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록(21)

3704. 하늘은 두루마리처럼 말릴 테지만(이사 34,4 참조. 아우구스티누스는 구약의 율법서를 ‘두루마리처럼 말릴’ 창공으로 비유하기도 한다.-Enarrationes in Psalmos 93,6), 지금은 저희 위에 가죽처럼 펼쳐져 있습니다.(낙원에서 추방되는 원조에게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과 그의 아내에게 가죽옷을 만들어 입혀 주셨다.’-창세 3,21 는 구절을 두고 교부는 가죽 옷이 사멸의 상징이라고 풀이하기도 하였다.)(13-15.16)

3705. 천사들은 항상 당신의 얼굴을 뵙고 있고, 시간의 음절 없이도 당신의 영원하신 의지가 무엇을 원하는지 항상 판독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판독하고 선택하고 사랑합니다.(천사들은 성경에 문자로 기록된 진리의 원형을 직관적으로 읽고legunt, 그것을 의지로 선택하고e-ligunt, 선택하는 바를 사랑하는di-ligunt 존재들이다.)

3706. 주님, 하늘에는 당신의 자비가 있고 당신의 진리는 구름까지 닿습니다.(시편 35,6 참조. 교부에게 구름nubes은 하느님 말씀의 설교가들praedicatores을 상징한다.-Enarrationes in Psalmos 35,8) 구름은 지나가고 하늘은 남습니다.(제13권 15.18)

3707. (하느님의 삼위론적 활동으로 ‘존재, 인식, 의욕’을 거듭 강조)

3708. 쓰게 만드는 물들을 단일한 모둠으로 모은 것은 누구입니까? 그것들에게도 목적은 현세의 지상적 행복 하나뿐입니다. 무수한 갖가지 근심 걱정에 시달리면서도 그 행복을 바라고 모든 것을 해댑니다.(이 세속, 쓴맛으로 쓰디쓴 속세, 폭풍으로 시달리는 속세를 바다로 비유한다. 거기서 인간들은 전도되고 사악한 욕정으로 마치 물고기처럼 되어 서로 잡아먹는다. 흉악한 바다, 쓰디 쓴 바다, 파도로 걷잡을 수 없는 바다를 조심하라. 대체 어떤 인간들로 득시글거리는지 조심하라.-Enarrationes in Psalmos 64,9) 구름은 지나가고 하늘은 남습니다. 주님, 물들이 한군데로 모여서 마른 땅, 당신을 목말라 하는 땅이 드러나라고 말씀하신 분이 당신 아니시고 누구입니까?(창세 1,9 참조. 바다는 죄악에 휘둘리는 영역, 물은 하느님을 목말라 하는 인간 영혼으로 형용하고 있다. ‘그대는 메마른 땅이 되라. 하느님의 은총을 목말라 하라. 그대 위에 단비가 내려 그대에게서 열매를 보게 하라.’-Enarrationes in Psalmos 94,9) 바다도 당신 것, 몸소 만드시었고 마른 땅도 당신 손수 빚지 않으셨습니까? 의지들의 쓴맛이 바다라고 불리지 않고 물들의 모둠이 바다라고 불립니다. 당신께서는 영혼들의 사악한 욕정들을 제어하시고 물이 어디까지 도달하도록 허용되는지 그 경계를 정해 두십니다. 그래서 욕정들의 파도가 서로 부딪쳐 부서지게 만드시며 그렇게 해서 만유 위에 임하는 당신 통수권이 내리는 명령대로 바다를 이뤄 놓으십니다.(13-17.20)

3709. 이토록, 주님, 이토록이나 당신께 빕니다. 당신께서 하시는 대로 생겨나게 하십시오. 기쁨과 능력을 주시는 대로, 진리가 땅에서 돋아나고 정의가 하늘에서 굽어보게 하십시오.(시편 84,12 참조) 궁창에 빛물체들이 생겨나게 하십시오.(나흗날에 창조된 ‘빛물체들luminaria’이 교부는 하느님을 목말라하는 그리스도 신자들, 진리와 정의에 정진하는 사람들을 상징한다고 풀이한다) 굶주린 이에게 저희 빵을 쪼개게 해 주시고, 집 없는 어려운 사람을 저희 집에 맞아들이게 해주시고, 헐벗은 사람을 입히고, 저희네 같은 씨앗의 식구들을(이사 58,7VL 참조. ‘네 씨앗의 식구들domesticos seminis tui’-성경에서는 ‘혈육’으로 번역) 낮추보지 않게 해 주십시오. 땅에서 난 열매들은, 보십시오, 좋습니다. 저희 빛이 때맞춰 솟아오르게 하셔서(이사 58,8 참조) 행실의 결실은 비록 미천하나마 그 덕택에 관상의 즐거움 속으로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그리스도교 신앙생활에서 ‘영원한 사물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상과 현세 사물들을 잘 사용하는 행동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이 일찍부터 있었다.-삼위일체론 12,14,22) 드높은 생명의 말씀을 받아들임으로써, 당신 성경의 궁창에 의탁함으로써 저희가 이 세상에 빛물체처럼 드러나게 해 주십시오.(13-18.22)

3710. 이 속세에 동화되지 말라.(로마 12,2 참조) 자기를 속세로부터 멀리하라. 피하면 영혼이 살고 맛 들이면 죽는다. 교만의 무지막지한 야수에게서 자기를 멀리하고, 환락의 나른한 쾌락을 멀리하고, 지식의 거짓 명분을 멀리하라.(‘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1요한 2,16 신앙에 귀의 않고 호기심에서 그치는 지식을 교부는 늘 지탄한다) 그래야 그런 것들이 유순한 짐승, 길든 가축, 무해한 뱀이 된다. 이것들은 우의寓意로(allegoria-교부는 전의轉意tropus를 우의allegoria, 풍자諷刺aenigma, 비유比喩parabola 등으로 나누기도 하고-그리스도교 교양 3,29,40 ‘언사를 유비적으로figurate 이해할 적에 우의라고 한다.allegoria cum figurate dicta intelleguntur’-De Genesi ad litteram imperfectus liber 2. 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베일이 걷히고 유비와 우의의 겉옷이 치워지면 진리가 벌거벗고 드러나 보인다.’) 나타낸 영혼의 움직임들이다. 오만의 불손, 욕정의 환락, 호기심의 독성은 죽은 영혼의 동작들이다.(창조된 갖가지 동물을 ‘영혼의 움직임animae motus’, 달리는 ‘정감情感affectiones animi’을-본서 10,14,21;10,21,30 참조. 가리키는 우의처럼 설명한다) 이런 움직임이 모두 빠진다고 해서 영혼이 죽지는 않으며 도리어 영혼이 죽는 일은 생명의 샘에서 멀어짐으로써 일어난다.(“영혼으로 죽은 것은 죄 때문이고 육체로 죽은 것은 죄벌 때문이며 그래서 몸으로도 ‘죄 때문에’ 죽어 있다고 한다.…하느님에 대한 불경은 영혼의 죽음이요 부패腐敗는 육신의 죽음이며 이 후자로 말미암아 육체로부터 영혼의 이탈이 이루어진다. 하느님이 떠나심으로써 영혼이 죽듯이 영혼이 떠남으로써 육신이 죽는다.”-삼위일체론 4,3,5) 그러다가는 지나가는 속세에 영혼이 휩쓸리고 속세에 동화되어 버린다.(이 세 종류의 악덕이 모든 죄악을 내포한다.-Enarrationes in Psalmos 8,13 로마12,2 참조)(13-21.30)

3711. 이를테면 하늘과 땅에서처럼 영적 피조물과 물리적 피조물들에서 보이는 다양성을 발견하고, 빛과 어둠에서처럼 의로운 영혼과 사악한 영혼들에서 보이는 다양성을, 물과 물 사이에 굳어진 궁창에서는 율법을 만드는 백성들의 사회에서 보이는 다양성을, 마른 땅에서는 경건한 영혼들의 열심에서 보이는 다양성을, 씨를 맺는 식물과 열매 맺는 나무에서는 현세를 살면서 행하는 자선 사업에서 보이는 다양성을, 하늘의 빛물체들에서는 남들에게 끼치는 유익을 위해 주어지는 영적 선물들에서 보이는 다양성을, 생혼에서는 절제로 단련된 정감에서 보이는 댜양성을 발견하기에 이릅니다.…땅은 인간적 태아들로(철학 용어인 ‘개념conceptus’은 어원상 ‘지성의 회임懷妊’에 해당하므로 교부는 ‘이성의 다산성rationis fecunditas’이니 ‘인간적 소생generationes humanae’이니 ‘인간적 태아fetus humani’니 하는 용어를 거리낌 없이 구사한다.) 채워지는데 공부에서 땅의 메마름이 드러나고(창세 1,9 참조) 그래서 이성이 땅을 지배하는 것입니다.(13-24.37)

※ 총 13권 278장으로 이루어진 <고백록>을 권위 있게 맨 먼저 우리말로 소개해주신 분은 최민순 신부님으로서 1965년에 바오로딸을 통해서였다. 여기서는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Confessiones, 성염 역, 경세원, 2016년>을 따랐다. 각 문단의 앞머리 번호는 원문에 없는 개인의 분류 번호이니 독자들은 괘념치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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