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중 기상천외한 발상과 억측으로 나를 대경실색大驚失色하게 하고 포복절도抱腹絶倒하게 하는 녀석이 하나 있다. 어린 나이는 아니고 아마 쉰 하고도 다섯 쯤일 것이다. 언젠가 ‘구름 운雲’에 대한 글을 썼더니, ‘운수대통’과 ‘안전운전’으로 댓글을 달기도 하고, ‘입 구口’에 대해 쓴 글을 보고는 ‘구관명관’ ‘구사일생’으로 댓글을 달아 나를 웃게 만든다. 그래서 ‘구관명관 구사일생, 절묘하다 아연실색’이라고 말도 안 되는 시조 아닌 시조를 읊어줬다.
낮에 밝은 것은 해(날 일日)이고 밤에 밝은 것은 달(달 월月)이다. 그래서 달은 ‘밝다’라는 뜻을 지녔다. 아울러 우리말의 ‘달’이 ‘ᄃᆞᆯ’에서 왔으므로 높은 것, 넓은 것, 큰 것이라는 뜻을 담는다. 해는 이지러짐이 없이 항상 둥근 모양이므로 둥근 모양 안에 점을 찍어 ‘날 일日’이 되었지만, 달은 매번 기울고 차는 것을 반복하면서 초승달이나 반달 모양이 되므로 글자 아래를 터 놓고 가운데에 점 두 개를 찍어 ‘달 월月’이 되었다. 해나 달에 찍힌 하나, 혹은 두 개의 점을 두고 태양의 흑점이라든가 중국 신화에서 달에 사는 두꺼비 섬여蟾蜍(두꺼비 섬, 두꺼비 여)라고도 하지만 이는 방아 찧는 토끼를 학습한 내게 선뜻 다가오지 않는다. 달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진 글자 중에 ‘달 월月’의 옛 글자인 ‘저녁 석夕’도 있다. 저녁이 되면 달이 반쯤 뜨기 때문에 ‘달 월月’에서 점을 하나만 찍어 만들었다. ‘고기 육肉’의 간략형과 ‘달 월月’이라는 글자가 똑같은 글자이긴 하지만, 약간 다르다. 많은 경우에 글자의 왼쪽이나 아래에 붙으면 ‘고기 육肉’의 간략형이 붙어서 만들어진 글자이고(예. 간肝, 항문 항肛, 복부 두肚, 기를 육育, 안주 효肴…), 오른쪽에 붙어서 글자를 만들면 ‘달 월月’이 붙은 것(예. 밝을 랑朗, 아침 조朝, 바랄 망望…)이다.
속인에게 달은 외로움이고 눈물이며 멀리 있어 가 닿을 수 없는 곳이지만, 시인詩人에게 달은 벗님이고 놀이이며 나와 하나 되는 상징으로 누구나 가 닿는 곳이다. 세속의 달은 동경이고 그리움이며 한恨이지만, 성경의 달은 항상 찬미의 도구이고 징조의 표징이며 조물주를 섬기는 시간이다. 달은 내 옆에도 뜨고 멀리도 뜨며 내 안에도 뜬다. 달은 싸늘했다가 부드러웠다가 나를 축축하게 젖게도 한다.
달은 이래저래 바라보는 인간에게 ‘생각’이다. 그래서 너나 나를 가늠하기 한참 전 집회서의 저자 벤 시라크는 “내게는 아직 할 말이 많으니 보름달처럼 온갖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집회 39,12) 한다.(20171003 *이미지-구글)
달빛아래 동시에 지구 반대편 태양아래 모두를 사랑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기도 드립니다.
저는 달 모양 중에서 초승달, 그믐달이 맘에 들어오네요. 초승달ㅡ오른쪽눈썹, 그믐달은 왼쪽 눈썹, 어제 영구눈썹 했거든요! 각자의 내면에 마음의 달은 다양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