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이 세상을 한 판의 거대한 서커스장이라고 하자. 이 서커스장에는 스타들도 있고 광대들도 있다. 이 서커스 판에서 중심은 당연히 명연기로 박수갈채를 받아내는 스타들임이 틀림없다. 반면에 광대들은 무대의 중심에 있지는 않다. 그들은 스타들 사이에 막간을 통해 등장하고 실수와 떠듬거리는 말 짓, 몸짓으로 우리를 몇 번이고 웃게 만들어 준다. 그렇게 광대들은 스타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연기 때문에 생겼던 긴장을 풀어 준다. 그래서 우리는 광대들을 만날 때 감탄이 아닌 공감으로, 놀라움이 아닌 이해로, 그리고 긴장이 아닌 웃음과 미소로 만난다.

스타와 광대 쪽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서야 할 쪽은 분명 광대 쪽이다. 스타 중의 스타는 우리의 주님이시고 우리는 누가 뭐래도 광대 쪽이다.

아직 그리스도를 모르는 세상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명연기에 감탄하고, 환호하며, 긴장하고, 그 뒤를 따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몸놀림에는 그저 공감으로, 이해로, 웃음과 미소로 바라보아 줄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이고 살아가야 할 바이다. 책으로 친다면 예수님은 앞표지 우리는 뒤표지, 예수님은 문장과 내용 우리는 글자라는 기호들이다.

광대들은 인간사의 수많은 염려와 걱정, 긴장과 불안이 웃음과 미소를 필요로 하고, 결국은 우리 모두 역시 광대라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어릿광대들이 참 많다. 눈물로써 미소를 감추고 미소로써 눈물을 감추어야만 하는 어릿광대들, 그들은 내 얼굴 위의 하얀 광대 칠을 지우려 애쓰지 말고 오히려 덧칠해야만 한다고 나를 부추긴다.(20160218 *이미지-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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