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허물·빚·품삯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시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마태 6,12)라고 기도하라 하신다. 그렇게 기도하라고 가르치신 다음 예수님께서는 곧바로 우리말 번역 “잘못”을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마태 6,14-15)라고 하시면서 “잘못”을 “허물”이라는 말로 바꾸며 강조하듯

정련精練·창조적인 불안·의심

우리가 삶의 의미에 무관심할수록 생활 수단에 탐욕스러워집니다. 확신이 없을수록 안정적인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집니다. 인정받지 못할수록 갈채를 원하고, 소명을 알지 못할수록 권력욕이 자랍니다. 하느님이 선물로 준 재능을 알지 못할수록 눈에 보이는 능력을 더 탐합니다. 이런 탐욕 가운데 인간은 정련을 거부하고,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는 고통에 무덤덤해집니다. 참된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헛되이 껍데기를 구합니다. 외적인 것을

삼위일체의 신비

가톨릭교회의 기본적인 4대 교리는 천주존재天主存在, 삼위일체三位一體, 강생구속降生救贖, 상선벌악賞善罰惡이라고 배웠고, 또 그렇게 가르쳤다. 그중 삼위일체는 하느님께서 성부, 성자, 성령이신 삼위이시면서도 한 분 하느님이시라는 분명한 내용이면서도 인간의 이성이나 말로 논증하거나 설명할 수 없어 신비이다. 신비는 몸으로 배워 알고, 고백하며, 찬미하는 믿음이다. 신앙 고백 그리스도인의 「첫 ‘신앙 고백’은 세례 때에 이루어진다. ‘신경’은 무엇보다도 세례 신앙의 고백이다. 세례는 “아버지와

십자가 곁에 서 계신 성모님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요한 19,25) 형언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성모님은 망연자실로 주저앉거나, 그렇다고 엎드려 통곡하고 있지도 않았다. 아드님 예수의 죽음과 슬픔을 말없이 견디며 십자가 곁에 굳건하게 “서 있었다.” 우리도 인생의 고통 앞에서 십자가를 바라보며 성모님처럼 똑바로 “서 있어야” 한다. 나의 처절한 고통 앞에서 위로가

할머니에게서 배운 기도

6월은 예수 성심 성월이다. 2020년 6월 7일 정오, 늘 그러하듯이 교황 프란치스코는 교황의 발코니에서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과 삼종 기도를 함께 바치면서 그날(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의 전례 복음을 간단히 해설하고 인사를 전했는데, 말미에 할머니에게서 배웠다는 짧은 기도문 하나를 소개하며 신자들이 큰 소리로 이를 따라 해 보도록 하였다. 이는 예수 성심 성월을 보내는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아름다운

인내(忍, 마크로튀미아)

성경의 언어에서 “인내”는, 특별히 복음에서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에 관한 말씀 중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루카 8,15)이라는 말씀과 종말에 관한 말씀 중 끝까지 남아서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루카 21,19) 하시는 예수님의 당부에서만 보인다. 나머지는 주로 바오로 서간(로마 2,7;5,3.4;8,25;15,4.5 2코린 1,6;6,4;12,12 콜로 1,11 1테살 1,3 2테살 1,4;3,5 1티모 6,11 2티모 3,10

온유溫柔

우리말 신약성경에서 “온유”라는 말은 모두 14곳에서 보인다. 복음에서는 마태오 복음에서만 보이는데, 바로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마태 5,5)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 11,29) 하는 두 곳이다. 그 외에는 모두 성령의 열매인 “온유”(갈라 5,23)를 비롯하여 서간문들(1코린 4,21 2코린 10,1 갈라 6,1 에페 4,2 콜로 3,12 1티모 6,11 2티모 2,25 티토 3,2 야고 3,13

교황 프란치스코와 할머니

(1963년 12월 13일에 저는 서품을 받았습니다. 제가 서품을 받던 날 저의 할머니, Rosa Margherita Vassallo, 1884~1974년) 로사 할머니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하셨습니다. 제가 사양했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서품식을 위한 작은 선물을 마련해 두셨더랬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최소한 6년 전부터 이 선물을 준비해 오셨다고 합니다. 외아들이셨던 제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내신 뒤로는 당신들도 이 뜻깊은 날을 볼 수 있을지

유다의 구원?

오늘날 일정 부분 우리 교회에 유다 이스카리옷의 이미지를 복원해보려는 시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참회나 회개와는 별개로 하느님의 자비를 선포하려는 시도를 반영한다. 최근 2021년 4월 1일자 교황청 기관지(L’Osservatore Romano) 1면에, 그것도 성주간을 여는 시점에 ‘우리의 형제 유다(Nostro fratello Giuda)라는 제목으로 프리모 마쫄라리 신부의 강론이 실리게 된 것도 이러한 시도 중 하나일 것이며(참조. 유다를 어깨에

천사의 월요일(마태 28,8-15)

*‘작은 부활절’이라고도 부르는 부활 팔일 축제의 첫날은 ‘천사의 월요일(Lunedì dell’Angelo)’이라고도 불린다. 이날에는 항상 복음으로 마태 28,8-15를 읽는다. 아래는 2024년과 2023년 천사의 월요일에 있었던 교황 프란치스코의 부활 삼종기도 훈화의 번역문과 원문이다. *** (2024년 4월 1일)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행복한 부활절이 되시기를 빕니다! 오늘 부활 팔일 축제를 지내는 월요일, 복음(마태 28,8-15)은 우리에게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여인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