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mentor #10095

구유 앞에서

당신께서는 저희 육신이라는 연약하고 불안정한 이곳에 태어나기로 선택하셨습니다. 하루하루가 불러일으키는 안타까움과 갈증 안에 태어나기로 선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황량한 곳에 태어나 저희 인간처럼 살기로, 항상 때늦은 시간의 무게만을 짊어진 채 살아가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단편적인 시간 속에 살기로 선택하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저희가 살아가는 부질없는 재(灰)의 소용돌이, 불확실과 피곤한 딜레마의 흐름을 피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도 당신께서 저희를 찾아오신다면 그것은 저희가

초창기 교회 교부들의 성모님 신심

1년 열두 달 어느 달에나 성모님을 기리는 중요한 날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특별히 12월은 가톨릭교회에서 성모님을 기리는 신심으로 중요한 달이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에는 먼저 8일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지내고, 12일에는 아메리카 대륙의 수호자이신 과달루페의 성모님을 기리는 축일을 지내며, 이어서 16일부터는 성모님과 함께 9일 동안 기도하면서 예수님의 성탄을 기다린다. 성모님을 향한 교회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 가정 축일 ‘다’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은 나자렛의 성가정을 기억하며 이를 본받고자 제정된 축일이다. 1921년 이 축일이 처음 정해질 때는 ‘주님 공현 대축일’ 다음 첫 주일이었으나, 1969년 전례력을 개정하면서 ‘성탄 팔일 축제’ 내 주일로 옮겼다. 복음은 “예수님의 부모는 해마다 파스카 축제 때면 예루살렘으로 가곤 하였다. 예수님이 열두 살 되던 해에도 이 축제 관습에 따라 그리로 올라갔다.”(루카 2,41-42)로

성탄 대축일 밤 미사 ‘다’해

어둠 속에서 빛이 비칩니다. 한 천사가 나타나고 주님의 영광이 목자들 주위를 비추며 마침내 몇백 년을 두고 기다려온 소식이 들립니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1) 천사는 이어서 뭔가 놀라운 소식을 알립니다. 천사는 목자들이 이 땅에 오신 하느님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58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2025년 1월 1일) I. 위기에 놓인 인류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기 1.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희망의 희년인 새해를 시작하며, 저는 모든 이에게 진심으로 평화의 인사를 전합니다. 특히 자기 삶의 처지에 낙담해 있는 이들, 과거의 잘못으로 비난받는 이들, 다른 이들의 판단에 짓눌린 이들, 자기 삶에 대한

교육 제도의 변화를 위하여

2020년 봄에 갑자기 들이닥친 COVID19가 찬 바람 불기 시작하는 가을쯤이면 그래도 수그러들겠지 하였고 뭔가 백신 같은 해결책도 나오려니 했는데,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다시 기승을 부린다고 하니 사람들은 지쳐가고 당황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이제는 정신적 질환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하던 무렵 사람들은 인류가 맞이한 생소한 현실 앞에서 여러

발도코의 성탄 첫 미사

돈 보스코께서 살레시오회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발도코에서 아이들과 함께 드린 첫 번째 성탄 미사는 1846년이다. 돈 보스코는 열악한 피나르디 헛간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허락을 청하여 이 청원이 수락되자, 아이들에게 영성체와 성체조배에 관하여 설명하고 성가를 가르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준비시켰다. 돈 보스코의 전기 작가 레뮈엔 신부는 이를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루카 1,39-45(대림 제4주일 ‘다’해)

제4복음서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라며 마치 또 다른 대영광송처럼 장엄하고도 단순하게 육화의 신비를 고백한다. 물론 공관복음 역시 하느님의 말씀께서 나자렛 사람이요 마리아와 요셉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 가운데 인간이 되어 오셨다는 내용을 전한다. 그중 공관복음사가 루카는 그 말씀께서 공개적으로 당신을 드러내시기 전에 언제, 그리고 어떻게 우리 가운데에 사셨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고자 노력한다.

돈 보스코와 보렐 신부

살레시오회에서는 죠반니 바티스타 보렐 신부(1804~1873년)를 공식적으로 ‘살레시오회 협력자’로 호칭한다. 그는 실제로 돈 보스코의 가장 충실한 친구이자 조언자였으며 첫 협력 사제였다. 서품 후 5년여가 흐른 1846년 돈 보스코가 죽음에 이를 정도로 심각했던 중병에 걸려 고향 집에서 어머니의 간병을 받으며 4개월여 요양을 해야 했을 때, 돈 보스코는 자기의 오라토리오를 보렐 신부에게 맡겼으며, 이는 살레시오회의 초기 정착 과정에

루카 3,10-18(대림 제3주일 ‘다’해)

대림 제3주일은 전통적으로 ‘기쁨의 주일(Domenica gaudete, Laetare Sunday, 혹은 Rejoice Sunday, Sunday of rejoicing)’ 등으로 부른다. 이는 직접적으로 오늘 제2독서인 필리피서에서 취한 입당송이 “기뻐하여라. 거듭 말하니,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여라. 주님이 가까이 오셨다.”(필리 4,4-5)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입당송, 제1독서, 화답송, 그리고 제2독서에 이르기까지 말씀의 전례는 ‘기쁨’이라는 주제어로 관통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려움과 고통 중에 살면서도 기쁨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