잃어버린 품위를 되찾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려거든, ‘그리스도인들의 도움이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Auxilium christianorum, ora prò nobis)’라고 기도해 주십시오.”(Bosco, Il Mese di Maggio, in OE X, 63-64) 돈 보스코는 “우리 조상들이 자신과 후손들을 위해 죄와 타협하여 잃어버린 아들로서의 존엄성, 즉 인간 안에 있는 하느님의 ‘모상과 닮음’을 회복하도록 돕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옹호자이자 가장 강력한 중개자로서 성모님께서 하느님과 함께 개입하신다.”라고 확신한다. 돈 보스코는 구세주 그리스도의 개입으로 새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 우리가 하느님과 깊은 일치를 이루도록 하시는 구세주 그리스도 안에서 이를 회복해야만 한다고 믿는다.(Giraudo, Don Bosco, un educatore mariano, 32) 우리는 자녀로서 우리 자신을 성모님께 맡기고, 특히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성모님께 시선을 돌려야 한다.(MB, II, 298-299) 성모님께서 모든 자녀를 도우시기 때문이다. 성모님은 ‘은총을 위해서는 전능하신 분(l’onnipotente per grazia)’이시므로 우리는 매 순간 성모님을 불러야 하며, 성모님은 우리 영혼의 모든 적을 이길 힘을 주실 것이다.(MB, XII, 578; VII, 293, 360, 387, 583, 626, 675, 680-681) 성모님은 우리의 길잡이, 스승, 어머니이시므로 우리는 성모님께 특별한 애정을 느껴야만 한다.(MB, VII, 676)
돈 보스코의 영성 교육학에서 ‘원죄 없으신 잉태의 현존’(l’immacolata presente nella pedagogia spirituale di don Bosco)에 대한 언급도 이러한 틀에서 이해할 수 있다. 18세기 가톨릭에서는 개신교의 종교개혁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 중 성모 마리아가 특권적 존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교회에 대한 미움이나 성직자와 교황의 권리 침탈로 점철된 돈 보스코의 세기에 마리아는 하늘과 땅의 관계를 중재하는 성모님으로 등장한다. 이 시기는 “개인 구원의 문제가 공동체 신앙보다 우선시되고, 영원한 구원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제도 자체를 능가하던 시기”(Stella, Don Bosco nella storia, 158)였다. 따라서 마리아는 악마를 짓밟고 악에 대한 선의 투쟁과 승리로 인류의 역사를 해결하는 샛별, 즉 티 없이 깨끗한 분으로 여겨진다. 이런 분위기에서 발도코에서는 그 의미가 더욱 친밀하게 다가온다. 마리아는 교육 사업 전반에 걸쳐 더 큰 종교적 열정과 헌신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신다. 원죄 없으신 성모님을 기리는 경건한 관습은 무엇보다도 삶에서, 특히 죽음의 순간에 위대한 하느님 어머니의 보호를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같은 책, 162) 그러므로 교육적 개입은 “젊은이들이 순결의 이상인 동정녀, 매혹적인 아름다움의 이상으로 마리아를 바라보게 하고, 도덕적이고도 그리스도교적인 미덕의 최고 이상으로서 투쟁과 승리를 격려하는 데 효과적”(Braido, Il Sistema preventivo, 1964년, 272)이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돈 보스코의 마리아 신심은 실제로 젊은이들에게 마리아에 대한 효심을 형성하는 데 목적이 있기도 하지만, 단순한 신심 활동에서 멈추지 않고 교육 사업을 수행하는 데 그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카빌리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돈 보스코에게 마리아 신심은 어린 마음에 가장 효과적인 교육적 요소 중 하나였으며 더 긴밀하게는 영적인 요소였다. 소년이 결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성모님께 기도하게 하거나, 하늘에 계신 어머니의 사랑을 위해 어떤 것을 절제하기로 결심하게 하는 것, 간단히 말해서 소소한 일상의 상황 속에 멀리 계신 어머니와 같은 성모님의 현존을 삽입하는 것은 아마도 다른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었을 것을 얻을 수 있는 아름다운 교육 방법이었고, ‘자기 일을 자기가 정리(mettere a posto le proprie cose)’할 수 있도록 결심을 바치는 세 번의 성모송은 무질서한 애들과 비뚤어진 길을 가는 남성들에게 구원이 되었다.”(Alberto Caviglia, Il «Magone Michele» una classica esperienza educativa, in IDEM, Opere e scritti editi e inediti V, Torino, SEI 1965, 155)
결정적으로 참된 신심은 존재론적, 신학적으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위로 향해 날게 하는 날개가 된다. 이 두 날개, 즉 성모님이라는 날개와 복되신 성사 안에 계시는 예수님이라는 날개, 우리는 이 두 신심으로 지체하지 않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것이다.(Buona notte di don Bosco ai giovani dell’Oratorio, 20 giugno 1864, in MB, VII, 680)
성모님의 아들이 되어 살아갈 때 나타나는 효과 중 다른 측면 하나는 부르심을 받은 살레시오 교육자가 성모님의 아들로서 진지하게 살고 영적으로 성숙해간다면 그의 인격 안에서는 부성父性(paternità)/모성母性(maternità)을 갖춘 태도와 행동으로 드러난다고 하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3.3 성모님의 아들과 교육적 부성父性(paternità)/모성母性(maternità)
돈 보스코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부성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한없는 부드러움으로 드러난 교육 활동을 통해서 청소년들이 심오한 부성애를 체험하도록 만들었고, 이를 가시적인 방식으로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맘마 마르게리타와 성모님의 도움을 받았다. 사실, 예수님께서 말씀으로만 드러내실 수 있었던 아버지 얼굴의 어떤 측면들은 성모님께서 당신의 인격과 삶으로 드러내실 수 있었다.(Joseph Aubry, Apostoli salesiani con Maria, in Arnaldo Pedrini (a cura di), La Madonna dei tempi difficili. Simposio Mariano Salesiano d’Europa, Roma 21-27 gennaio 1979, Roma, LAS 1980, 147-148)
돈 보스코는 자신의 교육 영성의 핵심인 이 경험을 자신이 설립한 수녀회 회원들에게도 각인시키고자 했다. 살레시오 교육자들은 설립자를 본받아 ‘부성/모성’에 따라 사명을 실천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사실 살레시오 성소의 본질은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섬세하고 다정하면서도 단호하고, 각자의 개인적 리듬을 존중하면서도 인내심 있는 사랑을 보여주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동시에 연상시키는 스타일로 하느님의 자녀를 낳고 교육한다.
이러한 성소를 수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성모님을 어머니로 모셔 자신이 성모님의 아들과 딸이라고 느끼고, 더욱 의식적으로 그리고 전적으로 자신을 성모님께 맡긴다는 인식이다. 돈 보스코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말을 남겼다: “방법도 없고 사람도 없는 상황인 저의 처지에서, 그리스도인의 도움이신 성모님께서 특별한 깨달음과 물질뿐만 아니라 영적인 도움으로 구출해 주시지 않았다면 제가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MB, XI. 257) 그에 따를 때, 살레시오회 전체 역사 자체가 “우리가 모든 신뢰를 두도록 원하시는”(MB, III, 32) 성모님의 현존과 도우심에 대한 반박할 수 없는 증거이다. 살레시오 교육자들의 삶에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내적 세계의 일이 우리를 넘어서는 신비이며, 그 방향이 우리 손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머니이시며 도움이신 성모님을 신뢰하고 포기하는 마음을 길러야 하며, 교육 사업의 지도를 성모님께 맡겨야 한다.
1884년 발도코의 살레시오 공동체에 보낸 편지의 말미에서 돈 보스코는 대담자였던 쥬세페 부제티에게 “어른이나 어린이나 모두 자신이 그리스도인의 도움이신 어머니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님의 자녀임을 항상 기억하도록 설교해야 한다.”라는 말로 그의 긴 가르침을 끝맺는다.(Giovanni Bosco, Lettera alla comunità salesiana dell’Oratorio di Torino-Valdocco, Roma 10 maggio 1884, in DBE, 388)
교육 행위가 무엇인가를 꽃피우는 것이라고 할 때, 적어도 돈 보스코의 교육에서는 교육자가 먼저 자신이 성모님의 자녀임을 느끼는 깊은 체험을 하지 못한다면 그 교육은 꽃을 피울 수 없다. 좋은 부모 밑에 좋은 자녀가 나오고 좋은 자녀를 위해서는 좋은 부모가 있어야 하듯이 부모와 자녀 간의 아름다운 사랑이나 효성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좋은 아버지나 어머니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므로 교육을 하는 이든 교육을 받는 이든 모두 성모님의 ‘자녀임을 느끼는 것’에서 하느님의 자녀, 모든 그리스도인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의 자녀라는 정체성이 형성되어야 한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자녀’라고 하는 정체성에서 하느님과 예수님 앞에 선 자신의 ‘상대성(relatività)’, 곧 존재 자체가 생겨난다. 이런 배경 안에서 교육적 사명은 신학적으로 하느님의 젊은이들을 위한 구원 계획에 협력하는 것이 되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그분의 사목적 사랑에 참여하는 것이 되며,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협력자인 어머니 마리아의 ‘도움’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과 협력하게 된다.(참조. 살레시오 수녀회 회헌 제7조)
성모님과 성모님의 모성적 관심을 바탕으로 예방 교육 제도와 교육 방법, 영성이 생겨났다. 돈 보스코가 마리아의 학교에 자신을 맡기고 마리아의 인도를 받으라고 주장하는 것은, 마리아 없이는 이 방법의 목적과 방법론적 측면을 실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돈 보스코는 1884년의 편지에서 다시 한번 이를 분명히 한다: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님께서 우리를 세상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시고, 형제로서 서로 사랑하고 선한 행동으로 하느님과 그분께 영광을 돌리도록 이곳에 모이게 하셨습니다.”(Bosco, Lettera alla comunità salesiana dell’Oratorio di Torino-Valdocco, in DBE, 388) 돈 보스코의 사목터는 성모님 몸소 선택하신 곳이며, 아홉 살 꿈에서 성모님께서 지시하고 점차 뻗어나가는 선교의 확장으로 자주 오르내리게 되는 곳이다.(1844년 꿈, 양치기 여인-양들이 목자가 되다-미래의 사명-웅장한 성전, 회상, 205-209쪽) 꿈에서 목자의 복장을 한 ‘꿈의 목자’는 선교에 적합한 성격을 지정하고 수혜자와 분야를 식별한다. 청소년 사목의 현장. 어머니 성모님의 모성적 현존은 이 선교의 가능성을 위한 조건이다: “성모님은 그들에게 빵을 주시고, 무한한 은총과 놀라움으로 공부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시는 분입니다.”(Bosco, Lettera alla comunità salesiana dell’Oratorio di Torino-Valdocco, in DBE, 388)
교육자들이 청소년들에게 하느님 사랑의 표징과 전달자가 되는 길을 보여주시는 분은 바로 성모님이다. 돈 보스코께서 모든 아들과 딸에게 “겸손하고 강하며 굳건하게(umile, forte e robusto)” 자신을 만들라는 권유는 교만한 마음을 정화하고, 그 어떤 시험도 견뎌내며,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며, 그 어떤 비방이나 반대를 무릅쓰더라도 오직 사랑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약속으로 구성된 까다로운 고행의 길로 이루어진다.(Colli, Ispirazione mariana del sistema preventivo, in PEDRINI (a cura di), La Madonna dei tempi difficili, 164)
이에 관해 더 자세한 설명은 장미와 가시 사이에서 걷는 길의 의미를 설명하는 ‘장미 정원의 꿈’에서 찾을 수 있다: “장미와 가시 길을 걷는 것은 네가 젊은이들을 보살펴야 함을 뜻한다. 너는 절제의 신발을 신고 걸어야 한다. 땅바닥에 있는 가시는 인간적 사랑과 미움, 감성적인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교육의 참된 목적에서 빗나가게 하고 괴롭히고 그 일을 진척시키지 못 하게 할 뿐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월계관을 얻는 것을 방해한다. 장미는 나와 너의 모든 협력자를 구별케 해주는 열렬한 사랑의 상징이다. 다른 가시들은 너를 괴롭히는 장애물, 고달픔, 나쁜 일들을 의미한다. 그러나 용기를 잃지 마라. 사랑과 절제로 모든 것을 이길 것이고 가시 없는 장미를 얻게 될 것이다.”(MB, III, 35 장미꽃 길-수도자의 삶)
이 꿈의 해석은 교육 사명이 지녀야 할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보여준다. 교육자에게 불타는 사랑은 자애(아모레볼레짜, amorevolezza), 즉 젊은이들이 보여주고 이해하고 인식하는 사랑으로 나타나고 변형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많은 고통을 유발하는 곳은 정서적 영역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호불호를 견뎌야 하며, 자신의 감정을 절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다스려 마땅히 해야 할 바로 나아가야 하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오직 자식들에 대한 사랑으로 온갖 희생과 수고를 감수하듯”(Aubry Joseph, Lo spirito salesiano. Lineamenti, Cooperatori Salesiani, Roma 1972, 75) 살아야 하므로 가장 큰 고통을 유발하는 영역인 것이다.
이 임무에서 성모님은 “교회의 사도적 사명으로 사람들을 재생시키는 데에 협력하는 모든 이가 지녀야 할 모성애의 모범”(LG, n. 65)이시다. 그러므로 “형제자매들의 재생을 위해 자신을 봉헌하는 교회 안의 모든 이들이 마리아의 모성애를 본받아야 한다면, 하느님께서 지극히 작은 이들의 재생을 위해 일으키시는 이들 […] 자애(아모레볼레짜)로 번역되는 사랑을 기초로 하는 교육 방법, 즉 교육하기 위해, 신앙을 고수하도록 이끌기 위해, 지성에 의지하지 않고 마음의 비밀스러운 길을 통과하는 교육 방법을 가진 이들은 얼마나 더 그러해야 할지 모른다.”(Colli, Ispirazione mariana, 168)
돈 보스코는 자신의 삶을 젊은이들에게 봉헌한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예방 교육을 온전히 실천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오직 성모님의 도움으로만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마귀가 젊은이들과 장상들 사이에 불신의 장벽을 세우고 특정한 영혼을 망가트리려고 계략을 세울 때, 이는 오로지 지극히 거룩하신 어머니의 도움으로만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Bosco, Lettera alla comunità salesiana dell’Oratorio di Torino-Valdocco, in DBE, 388)
따라서 마리아께로부터 영감을 받고 마리아께로 나아가도록 영감을 받은 사도적 삶의 양식은 하느님 앞에서 종으로서의 겸손과 열심, 젊은이들에 대한 어머니의 부드러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용기, 하늘을 향해 눈을 들게 하는 희망으로 표현된다.(앞의 책, 138-141)
이렇게 그리스도교와 살레시오회 수도자 양성의 여정 안에서 의식적으로 살아온 마리아를 향한 효심은 예방 교육 시스템의 통합적 적용에서 그 중심성과 중요성을 드러내는 교육적 부성/모성의 원천이 된다.
4. 마리아를 향한 효심의 효력(열매)
성모님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어머니이시므로 모든 사람이 마리아의 사랑을 받지만, 돈 보스코에게 성모님은 특별히 젊은이, 어린이, 작은 이들을 사랑하시는 분이시다: “마리아께서는 청소년을 사랑하십니다. […] 성모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어린 사람들을 더 사랑하십니다: 어머니이시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이미 다 큰 애들보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더욱 부드러우십니다. 어린이들이 순진하고 순결하기 때문입니다; 유혹을 쉽게 받기 때문입니다; 더욱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하며 지켜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어리고 작은 이들이 그녀의 눈 아래에서 어린 시절, 소년기, 청소년기를 보냈던 예수님을 생생하게 대신하기 때문입니다.” (MB, XVI, 268)
어린아이들을 향한 마리아의 총애는, 물질적인 도움도 도움이지만 특히 은총의 삶을 보존하고 죄를 멀리하도록 하는 영적인 도우심에 있어서 가히 신비스럽지만 실제적으로 가까이 있다.
어머니로서 성모님께서는 베키의 꿈에서 어린 요한에게 그랬던 것처럼 다정하게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하느님의 아들로서 살아가는 아름다움을 맛보고 경험하도록 인도하신다. 슬기롭게 아이들을 인도한다면, 아이들은 개인적으로 성모님의 모성을 인식하고, 아이들 나이의 특징대로 어머니 성모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면서 성모님을 따라 그리스도를 만나는 길에 동행할 수 있다.
돈 보스코는 오랜 교육 사목 과정에서 젊은이들, 특히 다른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살레시오 교육자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전기를 서술하였고, 이들을 통해서 우리는 성모님을 만난 젊은이들 안에 펼쳐진 마리아를 통한 신심과 효심에 따른 교육적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이 중요한 자료들에서 우리는 젊은이들과 마리아의 관계를 교육 여정 안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그 기능과 목적 및 효과는 어떠한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미켈레 마고네(1845~1859년), 도메니코 사비오(1842~1857년), 프란스코 베수코(1850~1864년)의 삶을 기록한 전기들은 “내러티브 교육학과 영성의 증언(testimonianza di spiritualità e di pedagogia narrativa)”(Giraudo, Maestri e discepoli in az ione, in Bosco Giovanni, Vite di Giovani. Le biografie di Domenico Savio, Michele Magone e Francesco Besucco. Saggio introduttivo e note storiche a cura di Aldo Giraudo, LAS, Roma 2012, 16)으로서, “성인의 사목 활동 첫 20년간의 신념과 교육적 실행에 대한 효과적인 이야기 예시”로서 예방 교육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문서 중 하나이다. 그들은 서로 다른 세 소년을 우리에게 제시하며, “당시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신선함과 활기, 성찰 능력, 영적 개방성의 질, 결단력 및 청소년 영혼을 자극하는 특징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저자는 이들을 유순하고 착한 제자들과 헌신적이면서도 애정 어린 교육자로 묘사한다. 그는 그들의 짧은 인생 여정의 단계, 그들이 처한 다양한 환경, 일상적인 관계, 서로의 헌신과 감정”을 적나라하게 우리에게 제시한다.(앞의 책, 5)
* 위에 언급되는 세 소년에 관한 돈 보스코의 저술은 우리말 번역으로 ‘예수님의 단짝 도메니코 사비오/하느님의 개구쟁이 미켈레 마고네/알프스의 목동 프란체스코 베수코, 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3권이 있다.
4.1 마리아의 아들 미켈레 마고네: 결정적인 회심
돈 보스코가 전기를 쓴 아이들 가운데 미켈레 마고네는 “마리아 신심과 그 정신이 온전히 깃든 아이라는 점에서 특징적인 구별을 할 수 있으며, 의심할 여지 없이 영적인 구성이나 존재 자체가 온통 마리아의 아들임을 드러내고 있다.” 마고네는 마리아에 대한 신심이 아주 돈독한 아이로서 오직 마리아의 덕으로만 빛나는 존재이다. 미켈레 마고네의 신심은 “죄를 미워하고 가장 견고한 미덕의 쟁취”에만 쏠려 있다.(Caviglia, Il «Magone Michele», 155)
돈 보스코는 ‘미켈레 마고네’ 전기 제8장에서 ‘성모님에 대한 신심’이라는 한 장을 할애하여 직접적으로 복되신 성모 마리아에 대한 소년의 신심을 묘사한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영적인 지평 안에서 사실을 구성하기 때문에 마고네에게 성모님과의 만남은 지극히 우연이다: “성모님은 특히 청소년을 돌보신다. 성령은 성모님에게 ‘작은 자여 내게로 오라!(Si quis est parvulus, veniat ad me)’고 말씀하신다. 마고네는 하느님의 섭리가 담겨있는 이 귀중한 말의 참뜻을 알고 있었다. 마고네는 어느 날 ‘아들아 내게로 오라. 내가 너에게 하느님께 대한 공경을 가르쳐 주겠다(Venite, filii, audite me, timorem Domini docebo vos)’라는 글귀가 쓰여 있는 성모님 상본을 한 장 얻었다. 이 초대의 말을 마고네는 깊이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는 한 통의 편지를 원장 신부에게 보냈다. 성모님께서 그에게 선행을 행하도록 말씀하신 내용이 그 편지에 적혀 있다. 또한 하느님을 어떻게 공경하고 사랑하고 섬겨야 하는지를 성모님께서 자신에게 가르쳐주었다는 내용도 있다.”(요한 보스코, 하느님의 개구쟁이 미카엘 마고네, 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46.48쪽)
마고네가 마리아 체험을 살도록 부추긴 영감은 ‘하느님을 경외하는 학교’이다. 즉 마고네는 마리아의 학교에 자신을 맡겨 내면으로부터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카빌리아는 “훌륭한 그리스도인들에게 공통된 마리아 신심이나 관습이 이미 마고네의 삶 속에 들어와 있었고 […] 그는 모범적인 열정으로 그것을 기다렸다.”(Alberto Caviglia, Il «Magone Michele», 156)라고 지적하면서 여기서 거룩한 스승 돈 보스코께서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말하고자 하였으니, 상본의 말씀과 성모성월의 결합에서 그에게 다가온 새로운 충동이 “그에게 더 강렬한 영적 열망을 불러일으켰고 더 높은 완덕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켰다.”라는 것이다. 참고로, 돈 보스코는 4월 16일 로마에서 돌아왔고, 그 전前 주에는 자신이 직접 집필한 가톨릭 문고 소책자로 ‘원죄 없으신 성모님께 봉헌된 5월’이라는 책자를 출판하였으며, 아마도 마고네의 편지 내용은 이 책자와 함께 제안되었던 매일의 ‘작은 꽃송이’들 중 일부였을 것이다.(Alberto Caviglia)
* 미켈레 마고네의 이 장면을 도메니코 사비오가 돈 보스코의 성덕에 관한 설교를 들었을 때 경험한 것과도 비교할 수 있는데, 그 순간 사비오는 결정적으로 그리스도인의 삶을 지향하게 된다: “사비오가 오라토리오에 온 지 6개월 남짓 되었을 때 끄는 ‘성인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는 강연을 들었다. 강사(요한 보스코)는 세 가지 요점을 강조했는데, 이 강연은 사비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세 가지 요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느님은 누구나 성인이 되길 원하신다. 둘째, 성인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셋째, 성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겐 크나큰 상급이 하늘나라에 약속되어 있다. 이 강연은 사비오의 마음속을 하느님의 사랑으로 불타오르게 하였다.”(요한 보스코, 예수님의 단짝 도메니코 사비오, 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54쪽)
이러한 영감 뒤에는 하늘의 어머니, 거룩하신 선생님, 착하신 목자(la madre celeste, la divina maestra, la pietosa pastora)를 기리기 위해 ‘작은 꽃송이들(fioretti)’이라고 불리는 일련의 실천 사항들이 이어진다: “그 후 마고네는 성모님을 공경하여 천상의 모후, 지혜의 어머니, 착한 목자 등으로 불렀다. 그는 주일 미사 때마다 성모님에 대한 신심을 특별히 표현하였다. 성모님께 특별한 신심을 가졌던 연옥 영혼들을 위하여 성체를 영했다.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성모님의 영광을 위하여 흔쾌히 용서하였다. 추위와 더위, 목마름과 배고픔, 피곤함 등의 모든 고통을 인자한 천상의 모후인 성모님을 통해 예수님께 바쳤다. 수업 시작 전 마고네는 책갈피 속의 성모님 상본을 꺼냈다. 그 상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성모님, 언제나 제 공부를 도와주소서!’ 마고네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성모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였다. 공부할 때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지혜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도움을 청했다. 그의 모든 것을 성모님께서 해결해 주셨다.”(요한 보스코, 하느님의 개구쟁이 미카엘 마고네, 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47쪽)
마고네의 마리아 신심은 일반적인 종교적 관습을 넘어서 훨씬 더 멀리까지 나아가려고 한다. 브라이도는 “작은 꽃송이들이나 9일 기도와 같은 내용은 신심을 실천에 옮기는 실용적인 도구들이었다. 성모님을 사랑하여, 또는 성모님께 영광을 드리기 위하여 더욱 구체적이고도 깊은 신심을 자극할 수 있는 기회들이 되었다.”(Braido, Il Sistema preventivo [1964], 272)라고 이를 확인한다. 소년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행동을 취하게 된 것은 신뢰와 확신으로 가득 찬 어머니와의 ‘효성스러운’ 관계이다. 그리고 마고네에게 마리아는 공경해야 할 신심의 대상을 넘어 학생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그의 안내자이자 든든한 후원자가 되신다. 그의 모든 단순한 일상생활에 사랑스럽고 자비로우시며 격려가 되는 성모님의 현존이 동반된다. 한 친구가 “좋은 성적을 받은 마고네를 축하해주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칭찬은 내가 아니라 성모님께서 받으셔야 해. 성모님께서 내게 모든 지혜를 비춰 주셨거든. 이것은 결코 나 혼자의 힘으로 한 일이 아니야.’ 그는 일상생활 속에서 성모님의 도움을 항상 생각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글을 적어 놓았다. ‘상지上智의 좌坐여, 저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Sedes sapientiae, ora prò me) 그는 항상 성모님의 도움을 구했다.”(요한 보스코, 하느님의 개구쟁이 미켈레 마고네, 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47쪽)
“1858년 5월 성모성월에 마고네는 성모님을 찬미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심했다. 마고네는 감각적인 즐거움을 포기하는 고행을 하였다. 그는 놀이 시간을 줄이고 밤새 기도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일은 그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적당치 않다고 생각되어 허락받지 못하였다. 그해 5월 말에 그는 원장 신부를 찾아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만일 원장 신부님께서 허락해주신다면, 저는 성모님의 영광을 위하여 가장 좋은 일을 하려고 합니다. 저는 알로이시오 곤자가 성인이 정결을 지켜 성모님을 기쁘게 해 드렸다고 들었어요. 저도 성모님께 정결의 선물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사제가 되어 영원한 동정을 지킬 것을 서원하고 싶습니다.’ 원장 신부는 마고네가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여 그의 서원을 허락하지 않았다.”(요한 보스코, 하느님의 개구쟁이 미카엘 마고네, 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48쪽)
1858년 5월 성모성월은 미켈레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쳐 순결 서약으로 성모님께 자신을 봉헌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돈 보스코는 마고네의 나이에 비해 너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 서원을 단순하게 ‘주님과의 약속’으로 바꾼다: “네 생각이 정 그렇다면 이렇게 하자. 서원을 하는 대신 네가 라틴어 공부를 끝내고 사제직을 지망하는 단순한 약속만을 하자. 하느님의 부르심이 확실하다고 느껴질 때 서원을 하자. 정결의 서원을 하지 말고 단순히 정결을 지킬 것을 주님께 약속을 하여라. 그리고 그 약속을 위한 특별한 지향을 갖고, 매일 성모님께 기도하렴. 마고네는 나의 이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고 가능한 한 그 약속을 실천하였다.”(앞의 책, 48-49쪽)
이때부터 미켈레의 일생은 마리아에게서 영감을 받고 마리아의 아들이 되어 그분과의 부드러운 관계로 계속된다. 그는 마지막 임종의 순간에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무엇이 너에게 제일 큰 위로였니?”라고 묻는 돈 보스코의 질문에 “조금밖에 못 했지만 성모님을 찬미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일입니다. 그것이 제게 제일 큰 위로였습니다. 오, 성모님! 죽는 이 순간에도 당신을 찬미할 수 있으니 정말로 행복합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돈 보스코는 “마고네야, 네가 천국에 가기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단다.” “어서 말씀해 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천국에 가서 성모님을 뵙거든 이 오라토리오를 대표하여 우리의 간절한 소망을 말씀드려라. 성모님께 우리를 보호해 주시고 은혜를 내려주시기를 간청하여라. 또한 우리들 중 단 한 명의 영혼이라도 타락하지 않고,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살 수 있도록 성모님께 청하여다오.”(앞의 책, 87쪽) 원장 신부인 돈 보스코와 겨우 14살인 미켈레 마고네 사이의 대화는 감동적이다. 솔직함과 순수함, 상호 신뢰로 가득하다. 현실적인 삶 안에 초월성이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현실을 본다.
요약하자면, 돈 보스코가 쓴 세 권의 전기 중 미켈레 마고네의 전기는 다른 전기보다 마리아 신심에 따른 변화와 효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사랑의 어머니이자 강력한 조력자이신 성모님을 알게 된 소년은 성모님을 통해 진정한 삶의 변화를 위한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그의 이야기는 발도코 오라토리오에서 경험한 마리아 신심이 실제로 경건, 즉 하느님의 어머니를 공경하고 기도하는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또한 구체적인 일상생활의 실천과 결심으로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발도코의 마리아 신심은 예방 체계의 기본 원칙, 즉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것을 아는 이만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은 모든 것, 특별히 젊은이들로부터 모든 것을 얻는다”라는 관점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 오라토리오의 사랑스러운 어머니를 공경하면서 그 공경이 이루어내는 변화와 효과는 “원죄 없으신 분”께서 이루어내시는 변화와 효과이기도 하다. 그분은 죄나 악, 어둠과는 절대 양립할 수 없는 분으로서 특별히 청소년들에게 빛, 순수·순결, 선으로 충만하신 이상으로 추앙받으셔야 하는 분이시다. 원죄 없으신 성모님은 죄에 물들지 않으신 분으로서 돈 보스코로부터 특별히 청소년들에게 인간으로서 취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이상과 꿈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그저 환상적으로 높게 빛나는 이상으로만 제시되는 분이 아니다. 멀리 계시는 듯 생각되는 분이지만, 아주 가까이 다정스럽게 사랑해주시는 어머니, 정말 좋은 것만 해 주시려는 어머니,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다 받아주시는 어머니, 고통마저도 함께 나누시는 어머니, 나약함을 이해하시면서도 그에 머무르거나 빠져들지 않으시는 어머니, 조그마한 정성이라도 놓치는 법이 없으시면서도 본인이 해야 할 바는 반드시 하도록 하시는 어머니이시다.(Carlo Colli, Ispirazione mariana, 176-177쪽)
이런 모습이기에 그리스도인의 생활에 요청되는 요구는 미켈레 마고네에게 외부의 강요와 도덕 규범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진심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느끼는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서 그의 마음에서 저절로 솟아나는 것”(앞의 책, 177쪽)으로 인식된다. “빈틈없이 고상한 정신”(앞의 책, 118쪽)으로 기쁨과 관대함으로 일하고 공부하며 자신의 임무를 성화시키고자 하는 부지런함의 분위기는 우리가 분명히 ‘회심’이라고 부를 수 있는 방향 전환으로서 이는 전적으로 하느님과 다른 이들을 향한 삶에 구체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 전환에서 마리아의 현존과 도움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미켈레는 자신의 회심과 관련하여 자신의 행동으로 어머니 성모님께서 보여주시는 모성의 효력을 이해했음을 증거하고, 성모님을 향한 신뢰와 간청의 효심 어린 태도를 드러내며, 자녀들을 향한 성모님의 귀한 영적 모성의 신비를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살아야 할 성공적인 삶의 여정을 성모님께 맡기면서 자신이 전적으로 성모님께 맡겨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런 식으로 어린 미켈레는 자신의 삶에서 카나의 기적을 살아낸다. 그렇게 하여 그의 짧은 생애라는 단순한 물은 온전히 실현된 가장 행복한 존재라는 포도주로 변모한다.
4.2 마리아의 아들 도메니코 사비오: 사랑스럽고 열매를 맺는 사랑
도메니코 사비오는 성모님과의 관계를 인생의 중추로 삼은 소년이었다. 돈 보스코는 사비오의 전기를 기록하면서 미켈레 마고네의 전기처럼 제13장이라는 한 개의 장을 ‘성모님에 대한 신심’이라는 제목으로 할애하면서 “성모님에 대한 사비오의 신심은 끝이 없었다.”(요한 보스코, 예수님의 단짝 도메니코 사비오, 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70쪽)라고 기록한다. 카빌리아는 성모님에 대한 애정 어린 숭배가 사비오의 “정신에 교육적이고도 풍성한 성찰을 가져다주었다”라고 말한다.(Caviglia Alberto, Savio Domenico e don Bosco. Studio di don Alberto Caviglia, in Id. (a cura di), Opere e scritti editi e inediti di ‘Don Bosco’, IV, SEI, Torino 1943, 311) 곧 보게 되겠지만, 사비오의 성모님 사랑은 효력을 발휘하는 사랑으로 변모했다.
돈 보스코가 쓴 전기에는 마리아의 존재와 도메니코가 ‘어머니’라고 부르는 그녀를 향한 애틋한 효심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돈 보스코가 기록한 제13장에서 우리는 “사비오가 지녔던 마리아 신심이 지속적이고 생생한 현존, 깊은 침투, 보살피는 애정, 영적 발아, 사도적 열성, 부드럽고 신뢰하는 효심, 마음의 움직임 속에서 더욱 높은 경지를 향한 충동, 다정하고 경건한 몸짓, 절묘하고 우아한 제안들을 돈 보스코가 수집하여 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앞의 책, 316)
1849년 일곱 살 나이에 첫영성체를 받은 날부터 도메니코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는 예수님과 성모님”이라며 성모님을 모셨다.(요한 보스코, 예수님의 단짝 도메니코 사비오, 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27쪽) 이 결정은 “그의 생애가 끝날 때까지 그에게 행동의 지침”으로 받아들여져 그의 모든 미래의 선택을 안내한다. 1854년 12월 8일 원죄 없으신 잉태의 교리가 선포된 날, 도메니코는 성모 마리아께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을 엄숙히 봉헌한다: “성모 마리아님. 저의 마음을 바칩니다. 제 마음이 언제나 성모님의 것이 되게 해 주소서. 예수님! 성모님! 언제나 저의 친구가 되게 해 주소서.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가 당신에게 죄를 짓기보다는 차라리 죽게 해주소서.”(앞의 책 45쪽) 원죄 없는 잉태의 성모님을 향한 사비오의 신심이 실제로 그의 가장 강렬한 신심이기도 하지만, 성모님을 향한 사비오의 신심을 제대로 묘사하자면 “성모님에 관한 다른 모든 호칭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그에게는 오직 마리아, 성모님뿐이다.”(Caviglia, Savio Domenico e don Bosco, 314)
실제로 카빌리아는 돈 보스코가 함께 살던 청소년들에게 어떤 성모님을 가리키고자 했을까를 궁금해한다. 그러니까 도메니코가 공경하던 성모님은 어떤 성모님이었느냐는 것이다. 모든 성모님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그 어떤 성모님도 아닌 성모님이었다(Tutte e nessuna)고 할 수 있다. 돈 보스코가 아홉 살 때 꾼 꿈에서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이 소년 보스코에게 나타난다. 도메니코가 살았던 오라토리오의 초창기 피나르디 경당에 모셨던 성모님은 토리노의 성모님이신 콘솔라타 성모님(Madonna della Consolata di Torino) 상을 모셨다. 1854년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가 선포되면서 원죄 없으신 성모님이 어떤 면에서는 비로소 돈 보스코의 성모님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자연스럽게 돈 보스코는 사비오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에게도 원죄 없으신 성모 마리아를 가리키게 되었을 것이고, 이에 따라 사비오 역시 그 성모님을 알아 모시게 되었다. 오라토리오에서는 다른 성모님 신심이 알려지기도 했었다. 예를 들어 베키의 작은 경당은 ‘묵주기도의 성모님(Madonna del Rosario)’께 봉헌되었고, 사비오가 묵었던 작은 방의 아이들을 위해서는 ‘고통의 성모님(Maria Addolorata)’을 모시기도 하였다. 잘 알려진 것처럼 돈 보스코의 성모님은 나중에 ‘도움이신 마리아’가 되었다. 돈 보스코가 살았던 당시의 역사적인 배경 안에서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여정을 신앙적으로 잘 반영하고 묘사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면에서 자연스럽게 ‘그리스도인의 도움이신 성모님’이 된 것이다. 그러나 “성모님은 호칭이나 접두어가 어찌 되었든 언제나 같은 한 분이셨고, 돈 보스코는 성모님이 지니신 숭고함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기려 성모님을 사랑하고 숭배하도록 가르치면서 그 자신이 성모님에 대한 신심을 느끼고 키웠다.”(앞의 책, 314-315쪽)
그래서 도메니코는 “돈 보스코의 첫 번째 작은 성당의 제대 오른쪽 구석에 어떤 성모님이 모셔져 있었든 개의치 않고 무릎을 꿇어 똑같이 정성을 다해 기도하며 성모님을 어머니라 부르고, 원죄 없으신 성모님·성모님·묵주기도의 여왕·성모님의 성심……등 사랑스럽고 경건한 이름들을 부르며 기도했다. 그리고 묵주기도, 고통의 성모, 일곱 가지 성모님의 기쁨, 안식을 누리시는 성모님……등의 마리아 신심업들이 그에게는 그저 성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성모님을 묵상하며 성모님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고 성모님을 부르는 여러 가지 방법이었다.”(앞의 책, 316쪽)
도메니코 사비오의 성모님 신심은 ‘효심에 가득 찼고 민첩한’ 것이어서 어떤 경우이든, 그 어떤 형태이든 성모님을 기리는 것이었다. 그의 어린 시절 친구였던 미켈레 루아 신부나 죠반니 보네티 신부에 따를 때 사비오는 전통적으로 성모님을 기리는 토요일뿐만 아니라 성모 수난의 날인 금요일에도 성모님을 공경하는 데 집중했다. 따라서 돈 보스코가 쓴 전기에 기록된 것처럼, 그는 기숙사에 있던 성모님의 제단에 가서 기도하거나 심지어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공동 침실의 구석에 작은 제단을 만들어 성모님의 일곱 슬픔의 왕관을 암송하거나 슬픔의 성모님을 위한 기도문을 낭송하기도 했다.(요한 보스코, 예수님의 단짝 도메니코 사비오, 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70-71쪽)
사비오의 마리아 신심은 사도적 의미가 뚜렷했다. 돈 보스코는 “성모성월에는 사비오의 성모님께 대한 신심이 최고에 달하였다. 사비오는 친구들과 함께 성모님의 영광을 위해서 매일 특별한 일을 준비하였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성모님에 관한 일화를 수집하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줌으로써 성모님 신심을 고양시켰다. 또한 매일, 여가 시간을 활용해 친구들에게 잦은 고해성사와 영성체를 하도록 권유했다. 그는 이러한 모범을 먼저 실천하였다. 공동 침실을 사용하는 소년들은 그들의 방 안에 성모님의 작은 제단을 만들려고 마음먹었다.”(앞의 책, 71쪽)라고 기록한다. 이런 식으로 사비오는 “돈 보스코의 지향대로 공경과 봉헌으로 통합되었고, 성모님 공경이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동기가 되었던 것처럼 위대한 성체성사 역시 곧 마리아 공경으로 이어졌다.”(Caviglia, Savio Domenico e don Bosco, 320쪽)
“성모님을 공경하면서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고, 그리스도를 만나는 만큼 성모님을 향한 사랑이 깊어갔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친구들의 구원을 염려하여 간청하는 것으로 이어졌다.”(Colli, Ispirazione mariana, 181쪽) 카를로 콜리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성모님의 따뜻한 보살핌과 관심으로 영적으로 성장하는 분위기 안에서 아주 잘 익은 열매가 되었다.”라고 정의한다.(앞의 책, 182쪽)
성모님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루어진 동반은 성모님의 주도로 탄생했으며, 이러한 이유로 소년들은 성모님의 모성적 도움, 각자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능성, 천국의 확실성을 기대하게 된다: “성모님께서는 그녀의 선하심과 그들의 선익만을 생각하시는 진정한 모성적 관심으로 진정 이 소년들이 살고있는 영적 지평을 지배하는 것 같다.”(앞의 책, 183-184)
1854년 교황님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교리를 선포하시고, 이를 알게 된 도메니코 사비오는 “성모님께 무엇인가를 꼭 해드리고 싶어서” 다른 소년들과 함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회’를 설립하고, 그가 죽기 9개월 전인 1856년 6월 8일 소년들과 합의하여 규칙서를 만든다. 규칙 제21조는 성모님을 향한 젊은이들의 효심 어린 태도를 특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우리 회를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보호에 맡기며, 모든 회원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성모님의 메달을 몸에 지니기로 한다. 성모님께 대한 우리의 순수하고 한없는 신뢰심으로 그분의 도우심을 통해 모든 장애물을 이기고 우리의 결심을 더욱 굳게 하며,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남에게 대해서는 친절하고 부드러우며, 모든 일에 있어 빈틈없이 생활한다.”(요한 보스코, 예수님의 단짝 도메니코 사비오, 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94쪽)
성모님을 신뢰하는 태도를 묘사하는 데 사용된 형용사들은 성모님께 대한 효심의 강렬함과 진정성, 즉 성실하고 무한한 신뢰를 묘사한다. 이것은 각자가 성모님을 향해 살기 위해 취하는 태도, 즉 성모님의 보호-도움-인도의 효과를 나타내는 한결같은 부드러움과 끊임없는 헌신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회’의 “성모님께 대한 신심은 [회원들에게] 주님께 어떤 저항도 드리지 않고, 매일의 신앙생활을 하느님을 섬기는 열정적인 자기 내어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탱하는 요소가 되면서 도메니코의 영성에 대한 마리아의 억양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Andrea Bozzolo, Missione e santità di Domenico Savio. Lettura teologica della Vita, in Giraudo Aldo (a cura di), Domenico Savio raccontato da don Bosco. Riflessioni sulla Vita. Atti del Simposio organizzato dall’Università Pontificia Salesiana, Roma 8 maggio 2004, LAS, Roma 2005, 148) 안드레아 보졸로는 장상에 대한 순명을 ‘엄격하게’ 선택하고, 자신의 의무를 정확히 이행하고자 하는 마리아 영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규칙의 정확한 준수와 순명을 청하는 요청에서 그 소년 그룹은 마치 형식주의나 외부의 시선, 미성숙한 인격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성모님의 가장 특징적인 태도에 대한 친숙함에서 드러나는 순명의 가치를 표시하고 삶의 규칙에 복종할 필요성을 느낀 것처럼 보인다. 즉 모든 일에서 그저 하느님의 뜻을 행하고자 하는 무조건적인 순응을 보인다.”(앞의 책, 148-149)
이러한 소년들의 마리아 영성은 진정한 제자 정신을 표현하는 것 외에도 사도적인 모습이 뚜렷이 드러난다. 모임의 발전을 목격했던 레뮈엔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수호천사들과 같았습니다. 모임의 구성원들 각자는 자신에게 맡겨진 영혼을 놓치지 않고 그 주위를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이 거의 눈치채지 못하게 친구를 사귀려고 노력했습니다. 심지어 그의 보살핌의 대상이었던 사람들조차도……사비오의 사랑스러운 몸가짐과 필요한 경우 가장 부지런하고 관대한 희생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얻은 그는 그들의 조언과 권고를 받았고, 그들에게 선을 행하도록 격려하거나 적절한 순간을 선택하여 그들에게 조언한 다음 고해성사에 가도록 초대했습니다.”(MB, V, 484. Un esempio concreto è quello di Michele M agone narrato nel capitolo III della Vita (cf. Bosco, Cenno biografico sul giovanetto Magone Michele, 120-122; 참고. *미켈레 마고네의 ‘성체신심회’)
그렇게 하여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회’와 함께 돈 보스코의 1844년 꿈이 실현되기 시작한다: 양들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역사에서 볼 수 있는 모성적 현존의 가시적 징표인 마리아 덕분에 목자로 변한다. 늑대와 같은 거친 들짐승들이 양들로 바뀌고, 양들이 목자들로 바뀐다.
도메니코 사비오의 마리아를 향한 효심은 전염성이 있고, 참여적이며, 사도적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항상 존재하는 어머니로 느껴지는 마리아에 대한 사랑은 그의 삶을 채우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므로 예방 교육 시스템 효과의 비결 중 하나인 청소년 사도직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넘쳐흐르고 퍼부어진다.
4.3 마리아의 아들 프란체스코 베수코: 하느님과의 일치로 가는 길
돈 보스코는 자신의 통합된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단언한다: “청소년들이 기도를 즐기게 되기는 아주 어렵다. 변덕스런 청소년기에는 진지하게 정신적 집중을 요하는 것이 지겹고 힘들게 느껴진다. 기도하는 교육을 받아 기도를 좋아하게 된 아이는 지극히 운이 좋은 것이다. 하느님의 축복의 샘은 언제나 기도에 의해 열린다.”(요한 보스코, 알프스의 목동 프란체스코 베수코, 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98쪽)
프란체스코 베수코는 확실히 그런 젊은이들의 대열에 속한다. 그는 “부모님과 본당 신부님, 선생님의 교육적 보살핌에 유순하게 반응하며” “또래보다 월등한 학업에 대한 열정과 지식 욕구”, “듣고 읽는 것에 대한 행복한 기억력”을 보여준다. 그는 하느님의 “비추심”에 힘입어, 기도의 정신에 특별한 은총을 받았으며, “하루 중 어느 순간에라도 정신을 모아 주님께 기도를 바쳐드리는 소년”이 될 정도였다.(Giraudo, Maestri e discepoli in azione, in BOSCO, Vite di Giovani, 22)
이 진실하고 심오한 영적 체험 속에 보존되고 배양된 프란체스코의 마리아 신심은 짧지만 강렬했던 그의 삶 속에서 성숙해져 갔다.
그의 전기에는 그가 항상 부드러운 어머니로 느꼈던 성모님을 향한 헌신과 아들로서의 태도에 대한 언급이 가득하다.(요한 보스코, 알프스의 목동 프란체스코 베수코, 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86.89.96.97쪽 등) 특별히 “기도(원 제목은 ‘기도의 정신Spirito di preghiera’)”라는 제목의 제22장에서 프란체스코와 주님의 어머니 간의 친밀하고 다정한 관계를 엿볼 수 있다.
프란체스코는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님께 특별한 신심을 가지고 있었다. 성모 탄생 준비 9일 기도 동안엔 특히 열심이었다. 매일 저녁, 원장 신부가 그의 연습장에 어떤 신심 행위를 제안하곤 했다. 그렇게 하면 연말에 성모님께 훌륭한 선물을 드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하루 종일 베수코는 그 신심 행위를 계속했고 친구들에게 그것을 상기시켰다. 그는 도메니코 사비오가 성모님의 제대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곤 했던 바로 그 자리를 알고 싶어 했다. 그는 그 자리에 가서 기도하곤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자리에서 성모님께 기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 사비오 형이 나와 함께 기도하고 있는 듯이 느껴지거든. 사비오 형이 기도에 응답하는 것 같고, 사비오 형의 열정이 그대로 내 가슴에 스며드는 것 같아.’ 대개 그는 마지막으로 성당을 나왔다. 늘 성모상 앞에서 잠시 멈추곤 했기 때문이다.”(요한 보스코, 알프스의 목동 프란체스코 베수코, 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99-100쪽)
프란체스코 베수코의 마리아 신심을 살펴보다 보면 정확하고도 빈틈없는 신심업의 실천도 실천이지만 특별히 하느님과 성모님을 모시는 데 있어서 그가 도달한 신비스러울 정도의 일치 수준이다: “그는 기도하기를 아주 좋아했고, 혼자 있거나 할 일이 없을 경우엔 언제든 즉시 어떤 기도를 바치곤 했다. 간혹 오락 중에 기도를 시작하기도 했고, 때로는 무의식 중에 놀이를 하면서도 화살기도를 바치기도 했다. 어느 날에는 웃어른을 보고 달려가 이름을 부르며 인사한 다음 무심결에 ‘오, 거룩한 성모여’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또 언젠가는 자기와 함께 기도하고 있는 친구를 부른다는 것이 ‘오, 베드로여’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친구들은 그를 보고 웃어댔지만, 이러한 행동들은 기도에 대한 그의 사랑과 하느님께 마음을 드높여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영적 생활의 대가들에 따르면 이것은 덕행이 아주 뛰어난 사람들에게서 가끔 볼 수 있는 드높은 완덕의 경지를 나타낸다.”(앞의 책, 100-101쪽)
전기를 기록해 간 돈 보스코의 관찰은 순수하고 신비로운 영혼을 가진 이 젊은이의 기도 성향을 드러내지만, 발도코 오라토리오의 특징인 영성으로 충만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카빌리아가 발도코에서 “가족의 공기에 하느님의 공기가 스며들었다”라고 단언할 때(Caviglia, Savio Domenico e don Bosco, 70), 이는 오라토리오의 아이들이 초자연적인 것에 늘 익숙했고, 이러한 일련의 ‘거룩한 성화聖化와 성덕聖德’을 향한 발걸음에 성모님께서 근본적인 역할을 하셨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함이었다. 마리아께서는 젊은이들에게 “땅에서 이미 천국을 더욱 가깝게 느끼도록 해 주었고, 그들이 아직 어려서 어렵고 모르는 하느님, 보다 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멀리 계시는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 ‘우리 가운데 계시는 하느님’, ‘우리를 위한 하느님’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주었다.”(Colli, Ispirazione mariana, 179쪽)
베수코의 삶은 하느님 은총의 성화 능력과 젊은이들이 그 은총을 환영하고 근본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적 움직임에서 마리아는 내면적인 인간을 돕는 어머니로 존재한다. 평온함이 스며든 베수코의 죽음에서도 마리아의 현존이 스며들어 그 주변에 존경과 헌신의 기운이 감돌았다. 베수코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 돈 보스코는 이렇게 기록한다: “우리 모두는 너무도 놀라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우리의 눈은 천국의 천사들과 함께 천사가 되어 버 듯한 베수코에게 고정되었다. 긴장을 깨면서 원장 신부가 말했다. ‘우리 베수코가, 그토록 사랑했던 주님과 그분의 천상 어머니로부터 지금 이 순간에 특별한 은총을 받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성모님께서 오셔서 베수코의 영혼을 천국으로 데려가고 계신지도 모릅니다.’ 베수코가 계속 노래하자 우리 모두는 더욱 놀랐다.”(요한 보스코, 알프스의 목동 프란체스코 베수코, 돈보스코미디어, 2009년, 148쪽)
맺음말
지금까지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돈 보스코와 성모님 간의 효심으로 가득한 관계를 살펴보고, 그것이 예방 시스템의 교육 실천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였다. 이로부터 이제 오늘날 우리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도전이 무엇인지 자문해 볼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놀라운 신기술의 현시대와 돈 보스코가 살았던 시대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시대의 아이들과 현시대의 아이들이 살아가는 현실 사이에 커다란 심연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는 돈 보스코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에 함께했던 단순하지만, 생명력 있고 심오한 종교성에 대한 그의 경험을 향수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돈 보스코는 그 시대, 그때를 살면서 마리아의 아들로 살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성모님께 기도하며 성모님을 부르는 법을 배웠으며, 이와 같은 따뜻한 신뢰와 애정의 분위기는 고스란히 함께 살던 젊은이들을 감싸는 분위기와 공기가 되었다.
세대를 넘어 신앙의 전승과 연관된, 단순하지만 진정성과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효과적이었던 이러한 종교성의 상당 부분이 희미해지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 분명하다.
오늘날 많은 부모와 교육자들은 방향을 잃고 낙담하여 아버지/어머니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려는 유혹을 받고 있으며, 그 결과 점점 더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신을 고아처럼 느끼며 산다. 그런데도 효성·효심의 경험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사실 누군가의 자식이 된다는 것은 ‘우리 중 그 누구도 끊을 수 없는 유일한 관계 안에 인간이 되는 구조적 경험’이다. 우리는 누구나 아버지나 어머니, 형제나 자매, 남편이나 아내가 되거나 되지 않고 평생을 살아갈 수는 있지만, 자녀·자식의 경험을 피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Anna Bissi, Essere e diventare figli. La vocazione dell’uomo, Paoline, Milano, 2012, 20)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식들이다. 누구에게나 자녀라는 조건은 삶의 한순간에 일회적인 속함이 아니라 삶 전체에 속한다.(Bruno Maggioni, Padre nostro, Vita e Pensiero, Milano, 1995, 32)
이러한 사실은 필자의 견해로 볼 때, 예방 교육 시스템의 경로를 접목할 수 있는 최적의 지형이다. 그러나 성모님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사실 성모님 없이는 그리스도인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도 될 수 없다.
이 논문에서 제안하는 연구들이 이러한 진리를 중요한 방식으로 재발견하고, 교육 공동체에서 이 진리를 구체화할 수 있는 몇 가지 구체적인 길을 찾아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