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어디서·누구에게나 돈 보스코-교사敎師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돈 보스코의 이야기가 있다. 여느 위대한 성인들이나 모두 그렇겠지만 돈 보스코(성 요한 보스코) 역시 참 독특한 삶을 살았다. 그런 까닭이어서인지 돈 보스코는 온 세상 동서고금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돈 보스코는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 근교 가난한 농촌에서 1815년 혹독한 가뭄과 기근으로 몸살을 앓고,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농촌으로부터 도시로 이농離農 이주민, 특별히 젊은 세대의 도시 유입이 급격히 일어나던 시기에 이복異服 맏형을 둔 3형제의 막내로 태어났다. 두 살에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돈 보스코에게 교육이라는 것은 사치에 가까워 꿈도 꾸지 못하고 그저 생계를 위해 작은 일손이라도 보태야 할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오로지 신앙에 매달려 어려운 집안을 힘겹게 꾸려가던 어머니 말가리타의 가정 교육으로 신앙적인 분위기에서 자랄 수 있었던 돈 보스코는 사제 성소의 부르심을 동경하였으나 여의치 않은 형편 때문에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온갖 궂은 잡일로 배움을 향한 꿈을 잃지 않았고, 훗날 성인이 되신 조셉 카파소Joseph Cafasso(1811~1860년) 신부의 도움을 받아 학업을 이어가 마침내 1841년 사제로 서품되었다.

어려웠던 자신의 성장 과정을 잊을 수 없었던 돈 보스코는 사제로서 비교적 평탄한 삶을 유지할 수도 있었으나 가난하고 오갈 데 없으며 윤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도시 유입 청소년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며 자신을 봉헌했다. 맨 처음,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축일 미사를 준비하던 제의방에서 만난 발토로메오 가렐리라는 소년을 시작으로 형성된 작은 청소년 그룹과 함께 들판을 뛰놀고 소년원에 갇힌 청소년들을 방문하는 것 등으로 시작한 돈 보스코의 사제 생활은 점차 자리를 잡아 토리노 시의 발도코라는 곳에서 많을 때는 무려 800명에 달하는 청소년들이 함께 지내 신앙 교육, 직업 교육, 놀이와 학업을 겸한 장을 이루기에 이르렀다.

다재다능하며 청소년들과 언제 어디서나 함께 어울릴 수 있었던 돈 보스코는 마음과 정성을 다해 청소년들을 사랑하면서 유창하고 재치 있는 설교가로서도 이름을 날렸고, 함께 지내던 아이들과 함께 존경하던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St. Francis de Sales(1567~1622년) 성인의 이름을 따 ‘살레시오회’라는 수도회를 창설하였으며, 소녀들을 위해서는 훗날 성인이 된 마리아 마자렐로Maria Domenica Mazzarello(1837~1881년)와 함께 ‘도움이신 마리아의 딸들회(통상 살레시오 수녀회)’라는 여자 수도회를 설립하였고, 살레시오회의 정신을 살아가려는 평신도들을 위해 ‘살레시오 협력자회’를 창설하였다.

각계각층의 여러 방면 사람들과 수많은 일화를 남긴 덕에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그리고 어떤 경우에라도 돈 보스코로부터 아름다운 교훈을 얻을 수 있으며 그분의 전구를 구할 수 있다. 다음에 연재하는 열두 가지의 경우를 넘어서 예시적인 꿈을 꾸었던 꿈쟁이, 바텐더로서 일한 경력, 뛰어난 암기력, 달리기의 명수, 마술과 줄타기의 달인, 대성당의 건축가요 설계자 등등 청소년의 아버지요 스승이며 친구로 살았던 돈 보스코는 참으로 다양한 체험으로 청소년들을 사랑했고 자신의 생명을 나누었으며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살았던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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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敎師들을 위하여

탁월한 교육자로서 교육 이론가나 철학자라기보다는 차라리 운동가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는 돈 보스코는 이른바 ‘이성理性과 사랑과 종교’라는 방법론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억압(강압) 교육’에 반대되는 ‘예방교육 시스템(영어. Preventive System)’이라는 독특한 교육 시스템을 추구하였다. 이러한 교육 시스템은 오늘날의 교육계와 교육자들에게까지도 대단한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교육의 목표를 ‘천상 시민(heavenly citizen)’과 ‘지상 시민(earthly citizen)’의 양성에 두면서 전인全人 교육을 추구했던 돈 보스코는 시골에서 떠나온 청소년들의 네트 워크를 형성하였으며 본인 스스로 후견인을 자처하고 나서서 견습공이나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청소년들에게 많은 정성을 쏟는 동시에 할 일이 없이 떠도는 실직 청소년들을 위한 공방의 운영과 기숙사를 제안했다. 돈 보스코의 이러한 제안은 이미 그의 생전에 여러 다른 나라에까지 받아들여져 특정 국가나 상황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입증하였다. 이처럼 돈 보스코의 교육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사는 이들이 생각해야 할 다섯 가지 팁은 오늘날까지 유용하다.

1) 교육의 목표가 선명해야 한다. 먹고 사는 문제만을 다루면서 스펙 쌓기나 졸업장 혹은 자격증만을 갖기 위해 이루어지는 교육은 실용 교육만을 우선시하는 일종의 ‘전문 학원’ 교육일 뿐이며 한쪽 날개를 잃어버린 반쪽 교육으로서 청소년들을 더욱 치열한 경쟁 사회로 내몰게 되어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돈 보스코의 교육은 지성, 기술, 스포츠, 자신만의 고유성 개발과 표출, 애정, 초월성, 공동체 등 통합 교육과 전인 교육을 지향한다.

2) 자존감을 높이며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배우는 협력 교육공동체 교육, 그리고 시민 교육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돈 보스코는 “청소년들을 사랑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라면서 당신의 뒤를 따르는 살레시오 회원들에게도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도록 애쓰라.”라고 말한다. 돈 보스코의 교육에서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지 못하는 교육에는 자존自尊이라는 개념이 있을 수 없으며, 이러한 자기 신뢰가 빠진 소위 교육에는 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3) 청소년 하나하나의 고유성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느님께서 한 인생을 이 땅에 허락하셨을 때는 그 인생을 위한 고유 계획을 마련하셨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교육자의 임무는 자기가 만나는 아이 하나하나 안에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계획을 찾도록 기도하며 아이와 함께 아이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이를 찾도록 협력하는 데에 있다.

4) 놀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와 함께 하는 놀이는 재미를 넘어서 현실감, 규칙 존중, 사회화의 과정을 배우고 훈련하는 과정이다. 청소년들은 각종 놀이를 통해서 주어진 현실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가능하지 않은지를 학습한다. “죄만 짓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고 말하는 돈 보스코는 아이들에게 규칙을 위한 규칙으로 옭아매는 교육이 아니라 자유롭게 뛰놀면서 소리 지르고 마음껏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교육을 추구했다. 그래서 돈 보스코의 교육에서는 “운동장이 없는 살레시오는 생각할 수조차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체육관이나 운동장, 음악과 연극,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을 위해 야외로 나가는 소풍 등이 대단히 중요했다.

5) 은총과 섭리, 영원과 초월성을 잊지 않는 교육이어야 한다. 돈 보스코는 인생살이가 인간적인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임을 스스로 절감하면서 항상 ‘도움이신 마리아’를 부르며 그분의 도우심을 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름답고 좋은 교육은 은총과 섭리께서 인도해주시는 교육이다. 그래서 돈 보스코는 “교육은 마음의 일입니다.”라고 말하면서 그 마음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나의 마음을 열고 또 내가 만나는 청소년의 마음을 열어주시도록 청하는 것이 그 어떤 교육보다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은 하느님 사랑의 열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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