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추/높을 최隹

미국의 이곳저곳을 다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내가 살았던 플로리다엔 유달리 새들이 많았다. 우리 동요 속에서 그저 노래로만 알았던 부리가 긴 따오기를 비롯하여 독수리, 갈매기, 까마귀, 펠리칸, 솔개, 참새, 로빈, 물새, 여러 모양의 크고 작은 두루미들, 오리들, 이름 모를 다양한 새들이 헤아릴 수 없이 각양각색이다. 기후가 따뜻하고 호수가 많아서 물과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자로 새를

가르칠 교敎

우리가 흔히 ‘교教’라고 아는 글자는 ‘가르칠 교敎’이다. 이는 생김새나 의미가 오묘하고 깊다. 풀어 헤쳐보면, ‘사귈 효/가로 그을 효爻’ 더하기 ‘아들 자子’ 더하기 ‘칠 복/글월 문攵’이라는 세 글자의 합이다. 그래서 이 셋의 생김새와 의미, 그리고 내력을 각각 따져보아야 한다. ‘사귈 효/가로 그을 효爻’는 나뭇가지 두 개가 가로 겹쳐 교차하는 모양이거나 악수하는 모양이다. 우리 역사 안에서 나무막대를

소통할 소疏

어쩌면 인류의 역사는 소통의 원활함을 위한 문명의 발달 과정일 수도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그리고 무엇인가와 소통해야만 살 수 있고 소통을 위해 사는 ‘소통하는 인간(호모 커뮤니칸스, homo communicans)’이다. 2000년에 제작·개봉되었던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라는 영화에서 톰 행크스는 무인도에 떨어진 뒤 살아남기 위해 배구공에 사람 얼굴을 그리고 계속 그와 대화하면서 홀로인 자신을 극복한다. 오늘날 각종 SNS를 비롯하여

말 물/먼지 털 몰勿

‘-을 하지 말라’는 금지, ‘아니다’라거나 ‘없다, 없애다’라는 부정의 뜻이 담겨있는 글자가 ‘말 물勿’이다. 먼지를 터는 상황을 묘사할 때는 ‘몰’로 소리를 낸다. 따라서 분주奔走하게, 혹은 걱정스럽게 수선을 피우는 상황이기도 하다. 많이 쓰는 ‘물론이고 말고’ 할 때의 ‘물론勿論(논의의 여지가 없다)’이나 도나우 강변의 전설에서 이름 지어져 왕의 문장으로까지 사용되었다는 독일 이름 vergiss mich nicht(=Forget-me-not)를 옮길 때 말 그대로

어지러울 련/연䜌

‘어지러울 련/연䜌’이라는 글자는 ‘말씀 언言’을 두고 양옆에 ‘실 사糸’를 배치한 형태이다. ‘실 사糸’는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을 뽑아내는 모양이다. ‘䜌’이라는 글씨를 쓸 때도 ‘말씀 언言’을 먼저 쓰고 왼쪽 ‘실 사糸’, 그리고 오른쪽 ‘실 사糸’를 차례로 쓴다. ‘어지러울 련/연䜌’을 알아듣기 위해서는 가운데 들어있는 ‘말씀 언言’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말씀 언言’을 살펴보면, ① ‘매울 신辛’의 변형과 ‘입 구口’가

맺을 결結

인간사, 세상사가 수도 없는 맺음과 끊어짐의 연속이지만 사람들은 긍정적인 맺음만을 바란다. 맺음도 끊어짐도 모두 내게서 비롯된다. ‘맺을 결結’에 반대 글자는 ‘끊을 絶’이다. 두 글자 모두 ‘실 사糸’를 옆에 두었다. ‘맺을 결, 상투 계結’라는 글자는 뜻을 나타내는 ‘실 사糸’와 음音을 나타내는 ‘길할 길吉’이 더하여 만들어진다. 우리가 흔히 ‘실 사糸’라고 하는 글자는 누에고치에서 가는 실을 뽑아내는 형상으로

구름 운雲

‘구름 운雲’이라는 글자는 원래 ‘이를 운云’이라고 하는 글자에서 온다. 이 ‘이를 운云’이 ‘구름 운云’이라고 하던 글자를 빌려서 ‘말하다(왈曰)’라는 뜻으로 쓰이면서 ‘이를 운云’이 된 것이다. 이렇게 본래의 뜻을 잃어가는 글자 ‘云’ 위에 ‘비 우雨’를 올려서 원래의 뜻을 찾아주려고 한 것이 현재의 ‘구름 운雲’이다. 현대 일본의 마지막 석학이라 하고 <공자전>으로도 유명한 시라카와 시즈카(1910~2006년)는 허공을 떠도는 구름(雲)에 용(龍)

재잘거릴 첩喋

‘첩喋’이라는 글자가 재미있다. ‘입 구口’가 붙어있음에서 짐작 가듯이 입으로 무엇인가를 재잘거리는 상황을 묘사한다. 때에 따라서는 ‘쪼아 먹을 잡’이라고도 한다. ‘입 구口’가 붙어 그런 뜻이 있는가보다 할 수 있지만 조금 더 새기기 위해서는 그 오른쪽에 붙어있는 ‘나뭇잎 엽枼’을 살펴보아야 한다. ‘뽕나무 상’이라고도 하는 ‘나뭇잎 엽枼’은 ‘枽’과 같은 글자인데 이 글자에는 ‘나무 목木’ 위에 ‘세상 세世’가 올라앉아

여덟 팔八(=깨트릴 팔捌)

‘여덟 팔八’은 참 오묘한 수數이다. ‘여덟 팔’은 양손을 앞으로 나란히 하여 엄지를 구부리고 볼 때 손가락 여덟 개가 보이는 모양처럼 어떤 사물이 양쪽으로 대칭되게 나뉜 것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그래서 ‘팔八’은 양쪽으로 나뉘거나 서로 구분해서 등지고 있는 상태를 표시해 ‘등지다’, ‘분별하다’라는 의미를 생성하며 ‘깨트릴 팔捌’과도 같은 글자가 된다. ‘팔八’을 거론하면서 맨 먼저 ‘오묘한’이라는 수식어가 생각난 것은

사랑 자慈-정의와 자비

‘사랑 자慈’라는 글자를 풀어헤칠 때 글자의 윗부분을 ‘검을 현玄’이 두 개 겹쳐진 모습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풀 초艹=艸’와 ‘실 사絲’가 합쳐진 글자로 볼 것인지는 중요하다. 정답은 후자로서 ‘무성할/이 자玆’와 ‘마음 심心’이 결합한 글자가 ‘사랑 자慈’이고 그 뜻은 사뭇 깊다. ‘무성할/이 자玆’에는 인간의 의식주에서 가장 중요한 필수 기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실, 혹은 실타래요 그 실이 되기 위한 누에고치가 담겼다. 정리하면, 풀처럼 무성하고 누에고치처럼 사랑스러움을 품은 마음이 바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