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파게테 vs 트로곤(요한 6,53-54)

요한복음 6장은 예수님의 공생활에서 결정적인 분기점이 된다. 6장의 서두에서 예수님께서는 5천 명이 넘는 배고픈 군중에게 빵을 먹이신다. 이에 군중은 환호했고, 급기야 예수님이야말로 민생고를 해결해 주실 분으로 여겨 임금으로까지 추대하려 든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메시아의 길이 아닌 전혀 다른 메시아의 사명을 완수하시기 위해 이러한 인간적인 유혹을 물리치고 다른 말씀을 하기 시작하신다. 사람들에게 육체적이고 세속적이며 지상적인 굶주림을 넘어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굶주림, 곧 영적이고도 천상적이며 영원한 생명의 차원으로 군중을 인도하시려 한다.
그 과정에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라고 말씀하시며 당신을 “생명의 빵”으로 선언하신다. 이어서 “생명의 빵”인 당신을 먹고 당신의 피를 마셔야만 살 수 있으며,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요한 6,53: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εἶπεν οὖν αὐτοῖς ὁ Ἰησοῦς Ἀμὴν ἀμὴν λέγω ὑμῖν, ἐὰν μὴ φάγητε τὴν σάρκα τοῦ Υἱοῦ τοῦ ἀνθρώπου καὶ πίητε αὐτοῦ τὸ αἷμα, οὐκ ἔχετε ζωὴν ἐν ἑαυτοῖς.)”
요한 6,54: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ὁ τρώγων μου τὴν σάρκα καὶ πίνων μου τὸ αἷμα ἔχει ζωὴν αἰώνιον, κἀγὼ ἀναστήσω αὐτὸν τῇ ἐσχάτῃ ἡμέρᾳ.)”
그런데, 성경의 원문을 따라 주의 깊게 읽다 보면 53절과 54절에서 ‘먹다’라는 동사가 변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53절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 ” 하실 때 ‘파게테(φάγητε, phagēte)’라는 동사를 사용하시더니, 54절에서 “(너희가) 내 살을 먹고 … ” 하실 때는 ‘트로곤(τρώγων, trogon)’이라는 동사로 동사를 바꾸어 말씀하신다.
전자는 일반적으로 ‘먹다’라는 뜻에 해당하는 에스티오(ἐσθίω, esthiō)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2인칭 복수(너희) 부정과거 능동 접속법(‘~하지 않으면’이라는 조건 표현)에 해당하여 직역하듯 새기면 ‘너희가 먹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먹지 않으면)’이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다음 절에서 사용되는 동사는 앞절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먹다’라는 뜻의 말이지만 이 말은 ‘트로고(τρώγω)’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남성 단수 현재형 능동 분사로서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씹어 먹다(실제로 먹는 구체적이고도 물리적인 행위와 동작이 담긴 현실성 강조)’ 정도에 해당한다.
교부들은 이를 두고 예수님께서 “나를 먹어라, 내 살을 먹어라” 하실 때 많은 사람이 이 말씀을 듣고 “이건 비유나 은유, 혹은 상징적인 말씀이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당신의 말씀이 단순한 상징이나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당신의 살과 피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시기 위해 표현을 완화하시지 않고 오히려 더 구체적으로 강화하셨으며, 이는 성체성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말씀이라고 해석한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셔야만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심에 따라 이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마치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인간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씀처럼 여긴 나머지 예수님의 말씀을 두고 “수군거리기”(요한 6,42) 시작했으며 급기야 서로 간에 “말다툼이 벌어졌고”(요한 6,52) 혹자는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요한 6,60)고 하였으며 “투덜거리고”(요한 6,61) “귀에 거슬린다”(요한 6,61) 하였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예수님을 따라나섰던)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떠나) 되돌아가고 더 이상 예수님과 함께 다니지 않게 되었다.”(요한 6,66)
이처럼 성체성사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은 예수님의 공생활에서 예수님을 따르는 이와 떠나가는 이들을 구분 짓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가톨릭신자들은 실제 예수님의 살과 피를 고백하고 이를 몸에 받아 모셔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성체성사를 매일 거행하며 살아간다. 가톨릭신자들에게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신다는 표현은 단순한 물질적 이해를 넘어서, 믿음을 통해 그리스도와 깊이 결합되어 그분 안에 살아가는 신비를 가리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