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골리오 신부의 살레시오 회상

1990년 10월 20일, 당시 신부였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Jorge Mario Bergoglio, 故 프란치스코 교황, 1936~2025년)는 아르헨티나 교회의 역사가였던 살레시오회 카예타노 브루노Cayetano Bruno 신부에게 긴 편지를 썼다. 이 편지는 당신 부모님의 혼배성사를 집전하셨고, 1936년 12월 25일 자신에게 세례를 주셨을 뿐만 아니라 남매들의 세례성사에 이르기까지 가족의 대소사를 함께 하면서 가족의 친구로서 가족의 영적 여정을 동반하였던 살레시오회 신부 엔리케

교황님의 엠마오 소풍

현지 시각 2025년 4월 21일 오전 7시 35분, 교회의 전통에 따라 가장 큰 명절인 부활절 연휴의 계속으로 ‘작은 부활절(파스퀫타Pasquetta, 영어-Easter Monday)’이요 부활 팔일 축제 첫날이며 ‘천사의 월요일(Lunedì dell’Angelo)’을 맞는 날이었다. 이날 이탈리아 사람들은 ‘스캄파냐타scampagnata(영어-jaunt to the countryside)’, 곧 교외로 가까운 나들이를 나가기도 하는 날이다. 이런 습관에 따라 교회의 많은 사람은 이날 이른바 ‘엠마오 소풍’이라는 것을

부활 제2주일 ‘다’해, 하느님의 자비 주일(요한 20,19-31)

예수 부활 대축일 다음 주일은 전통적으로 ‘사백주일(卸白主日-풀다, 떨어지다, 낙하하다 할 때의 ‘풀 사卸’)’로 불리었다. 부활 대축일에 세례를 받은 새 영세자들이 영혼의 결백을 상징하는 흰옷을 입고 부활 팔일 축제를 지낸 다음 부활 제2주일에 벗었기 때문이다. 많은 지역에서는 이날 어린이들의 첫영성체를 거행하기도 하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대희년인 2000년 부활 제2주일에 폴란드 출신의 파우스티나 수녀의 시성식을 거행하는

천사의 월요일(마태 28,8-15)

*‘작은 부활절’이라고도 부르는 부활 팔일 축제의 첫날은 ‘천사의 월요일(Lunedì dell’Angelo)’이라고도 불린다. 이날에는 항상 복음으로 마태 28,8-15를 읽는다. 아래는 2024년과 2023년 천사의 월요일에 있었던 교황 프란치스코의 부활 삼종기도 훈화의 번역문과 원문이다. *** (2024년 4월 1일)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행복한 부활절이 되시기를 빕니다! 오늘 부활 팔일 축제를 지내는 월요일, 복음(마태 28,8-15)은 우리에게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여인들의

함께 걸으셨다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루카 24,15) 「함께 걷는다는 것은 날줄 씨줄처럼 함께 엮여 한 옷감이 되듯이 그렇게 하느님의 자녀라는 공통의 존엄성에서 출발하는 것 서로에게 겁을 주거나 뭉개지 않고 서로 옆에 있는 이를 인내하며 옆에서 함께 걷는 것 그 누구도 뒤처지지 않고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 사랑과 인내로 서로를 들으면서 함께 한 방향을 향해,

용서의 조건

*교황 프란치스코는 2017년 3월 21일 그의 거처인 마르타의 집 경당에서 드린 사순 제3주간 화요일 아침 미사(제1독서: 다니 3,25.34-43 복음: 마태 18,21-35)에서 우리 모두 ‘부끄러워할 줄 아는 은총(수치심의 은총)’을 청해야 한다면서 묵상을 나눴다. 이 묵상은 3월 31일자 교황청 기관지인 L’Osservatore Romano 영어판에도 실렸는데, 한국말 번역과 영어본을 게재한다. 보도문으로 실린 내용을 첨삭하고 재구성하여 교황님의 강론처럼 번역했다. 그리고

최후의 만찬과 프레즐/프레첼

정리되지 않은 정보는 그저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빤히 알고 있지만, 정보는 스스로 자가 학습하고 생성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 넘쳐나고 또 넘쳐나는 정보로 정보에 접하는 이들을 익사시키거나 바보로 만드는가 하면, 알고리즘이라는 영특한 도구를 등에 업고 날개라도 단 듯 특정한 방향으로 사람들을 세뇌하고 가스라이팅 한다. 그런데도 현명한 이는 접하는 정보를 잘 식별하고 활용하여 자기식대로 정리한다. 이럴 때 인터넷은

신자들의 도움이신 마리아 강복

전례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후배 신부로부터 돈 보스코가 제정하여 교황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로마 전례에 공식적으로 편입된 「도움이신 마리아 강복」의 구성과 그 유래에 관하여 질문을 몇 차례 받았다. 그 후배는 특별히 우리가 성무일도를 바칠 때 ‘끝기도’ 끝에 부르거나 형제 회원들의 장례식을 치르고 성당 문 앞에서 형제의 관을 떠나보낼 때 형제를 환송하며 부르는 노래인 ‘살베 레지나’ 뒤에

성 토요일에 관하여

성 토요일은 성삼일 중 독특한 날이며, 부활절 전 마지막 준비의 날이다. 성 목요일에 성체성사의 제정과 주님의 만찬을 재현하고, 성 금요일에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한 교회는 초대 교회로부터 성 토요일을 기도와 참회·보속의 마지막 날로 지내면서 예수님의 무덤에서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의 부활을 인내롭게 기다리는 날로 지냈다. 성 토요일은 교회가 모든 신자를 강렬한 ‘기다림’으로 초대하는 전례력의 독특한 날

주님 부활 대축일 ‘다’해-낮 미사(루카 24,1-12)

성토요일 밤에 파스카 성야를 지낸 교회는 ‘사흘 때 되는 날’에 이르러 주님의 부활을 맞는다. 참으로 죽으셨던 분이 되살아나시어 “살아 계신 분”(루카 24,5)이 되셨다. 그저 우리가 늘 하는 말로 ‘산다’라고 하는 말대로 그저 ‘사는 분’이 아니다. 진정 ‘살아 계신 그분(The Living)’, ‘우리의 주님’이시다. 파스카 성야를 통하여 교회는 인류의 창조로부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오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