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극」 (서문) 인생의 온갖 일이란(人生百務)…

인생의 온갖 일이란 없애고 쌓는 두 가지 단서를 벗어나지 않는다. 무릇 닦는다는 것은, 묵은 것을 없애고 새것을 쌓음을 말한다. 성현이 온갖 실마리를 들어 훈계한 것은 모두 악을 없애고 덕을 쌓는 바탕이 된다. 무릇 악은 욕심을 틈타는데, 욕심은 본래부터 악한 것은 아니다. 이는 바로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내리셔서 이 몸을 보존하여 지키고 영혼과 정신을 보좌하게 한 공평한 의리의 비밀스러운 심부름꾼이다. 사람이 오직 사사로움으로 여기에 빠지는 바람에 온갖 형상의 죄와 허물이 비롯되어 여러 가지 악이 뿌리내리게 된 것이다. (人生百務, 不離消積兩端. 凡所爲修者, 消舊積新之謂也. 聖賢規訓萬端, 總爲消惡積德之籍, 凡惡乘乎欲, 然欲本非惡, 乃天主賜人, 存護此身, 輔佐靈神, 公義公理之密伻. 人惟汨之以私, 乃始罪諐萬狀, 諸惡根焉,)

이 뿌리는 마음이라고 하는 흙 속에 몰래 숨어 있지만, 1) 부자가 되려 하고(富) 2) 귀하게 되려 하며(貴), 3) 편안하고 즐거워지려는(逸樂) 세 개의 큰 줄기가 밖에서 성대하게 움튼다. 그 줄기가 또 가지를 돋워, 부자가 되기 위해 ① 탐욕을 부리고, 귀하게 되려고 ② 교만을 부리며, 편안해지려고 ③ 식탐 · ④ 음란 · ⑤ 나태가 생기게 한다. 혹 부와 귀와 일락이 나를 이기면 ⑥ 질투가 생겨나고, 나를 빼앗아가면 ⑦ 분노가 일어난다. 이 때문에 사사로운 욕심은 그 뿌리가 하나다. 부자가 되고 귀한 이가 되며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고자 함이 줄기라면, 교만과 탐욕, 식탐과 음란, 나태와 질투 및 분노를 일으킴은 가지에 해당한다. 여러 종류의 죄와 허물, 의롭지 아니한 염려와 언행이 일곱 개의 가지에 맺혀서는 열매가 되고, 갈라져서는 잎새가 된다. (此根潛伏於心土, 而欲富, 欲貴, 欲逸樂三巨幹, 勃發於外, 幹又生枝, 欲富生貪, 欲貴生傲, 欲逸生饕生淫生怠, 其或以富貴逸樂, 勝我即生妬, 奪我即生忿. 是故私欲一根也. 欲富, 欲貴, 欲逸樂, 幹也, 而生傲, 生貪, 生饕, 生淫, 生怠及妬忿, 枝也. 種種罪就, 非義之念慮言動, 七枝之結爲實, 披爲葉也,)

지옥의 불길은 이 나무를 땔감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나니 지옥불이 절로 없어졌다”고 말하는 것이다. 세간의 질병과 근심과 환란으로 몸과 마음이 편치 않음은 모두 다 이 나무의 열매를 먹어서 생긴 것이다. 세상에서 이 나무를 뿌리째 뽑아버린다면 사람은 모두 천사가 될 것이다. 남 보기를 자기와 같게 여기고, 죽는 것을 집으로 돌아가듯이 본다면 천당의 경계가 어찌 멀겠는가? 하지만 욕심을 이겨 덕을 닦으려고 종일 토론하며 세상 마칠 때까지 힘쓰더라도 교만과 질투, 분노와 음란 같은 여러 가지 욕심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 겸손과 어짊, 곧음과 인내 따위의 여러 덕행은 마침내 쌓이지 않는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세 가지의 가려짐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본원本原을 생각지 않아서이고, 둘째는 지향志嚮이 맑지 않아서이며, 셋째는 절차節次를 따르지 않아서이다. (地獄之火, 此樹薪之, 故曰: “去私欲, 而獄火自無矣.” 世間疾憂患亂, 身心不寧, 皆由食此樹之實而作者, 拔此樹於世, 而人皆天神也, 視人如己, 視死如歸, 天堂境界, 登遠乎哉? 然而克欲修德, 終日論之, 畢世務之, 而傲妬忿淫諸欲, 卒不見消, 謙仁貞忍諸德, 卒不見積. 其故云何? 有三藏焉. 一曰不念本原, 二曰不清志嚮, 三曰不循節次.)

세상에서 거만하게 자신만 옳다고 여기는 자들은 덕을 닦고 욕심을 이기는 역량이 자기만 홀로 능하다고 하면서, 절로 생겨나는 줄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한 생각을 이끌어서 깨우친다면 천지의 원래 주인께서 내게 내리시지 않은 것이란 없다. 부귀와 장수와 편안함 같은 아주 잠깐의 행복으로 한 틈 사이의 밝음으로 있는 것조차 모두 천주께로부터 나온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욕심을 이기고 덕을 닦는 가장 어렵고 몹시 힘든 일을 망령되이 스스로 자기가 능하다고 여기니, 그 잘못이 얼마나 심한가? (夫世之傲然自是者, 咸謂修德克欲之力量, 我自能之, 不知自有生來, 但有一念提醒, 莫非天地元主賜我者. 富貴壽安, 微暫之福, 有一隙之明者, 皆知出於天主. 而克欲修德, 最難劇務, 妄自認爲己能, 謬孰甚歟?)

***

천주교는 으뜸가는 죄를 일곱 가지로 말한다.

첫째가 교만, 둘째는 질투, 셋째는 인색, 넷째는 분노, 다섯째가 음식에 빠짐, 여섯째는 여색에 빠짐, 일곱째가 선에 게으름이다.

또 죄를 이기는 일곱 가지 단서에는 일곱 가지 덕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겸양으로 교만을 이긴다. 둘째, 남을 아끼고 사랑하여 질투를 이긴다. 셋째, 재물을 희사하여 인색을 이긴다. 넷째, 인내를 길러 분노를 이긴다. 다섯째, 담박함으로 먹고 마시는 것에 빠지는 것을 이긴다. 여섯째, 욕망을 끊어서 여색에 빠지는 것을 이긴다. 일곱째, 천주의 일에 부지런히 힘 쏟아 선행에 게으른 것을 이긴다. (天主教要言罪宗七端, 一謂驕傲, 二謂嫉妬, 三謂慳悋, 四謂忿怒, 五謂迷飲食, 六謂迷色, 七謂懈惰于善. 又言克罪七端有七德, 一謂謙讓, 以克驕傲. 二謂 仁愛人, 以克嫉妬. 三捨捨財, 以克慳悋. 四謂含忍, 以克忿怒. 五謂淡泊, 以克飮食迷, 六謂絶欲, 以克色迷. 七謂勤天主之事, 以克懈惰于善.)

(판토하, 칠극-자서自序-만력 갑인년·1614년 음력 10월 15일에 방적아가 쓴다. 萬曆甲寅孟冬望日, 麚迪我題) *<판토하, 칠극七克, 정민 옮김, 김영사, 2021년, 12-14.19쪽> ; 번호의 표기 등은 임의적인 삽입임

One thought on “「칠극」 (서문) 인생의 온갖 일이란(人生百務)…

  1. 천주교의 으뜸가는 일곱 가지 죄~
    첫째가 교만
    둘째는 질투
    셋째는 인색
    넷째는 분노
    다섯째 음식에 빠짐
    여섯째는 음란함에 빠짐
    일곱째가 선에 게으름이다.
    다시 새겨 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