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 별의 인도를 받은 세 명의 동방박사들(그리스어로 마고이)은 갓 태어난 아기 예수를 경배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참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들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왕이 아닌 “동방박사(현인賢人)”로 묘사하는데, 8세기에 이르러서야 그들의 이름이 멜키오르, 카스파르, 발타사르로 정해진다. 이들을 그리려는 이들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는 장면을

잠자는 목자

우리에게 낯선 베니노라는 목자가 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사랑한 나머지 사람 아기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시고자 하던 날, 들판에서 양을 치고 있었던 목자 중 하나이다.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구유를 장식하거나 연출하면서 그의 모습을 구유의 한쪽에 놓고자 했고, 성탄의 장면을 그리는 이들도 그를 그리고자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성탄 축제에서 만나는 구유 꾸미기는 오랜 세월을 두고 아기 예수님께서

87세 생신을 맞으신 교황 프란치스코-2023년의 기쁨과 슬픔

2023년 12월 17일 87세 생신을 맞으신 교황님의 올 한 해를 돌아보며 6가지의 기쁨과 6가지의 슬픔을 정리해본다. 이 정리는 안나 쿠리안Anna Kurian이 2023년 12월 16일자로 aleteia.org에 기고한 내용이다. 여섯 가지 기쁨 1. 세계 청소년 대회: 교황님께서는 8월 2일부터 6일까지 포르투갈 리스본 세계 청소년 대회에 참석하셨다.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교황은 “건강해져서 다시 돌아오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복부 수술을 받은

오-안티폰O-Antiphon(12월 17일부터)

주님의 오심을 기리는 총 4주간의 대림시기 중 3분의 2가 지나갈 무렵인 12월 17일부터 교회는 ‘대림절의 위대한 날들(영어로 The Great Days of Advent)’이라 부르는 특별한 시기를 지내면서 특별하고도 아름다운 전례를 거행한다. 매일 미사 때 드리는 대림 감사송이 두 번째 것으로 바뀌고, 성직자들이나 수도자들이 매일 바치는 성무일도 중에서 저녁 기도의 성모님 노래 후렴(안티폰)은 특별히 ‘오!’라는 감탄사로 시작하는

십자가의 성 요한(12월 14일)

십자가의 성 요한(1542~1591년)은 카르멜 수도회의 수도 사제(1567년 서품)로서 서품 후 운명적으로 아빌라Avila의 성녀 테레사(1515~1582년)를 만났다. 테레사 수녀와 함께 카르멜 수도회의 개혁 운동에 앞장서 매진하다가 톨레도 수도원 감옥에 9개월간 갇히는 “어둔 밤”의 고초를 겪기도 하였다. 교회의 역사 안에서 가장 위대한 신비가 중 한 명으로 칭송받으며, “가르멜의 산길(바오로딸, 1993년)”, “영가(기쁜소식, 2009년)”, “사랑의 산 불꽃(기쁜소식, 2013년)” “어둔 밤(바오로딸,

성녀 루치아(12월 13일)

많은 이들이 어디선가 ‘산타 루치아’라는 이탈리아 곡의 노랫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12월 13일은 성녀 루치아를 기념하는 날이다. ‘빛’을 뜻하는 라틴어 룩스Lux에서 파생된 이름으로 이탈리아어로는 루치아, 영어로는 루시라고 불리는 성녀 루치아는 3세기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서 순교한 동정 성녀로서 아름답고 건강한 눈(眼)을 가지려는 이들이나 눈에서 생기는 문제나 안과 질환을 가진 이들, 그리고 눈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을

교황님께서 황금색 장미를 봉헌하실 것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죠레’라고 하는 성모님 기념 성당에 있는 성모님 아이콘은 현재의 교황 프란치스코뿐만 아니라 많은 교황님의 사랑을 받아왔다. 율리우스 3세나 바오로 5세 교황께서도 1551년과 1613년 각각 이 성모님을 찾아 현 교황님과 같은 모습으로 경배하시기도 하였다. 2023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맞아 교황 프란치스코께서 언제나처럼 서구 유럽에서 하느님의 어머니께 봉헌된

맘마 마르게리타의 바구니

한 해를 마감할 때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추억이라는 바구니 하나가 있습니다. 그 안은 풍요로운 한 해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가득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들도 담겨 있습니다. 결코 놀라움이 부족하지 않은 한 해였습니다. 돈 보스코와 돈 보스코 카리스마의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2023년을 마감하면서 맘마 마르게리타의 팔에 항상 들려진 바구니라는 상징을 사용하는 것이 흥미로우리라 생각하였습니다. 새로운 연중 지표 포스터(아래

교황님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연설문

* 교황님께서는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아랍 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되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 참석하실 예정이었다. 그러나 독감과 폐렴 증세로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부득이 여행을 취소하실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86세 고령에도 COP28을 찾아 꼭 하시고 싶으셨던 말씀이다. 대통령님, 유엔 사무총장님, 존경하는 각국 정부 정상과 수반 여러분, 안타깝게도 제가 그토록 원했던 모임에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우연인지 필연인지

자욱하던 아침 안개가 언제이냐 싶게 사라지듯, 풀잎 끝에 맺힌 이슬이 흔적 없이 마르듯, 하늘의 조각구름들이 바람에 휙 자취를 감추듯, 눈서리 위에 찍힌 기러기 발톱 자국들이 스르르 흐트러지듯, 새가 차고 오른 호수가 상관없다 잠잠하듯.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렇게 인생을 살다가 어느 날 사람들 곁을 떠나고 세상을 떠난다. 내가 없어도 햇빛이 그대로이고 풀들이 그대로이며 하늘이 그대로이고 서리 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