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8주일 ‘가’해(마태 22,1-14)

앞선 두 주일의 복음인 두 아들의 비유,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에 이어, 오늘은 ‘혼인 잔치의 비유’를 듣는다. 모두 ‘하느님의 나라“에 관한 비유들이다. 오늘 전례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영원한 잔치(구원)에 초대받은 우리의 기쁨과 그 초대에 어울리는 우리 삶의 응답(혼인 예복)”이다.
제1독서(이사 25,6-10ㄱ)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시온 산에서 모든 민족을 위해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풍성한 잔치를 베푸실 날을 선포한다. 그날에 하느님은 모든 슬픔의 베일을 벗기시고, 죽음을 영원히 없애시며, 당신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실 것이다. 이는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조건 없는 구원 잔치의 원형이자 약속이다. 이 잔치는 특정한 기득권층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세상 모든 이들을 향해 열려 있다.
복음(마태 22,1-14)에서 임금이 아들의 혼인을 위해 베푼 잔치는 제1독서의 이사야가 예언했던 구원의 잔치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먼저 초대받은 이들(기득권층)은 자기 밭이나 장사하러 간다며 초대를 무시했고, 심지어 종들을 죽이기까지 한다. 이에 임금은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가릴 것 없이” 길거리의 모든 이를 잔치에 불러 모은다. 주님의 자리는 완벽하고 흠 없는 이들만 들어오는 곳이 아니다. 비틀거리고 숨이 차더라도 길을 걸어가는 이들, 곧 ‘용서받은 죄인들’로 채워지는 은혜의 자리다. 하지만 비유의 끝에서 임금은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이를 쫓아낸다. 은혜로운 초대는 전적으로 거저 주어지지만, 그 잔치 자리에 남아 있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인간의 책임과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엄중한 경고이다.
교회의 위대한 스승들은 하나같이 이 ‘혼인 예복’을 단지 옷차림이 아니라 ‘세례의 은총에 응답하는 사랑의 실천과 거룩한 행실’이라고 해설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예복은 순결한 마음과 선한 양심, 그리고 진실한 믿음에서 나오는 사랑입니다. 믿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악마들도 믿고 떱니다. 예복이 없는 자는 그리스도를 고백하여 교회에 들어왔으나,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자입니다.”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혼인 예복은 사랑의 덕입니다. 예복은 두 개의 팔, 곧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쪽 팔만 있고 다른 쪽이 없다면 그 옷은 완성된 예복이 아닙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초대받은 것은 은혜이나, 거룩한 삶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의 책임입니다. 예복을 입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을 구원해 주신 분의 자비를 업신여긴 삶을 의미합니다.”
오리게네스 & 성 레오 1세 교황: “예복을 입는다는 것은 세례 때 입은 하얀 옷을 지키며, ‘옛 인간을 벗어버리고 그리스도로 옷 입는 것’(로마 13,14)입니다.”
복음에서 베풀어지는 아들의 혼인 잔치는 구세사 전체의 요약이자 완성을 보여준다. 초대와 거절, 임금의 인내와 진노, 그리고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고 열리는 확장된 초대에 이르기까지, 이 비유는 이야기만 따라가도 벅찰 만큼 하느님 구원 경륜의 풍부함을 담고 있다. 그러나 잔치 자리가 전적으로 은혜로 차려졌을지라도, 예복을 입지 않은 자가 쫓겨나듯 그 자리에 남아있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인간의 책임과 삶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오늘 입어야 할 영적 예복은 삶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야 할까? 제2독서(필리 4,12-14.19-20)에서 바오로 사도는 풍부함이나 궁핍함 등 세상의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고백한다. 하느님이 베푸신 잔치의 기쁨에 깊이 뿌리내리고, 모든 필요를 채워주시는 그분께 삶을 내어 맡기는 자족과 감사의 삶 –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매일 갈아입어야 할 구체적인 ‘혼인 예복’이다.
당신 아드님의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으시고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루카 1,48) 하며 한없이 기뻐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도 주님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았으니 저희가 늘 기뻐하게 하소서. 저희가 과거의 악습을 벗어 버리고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예복을 갖추어, 마침내 영원한 천상 잔치에 기쁘게 참여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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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에 대한 응답: 나는 세상의 일상이나 바쁜 걱정거리 때문에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라는 그분의 초대를 거절하고 있지는 않은가? 영적 삶을 방해하는 분심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예복의 준비: 나는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를 고백했지만, 이웃을 향한 참된 사랑과 선행의 예복을 갖추는 데 게으르지는 않은가? 내 영혼은 옛 습관으로 돌아가 예복을 벗어 던진 상태는 아닌가?
– 세상을 향한 초대: 나와 성향이나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 나는 얼마나 친절하고 포용적인가? 모든 이를 부르시는 주님의 마음을 닮아, 다른 이들을 그리스도의 잔치로 어떻게 다정하게 초대할 수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