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일(10월 1일)

10월 묵주 기도 성월은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기념일(Memorial of Saint Thérèse of the Child Jesus)’로 시작한다. ‘아기 예수의 데레사’, ‘소화小花(작은 꽃) 데레사’, ‘리지외의 성녀’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선교 사업의 수호자’이자 잔 다르크에 이어 프랑스 제2의 수호자이며 ‘보편 교회의 교회 학자’인 성녀는 카르멜 수녀회의 수녀로서 9년 반을 살았다. 성녀의 영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은 아마도 24살 꽃다운 나이로 돌아가시기 1년 전인 1896년 9월에 성심의 마리아 수녀(Sr. Marie of the Sacred Heart)의 요청으로 쓰게 된 일종의 피정 회고록이라고 할 것이다.(*사진-wikipedia)

회고록에서 성녀는 일종의 ‘사랑학’을 설파한다. 그녀가 깨우쳐 살아간 사랑의 길은 예수님의 사랑을 알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길, 그녀의 마음 안에 자리하신 예수님의 사랑에 좌우되는 길이다. 성녀는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사랑의 용광로로 인도하시는 길을 저에게 보여주시기로 계획하셨습니다. 이 길은 아버지의 품에 자신을 내맡겨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편안하게 잠드는 어린 아기와도 같은 길입니다.”라고 말한다. 성녀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이 지시하는 방향에 따라 온전히 순응하고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그로부터 주어지는 은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이들과 함께 일하시기를 기뻐하신다고 결론 짓는다. 성녀에 따를 때, 하느님의 사랑을 어떤 인간적인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경제적인 산술 계산으로 하느님과 그럴듯한 관계를 잘 맺어서 얻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건강한 영성에 위배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서 어떤 위대한 행동이나 행적을 요구하시지 않습니다. 그저 당신께 단순하게 의탁하고 감사하기만을 바라십니다.”라고 성녀는 말한다.

이러한 태도를 지니게 되면 그 무엇이 되었든지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성녀의 모범을 따른다면 가장 겸손한 모습으로 가장 단순한 행동을 통해서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는 일을 할 수 있다. 성녀가 말하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잠드는 어린 아기가 되는 사랑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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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3년 프랑스 파리의 외곽 알랑송 출생. 1897년 9월 30일 24세 때에 폐결핵으로 귀천. 18개월 동안 병상에서 투병. 1888년 4월 9일 15세에 수녀회에 입회. 1889년에 ‘아기 예수와 성안聖顔의 성 데레사’라는 이름으로 착복식. 9년 반 동안 수도생활. 수녀원의 주방과 세탁실 소임. 1925년 비오 11세 교황은 성녀를 ‘선교의 수호자’로 선포. 프랑스의 리지외(Lisieux)에 있는 카르멜 수녀원에 들어가 살았으므로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로도 불린다.

『언니들의 모범에 감화를 받은 어린 10대의 데레사는 엄격한 카르멜 수녀회 – 잠도 거의 자지 않고 음식도 제대로 먹지 않은 채 끊임없이 기도하는 수녀회 – 에 들어가기를 갈망했다. 수녀회의 나이 제한으로 입회가 좌절되자 데레사는 교황 레오 13세에게 가서 직접 귀찮게 졸라댔다. 레오 13세는 교황 권한으로 예외를 두어 데레사가 15살에 수녀회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했다. 리지외의 수녀원에 스스로 갇힌 데레사는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작은 길’에 헌신했다. 이 길은 어찌 보면 평범해 보인다. 특별한 고행과 야심적인 영적 업적 대신, 데레사는 일상의 수많은 사소한 일에서 거룩함을 추구하며 삶의 매 순간 어린아이처럼 예수님에게 의존하고자 한 것이다.

데레사가 자신의 짧은 생애 동안 직접 쓴 내용을 읽어보면, 그러한 일이 실제로는 얼마나 두려울 정도로 평범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저는 참으로 저의 하느님을, 시련과 고통을 갈망합니다.’라거나 ‘오, 저의 하느님, 당신께서 제게 베풀어주신 그 모든 은총에, 특별히 제가 고난의 용광로를 거쳐 갈 수 있게 해주신 그 은총에 감사드립니다.’라고 쓸 수 있는 10대를 당신은 얼마나 많이 아는가. 어느 날 밤, 데레사는 영적 열망이 폭발해 자신을 ‘지극히 자비로우신 하느님 사랑의 희생 제물’로 봉헌했다. 이 봉헌이 받아들여져, 데레사는 그해에 죽도록 아팠다. 평화로운 프랑스의 한 수녀원에서 데레사의 삶은 그 자체가 영적 전쟁터였다.(존 즈미락·데니스 매티코비악, ‘나쁜 가톨릭 신자의 착한 생활 가이드북’, 보누스, 2010년, 227-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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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023년)는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해입니다. 데레사 성녀는 자서전 『한 영혼의 이야기』(L’Histoire d’une âme)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완전한 애덕은 다른 사람의 결점을 참아 견디며, 그들의 약함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그들이 행하는 극히 조그만 덕행까지도 본보기로 삼는다는 것임을 나는 깨닫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랑은 마음 깊은 곳에 가두어 놓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등불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비추고 즐겁게 하여야 하는 애덕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Ms C, 12r°). –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7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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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흘러갑니다. 뚜벅뚜벅 그렇게 인생이 나아가는 앞길에 ‘영원’이 있습니다. 곧 진정한 예수님의 생명을 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슬픔의 샘에서 온갖 슬픔을 들이키고 난 후에는 진정한 기쁨의 샘에서 온갖 기쁨과 환희를 들이켜 신적인 존재들이 될 것입니다. 작은 자매여, 우리 존재의 내면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곧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더욱 빛나는 태양이 신비한 대양, 무한한 지평선을 더욱 찬란한 빛으로 비추는 새로운 하늘을 곧 보게 될 것입니다. 광대무변이 우리 것일 것입니다. 우리가 더는 이 유배지의 죄수가 아닐 것입니다. 모든 것은 지나갈 것입니다. 천상 배필이신 신랑과 함께 끝없는 호수 위를 항해할 것입니다. 무한은 한계, 끝도 가도 없는 것입니다! 용기를 냅시다. 예수님께서 우리 슬픔의 마지막 메아리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바빌론 강기슭 거기에 앉아 시온을 생각하며 우네. 거기 버드나무에 우리 비파를 걸었네.’(시편 137,1) 하는 말씀 그대로입니다. 마침내 우리가 구출되는 날에는 우리가 과연 어떤 노래를 부를 것이며 우리의 비파가 어떤 울림을 지어낼 것인가!

사랑은 사랑으로만 갚아집니다. 사랑의 상처는 오직 사랑으로만 치유됩니다. 우리의 불쌍한 영혼을 구하기 위해 우리의 고통을 진심으로 예수님께 드립시다. 우리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하느님의 피가 흘렀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우리 마음의 호흡 하나에 매달리시고자 하십니다. 얼마나 큰 신비일는지요! 우리의 숨 하나에 우리의 영혼을 구하실 수 있다면, 우리 고통의 숨들이 감히 이루지 못할 일이 무엇일는지요!

종소리는 울리는데 불쌍한 레오니에게 아직 쓰지 못했습니다. 그녀에게 입 맞춰 주고 제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십시오. 그녀에게 은총에 충실하게 하십시오. 예수님께서 그녀를 축복하실 것입니다. 제가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예수님께 여쭈어보라고 해 주십시오. 저는 예수님을 신뢰하며 그분께 저의 메시지를 남깁니다. 곧 만납시다! 오, 하늘. 천국. 저희가 언제 그곳에 있을는지요?(*데레사 성녀는 이 편지를 16세에 썼다. From Saint Thérèse of Lisieux: General Correspondence, Vol. I, 1877-1890, John Clarke, o.c.d., Tr. © 1982, Washington Province of Discalced Carmelites, Inc., ICS Publications.)」

예수 아기의 성녀 데레사가 지은 기도문

(1890년 9월 8일 서원식날 품에 지니고 있었던 글)

나의 정배 예수님!

제 성세의 두 번째 옷을 더럽히지 않게 하시고

작디작은 잘못도 일부러 저지르기 전에 나를 거두어 가소서.

언제나 당신만을 찾고, 당신만을 뵈옵게 하시며

피조물이 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고, 저도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니기가 원이로소이다.

예수님! 당신만이 홀로 저의 모든 것이 되어주소서.……

세상사가 제 마음을 어지럽지 못하고, 아무것도 제 평화를 앗아가지 못하게 하옵소서.

저 오직 평화만을 당신께 청하나이다.

그리고 또 사랑도 – 한계를 모르는 끝없는 사랑-

이미 제가 아니고 홀로 당신만인 그 사랑말입니다.

예수님! 당신을 위해 순교할 수 있도록 마음의 순교든 아니면 육신의 순교를…

아니 그보다 차라리 두 가지 모두 주소서.

제 서원을 완전히 다 할 수 있게 하시고, 당신 정배로서 제가 할 바를 깨우쳐 주소서.

절대로 제가 수도원의 짐이 되지 않게, 아무도 제게 마음을 쓰지 않고

예수님 당신의 조그마한 모래알처럼 잊혀진 채 발길에 짓밟히게 하소서.

제 안에 당신의 뜻만이 이루어지고, 이미 저를 위해 마련하신 거기까지 이르게 하소서…

예수님! 제가 많은 영혼을 구하게 하소서.

오늘은 지옥에 떨어지는 영혼이 하나도 없게 하시고

연옥의 영혼도 모두 구원되게 하소서…

예수님, 제가 못 할 말을 했다면 용서하소서.

당신께 기쁨을 드리고 위로해 드리는 것만이 저의 소망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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