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바Ahavah에서 아가페Agapē까지

“발을 씻겨주심”(프레스코), by 지오토Giotto, 파도바의 스크로베니 성당

히브리 말이나 희랍어에서 ‘사랑’이라는 말은 언약에 따른 충성·충실과 신실함, 희생적인 보살핌, 정서적인 친밀감 등을 아우르는 몹시 다면적인 개념이다. 사랑은 성경의 가르침에서 하느님의 본성인간의 부르심을 밝혀주는 기초이다. 성경의 주요 ‘사랑’ 개념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신적神的인 차원과 인간적인 차원이라는 두 차원을 발견한다.

히브리말 아하바(אַהֲבָה, Ahavah)

히브리어 성경에서 사랑을 뜻하는 중심어는 ‘아하바’이다. 이 말은 ‘사랑하다(to love)’라는 뜻을 지닌 아하브ahav(אָהַב)라는 어근에서 온다. 아하바는 신적인 사랑이나 인간적인 사랑을 모두 가리킨다. 이 말은 낭만적인 사랑(예: 라헬을 향한 야곱의 사랑, 창세 29,20)으로부터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 간의 사랑(예: 신명 7,7-8)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맥 안에 등장한다.

다분히 감정적인 현대인의 사랑 개념과는 달리 아하바는 행동과 헌신을 강조한다. 이는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신명 6,5) 하는 구절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여기서 아하바는 순종과 성실에 뿌리를 둔 포괄적인 헌신을 뜻한다.

또 달리 의미 있는 히브리 말은 ‘헤세드’(혹은 체세드, chesed, חֶסֶד)라고 하는 말이다. 흔히 ‘친절한 사랑(loving-kindness)’이나 ‘한결같은 사랑(steadfast love)’으로 번역한다. 헤세드는 아하바와 같은 말은 아니지만, 시편 136편에서 후렴구로 반복되는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 할 때처럼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약속한 신실하심과 자비를 담은 사랑이다. 아하바나 헤세드는 모두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 계속되는 사랑이다. *우리말 성경에서는 이를 “자애”로 옮기고 있으며, 뜻으로 보아 ‘인자하심’으로 옮기기도 한다.

희랍어 아가페(Ἀγάπη, Agapē), 필리아(Φιλία, Philia), 에로스(Ἔρως, Eros)

신약의 언어라고 할 수 있는 희랍어 어휘에서 사랑을 뜻하는 말들은 신학적 틀 안에서 정교한 차이를 보인다. 가장 의미 있는 말로서 ‘아가페’라는 말은 하느님의 조건 없는, 자기희생의 사랑이다. 동사 ‘아가파오(agapaō, ἀγαπάω)’에서 온 이 말은 어떤 대가나 상호성에 상관없이 다른 이의 선익을 도모하는 사랑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하는 구절에 등장하는 ‘사랑(ἠγάπησεν, ēgapēsen)’처럼 인간을 그저 구원하시고자 하는 하느님의 본성인 사랑을 뜻한다.

필리아’는 상호 애정과 선의를 담고 있는 우정이나 형제애를 뜻한다. 필리아는 성경에서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형제애로 서로 깊이 아끼고, 서로 존경하는 일에 먼저 나서십시오.”(로마 12,10)에서처럼 ‘형제애(brotherly love, philadelphos, φιλάδελφος)’라는 단어로 나타난다. 예수님께서도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요한 15,15) 하고 말씀하실 때, 당신과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표현하고자 필리아를 생각하며 말씀하셨다.

에로스’는 낭만적이거나 열정적인 사랑을 가리키는 단어인데, 신약성경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에로스라는 말이 성경 신학에서 일차적인 주요 어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성경 전체를 통하여 혼인계약이 담고 있는 구원의 잠재성을 기념하며 인간관계를 위한 하느님의 계획을 포괄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신학적 의미

위에 언급한 ‘사랑’이라는 말들은 전반적으로 하느님의 본성, 그리고 인간과 하느님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출발점으로 한다. “하느님은 사랑(agapē)”(1요한 4,8)이시라는 선언이 단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보여준다. 구약의 히브리어는 하느님의 언약 안에서 강조되는 신실하심에 강조점이 가 있고, 신약의 희랍어는 삶과 죽음으로 완전한 사랑을 구현하신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러나는 희생의 돌보심에 초점이 주어져 있다.

사랑에 관한 이러한 다각적인 이해는 신앙인들에게 헌신적인 삶, 이타심, 공동체성을 생각하도록 한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하고 명령하신다. 이러한 사랑을 살면서 우리는 세상에 치유와 화해를 가져오는 신성한 사명에 동참하게 된다.

이 글은 샘손 라파엘 허쉬Samson Raphael Hirsch의 주석과 로버트 비크스Robert Beekes의 희랍어 어원 사전(2010년) 등을 참조하면서 히브리어 성경 어원 사전(Etymological Dictionary of Biblical Hebrew)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되었다. 물론 주석이 완전하거나 결정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글쓴이-다니엘 에스파르자Daniel Esparza, 이미지와 글 출처-2024년 11월 29일, aleteia.org)

***

From Ahavah to Agapē

The words used for “love” in Hebrew and Greek unveil a multifaceted concept, encompassing covenantal loyalty, sacrificial care, and emotional intimacy. Love is a cornerstone of biblical teaching, revealing both God’s nature and humanity’s highest calling. The etymology of the words used for “love” in Hebrew and Greek unveils a profound and multifaceted concept, encompassing covenantal loyalty, sacrificial care, and emotional intimacy. By exploring the key terms for love in Scripture, we uncover its divine and human dimensions.

Hebrew: אַהֲבָה(Ahavah)

The primary Hebrew word for love in the Hebrew Bible is ahavah (אַהֲבָה). Derived from the root ahav (אָהַב), meaning “to love,” ahavah conveys both human and divine love. It appears in a range of contexts, from romantic love (e.g., Jacob’s love for Rachel in Genesis 29:20) to the covenantal love between God and His people (e.g., Deuteronomy 7:7–8).

Unlike modern notions of love as mere emotion, ahavah emphasizes action and commitment. This is evident in Deuteronomy 6:5: “Love the LORD your God with all your heart, with all your soul, and with all your strength.” Here, ahavah signifies an all-encompassing devotion rooted in faithfulness and obedience.

Another significant Hebrew term is chesed (חֶסֶד), often translated as “loving-kindness” or “steadfast love.” While not synonymous with ahavah, chesed communicates God’s covenantal loyalty and mercy, such as in Psalm 136, where the refrain declares, “His steadfast love endures forever.” Together, ahavah and chesed demonstrate a love that is both relational and enduring.

Greek: γάπη(Agapē), Φιλία(Philia), and ρως(Eros)

The New Testament’s Greek vocabulary for love offers a nuanced theological framework. The most significant term is agapē (ἀγάπη), used to describe God’s unconditional, self-sacrificial love. Rooted in the verb agapaō (ἀγαπάω), agapē describes a love that seeks the good of the other, regardless of merit or reciprocation. John 3:16 famously declares, “For God so loved the world (ēgapēsen), that He gave His one and only Son,” revealing divine love’s redemptive nature.

Philia (φιλία) refers to brotherly or friendship love, marked by mutual affection and goodwill. It appears less frequently in Scripture but is present in words like philadelphos (φιλάδελφος), meaning “brotherly love,” as seen in Romans 12:10. Jesus also evokes philia when calling His disciples “friends” in John 15:15, emphasizing the relational intimacy between Him and His followers.

Eros (ἔρως), referring to romantic or passionate love, does not appear directly in the New Testament. While eros is not a primary focus of biblical theology, its redemptive potential is celebrated all throughout the Bible within the covenant of marriage, embodying God’s design for human relationships.

Theological implications

These terms reveal love as central to God’s nature and His relationship with humanity. In 1 John 4:8, the statement “God is love (agapē)” captures this truth. The Hebrew emphasis on covenantal loyalty and the Greek focus on sacrificial care converge in Christ, whose life and death embody perfect love.

For believers, this multifaceted understanding of love calls for a life of devotion, selflessness, and community. As Jesus commands in John 13:34, “Love one another. As I have loved you, so you must love one another.” By living out this love, we participate in the divine mission of bringing healing and reconciliation to the world.

This article draws upon insights from the Etymological Dictionary of Biblical Hebrew: Based on the Commentaries of Samson Raphael Hirsch and the Etymological Dictionary of Greek (2010) by Robert Beekes. Commentaries are informed by these sources but are not exhaustive or definitive. Readers are encouraged to consult the original texts for deeper study and context.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