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록(18)

3656. 모든 것에 능하시고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모든 것을 보전하시는 분omnipotens, omnicreans, omnitenens-하느님과 관련된 삼중칭호trias creationis(11-13.15)

3657. (시간이 하늘과 땅과 더불어 존재하기 시작한 이상, 하느님이 ‘아직’ 하늘과 땅을 만들지 않으신 ‘시간’이라는 것은 찾아낼 수 없다.-De Genesi contra Manichaeos 1,2,3-따라서 천지 창조 ‘이전에antequam’라든가 ‘아직nondum’이라는 시간부사는 성립하지 않는다.)

3658. 현재하는 영원으로…당신의 세월은 다함이 없습니다. 당신의 세월은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습니다. 저희 세월이야 오고 가고 하며 그래야만 세월이 다 닥치는 법입니다. 당신의 세월은 동시에 모든 세월이 정지해 있고, 정지해 있으면서 가는 세월이 오는 세월에 밀려나는 일도 없으니 지나가지 않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저희의 세월은 다 가고 존재하지 않아야만 모든 세월이 존재하기에 이를 것입니다.(omnes erunt cum omnes non erunt:시간의 취약성은 ‘다 흘러가 더 이상 존재 않게 된 연후에야 비로소 그 시간들이 다 존재한다.’는 역설을 안고 있다.) 당신의 세월은 ‘하루’이며 당신의 하루는 ‘나날’이 아니고 ‘오늘’입니다. 당신의 ‘오늘’은 ‘내일’에 밀려나지도 않고 ‘어제’를 뒤잇는 법도 없는 까닭입니다. 당신의 오늘은 곧 영원입니다.(11-13.16)

3659. (단편적 시간을 살아가면서 영원을 희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 과거, 현재, 미래라는 새김도 순간이고 찰나인 것을. 시간이 과거, 현재, 미래에 기억으로 존재한다 해도 시간은 본성적으로 사라지는 것이어서 부질 없는 것을, 아니 이미 ‘없는 것’일 뿐. 시간의 존재이면서도 영원을 이야기하는 인간의 모순 속에서. ***

3660. (cui causa, ut sit, illa est, quia non erit:하느님의 ‘현재’는 항속하는 ‘영원’이고, 피조물의 ‘현재’는 비존재non erit에로 사라지는 찰나의 존재ut sit일 따름이다.

3661. (시간의 본성은 비존재를 향하는, 존재의 취약성tempus esse nisi quia tendit non esse이다. 시간이 무한히 분할되듯이, 시간적 존재는 총체적이지 못하고 계속해서 분할되어 과거, 현재, 미래로 표현되고 파악되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과거는 기억으로 현재에 남고 미래는 예기豫期로 현재에 선참하므로 실상 현재, 그것도 순간으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3662. 여하한 부분으로도 쪼개질 수 없는 순간, 바로 그것만이 현재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그 순간도 잽싸게 미래에서 과거로 날아가 버려서 어떤 동안으로도 연장되지 못한다.(nulla morula extendatur-‘동안이 이뤄지는 어떤 지속도 발생하지 않는다’라는 의역이 가능하다.)(11-15.20)

3663. 저희는 지나가고 있는 시간을 재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나간 과거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다가올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인데 누가 그 길이를 잴 수 있겠습니까? 존재하지 않는 것도 잴 수 있다고 감히 말할 사람이 아니고서야 누가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동안에 감지할 수도 있고 잴 수도 있습니다.(시간을 감관으로 감지하는sentire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시간을 재는 일metri은 지성의 영역임을 기술한다)(11-16.21)

3664. 아버지, 저는 무슨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여쭙고 있습니다.(11-17.22)

3665. (지성 앞에 현전하는 시간은 현재 뿐이라면 과거와 미래는 ‘기억의 창고’에 저장되어 있다가 지성에 의해서 반추되리라는 추정을 낳는다.)

3666. 저의 숨은 눈을 비추시는 달콤한 빛이시여!(11-19.25)

3667. 과거에 대한 현재는 기억이고 현재에 대한 현재는 주시注視이며 미래에 대한 현재는 기대期待입니다.(memoria, contuitus=adtentio, expextatio 시간에 대한 지성의 삼중 작용, 지성이 시간을 소화하는 삼중과정…기억으로는 영혼이 기왕에 존재했던 것을 다시 불러오고, 이해intelligentia로는 지금 존재하는 것을 주시하고, 예측providentia으로는 무엇이 생겨나기 전에 그것을 내다본다.-De diversis quaestionibus 83,31)

3668. 이것이 제 소망입니다. 주님의 즐거움을 관상하고 싶다는 이 소원으로 저는 삽니다.(11-22.28)

3669. 저는 시간의 위력과 본성을 알고 싶습니다.…저는 시간이란 어떤 확장擴張이라고 봅니다.(distentio: 고전에 따른 시간 개념으로 간주된다. 조금 뒤 11,26,33에는 구체적으로 ‘시간은 영혼의 확장 외에 다른 아무 것도 아니다.nihil esse aliud tempus quam distentionem animi’라는 심리적 정의가 나온다. 영혼animus 혹은 기억memoria이 시간을 향해 뻗어나가는 작용을 가리키고, 시간 자체가 갖는 간격은 간격spatium, 시간의 앞뒤ante/post를 고려한 간격은 intervallum-diu 중간 간격, 최소 시간 단위는 동안mora으로 구분하기도 한다.)…시간이란 영혼 자체의 확장(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 정의 내지 서술에 해당한다. ‘생명의 확장이 시간이다. 생명의 계속된 진전이 시간의 연속성을 만들어낸다. 흘러간 생명은 과거 시간을 만든다. 그러니까 시간이란 영혼의 생명, 생명의 한 가닥에서 다른 가닥으로 이동하는 운동 속에 처한 영혼의 생명이다.’-Plotinus, Enneades 3,7,11)(11-23.30)

3670. (metior affectionem praesentem ‘인간이 파악하고 측정하는 시간은 의식 속에 현전하는 감관의 인상이다.’-시간 계측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확답이다.)

3671. (죄악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일자一者이시고 지존하고 참된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고 불화하여 다자多者로 흩어지고 유랑하였으며, 다자로 분열되고, 다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쌍히 여기시는 하느님의 허락과 명령이 있어 저 모든 다자들이 한 목소리로 장차 올 일자를 부르고…다자들로부터 벗어나서 일자를 향하여 달려가기에 이른다.-삼위일체론 4,7,11)

3672. (‘제가 걸은 사악한 길은…일자一者이신 당신을 등지고 다자多者를 향해 스러지면서evanui 제가 조각조각 찢기고discissus 말았습니다.-고백록 2,1,1’라는 본서 첫머리의 고백처럼, 이 구절‘non distentus sed extentus제가 흩어지지 않고 뻗어나가며’, ‘non secundum distentionem, sed secundum intentionem분산에 의하지 않고 집중을 하면서’에서는 distentio 라는 용어가 시간의 ‘동안’을 향한 ‘영혼의 확장’에서 ‘영혼의 분산dissipatio’으로 용도가 바뀐다.)

3673. 저는 시간 속으로 흩어진 데다 시간들의 질서를 알지 못하며, 저의 생각이며 제 영혼의 내밀한 골수가 갖가지 혼란으로 산산조각나는 중입니다. 제가 당신께 대한 사랑의 불로 정화되고 녹아내려서 당신 안으로 흘러 들어가기까지는 그렇습니다.(11-29.39)

※ 총 13권 278장으로 이루어진 <고백록>을 권위 있게 맨 먼저 우리말로 소개해주신 분은 최민순 신부님으로서 1965년에 바오로딸을 통해서였다. 여기서는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Confessiones, 성염 역, 경세원, 2016년>을 따랐다. 각 문단의 앞머리 번호는 원문에 없는 개인의 분류 번호이니 독자들은 괘념치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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