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곁에 서 계신 성모님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요한 19,25) 형언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성모님은 망연자실로 주저앉거나, 그렇다고 엎드려 통곡하고 있지도 않았다. 아드님 예수의 죽음과 슬픔을 말없이 견디며 십자가 곁에 굳건하게 “서 있었다.” 우리도 인생의 고통 앞에서 십자가를 바라보며 성모님처럼 똑바로 “서 있어야” 한다. 나의 처절한 고통 앞에서 위로가

할머니에게서 배운 기도

6월은 예수 성심 성월이다. 2020년 6월 7일 정오, 늘 그러하듯이 교황 프란치스코는 교황의 발코니에서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과 삼종 기도를 함께 바치면서 그날(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의 전례 복음을 간단히 해설하고 인사를 전했는데, 말미에 할머니에게서 배웠다는 짧은 기도문 하나를 소개하며 신자들이 큰 소리로 이를 따라 해 보도록 하였다. 이는 예수 성심 성월을 보내는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아름다운

인내(忍, 마크로튀미아)

성경의 언어에서 “인내”는, 특별히 복음에서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에 관한 말씀 중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루카 8,15)이라는 말씀과 종말에 관한 말씀 중 끝까지 남아서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루카 21,19) 하시는 예수님의 당부에서만 보인다. 나머지는 주로 바오로 서간(로마 2,7;5,3.4;8,25;15,4.5 2코린 1,6;6,4;12,12 콜로 1,11 1테살 1,3 2테살 1,4;3,5 1티모 6,11 2티모 3,10

온유溫柔

우리말 신약성경에서 “온유”라는 말은 모두 14곳에서 보인다. 복음에서는 마태오 복음에서만 보이는데, 바로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마태 5,5)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 11,29) 하는 두 곳이다. 그 외에는 모두 성령의 열매인 “온유”(갈라 5,23)를 비롯하여 서간문들(1코린 4,21 2코린 10,1 갈라 6,1 에페 4,2 콜로 3,12 1티모 6,11 2티모 2,25 티토 3,2 야고 3,13

교황 프란치스코와 할머니

(1963년 12월 13일에 저는 서품을 받았습니다. 제가 서품을 받던 날 저의 할머니, Rosa Margherita Vassallo, 1884~1974년) 로사 할머니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하셨습니다. 제가 사양했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서품식을 위한 작은 선물을 마련해 두셨더랬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최소한 6년 전부터 이 선물을 준비해 오셨다고 합니다. 외아들이셨던 제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내신 뒤로는 당신들도 이 뜻깊은 날을 볼 수 있을지

유다의 구원?

오늘날 일정 부분 우리 교회에 유다 이스카리옷의 이미지를 복원해보려는 시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참회나 회개와는 별개로 하느님의 자비를 선포하려는 시도를 반영한다. 최근 2021년 4월 1일자 교황청 기관지(L’Osservatore Romano) 1면에, 그것도 성주간을 여는 시점에 ‘우리의 형제 유다(Nostro fratello Giuda)라는 제목으로 프리모 마쫄라리 신부의 강론이 실리게 된 것도 이러한 시도 중 하나일 것이며(참조. 유다를 어깨에

천사의 월요일(마태 28,8-15)

*‘작은 부활절’이라고도 부르는 부활 팔일 축제의 첫날은 ‘천사의 월요일(Lunedì dell’Angelo)’이라고도 불린다. 이날에는 항상 복음으로 마태 28,8-15를 읽는다. 아래는 2024년과 2023년 천사의 월요일에 있었던 교황 프란치스코의 부활 삼종기도 훈화의 번역문과 원문이다. *** (2024년 4월 1일)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행복한 부활절이 되시기를 빕니다! 오늘 부활 팔일 축제를 지내는 월요일, 복음(마태 28,8-15)은 우리에게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여인들의

함께 걸으셨다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루카 24,15) 「함께 걷는다는 것은 날줄 씨줄처럼 함께 엮여 한 옷감이 되듯이 그렇게 하느님의 자녀라는 공통의 존엄성에서 출발하는 것 서로에게 겁을 주거나 뭉개지 않고 서로 옆에 있는 이를 인내하며 옆에서 함께 걷는 것 그 누구도 뒤처지지 않고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 사랑과 인내로 서로를 들으면서 함께 한 방향을 향해,

용서의 조건

*교황 프란치스코는 2017년 3월 21일 그의 거처인 마르타의 집 경당에서 드린 사순 제3주간 화요일 아침 미사(제1독서: 다니 3,25.34-43 복음: 마태 18,21-35)에서 우리 모두 ‘부끄러워할 줄 아는 은총(수치심의 은총)’을 청해야 한다면서 묵상을 나눴다. 이 묵상은 3월 31일자 교황청 기관지인 L’Osservatore Romano 영어판에도 실렸는데, 한국말 번역과 영어본을 게재한다. 보도문으로 실린 내용을 첨삭하고 재구성하여 교황님의 강론처럼 번역했다. 그리고

구름

「‘구름’은 신비 속에 현존해 계시는 하느님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 그분을 나타냄과 동시에 그분을 숨기는 것이다. 사도들의 눈에서 그리스도를 감추는 사도행전의 그 구름은(참조. 사도 1,9), 히브리인들을 사막에서 인도한 구름이요, 계약궤 위에 머무른 구름, 예수님의 세례 때 아버지의 음성을 들려주었던 구름, 타볼산에서의 변모의 구름, 역사의 마지막에 산 자와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해 그리스도가 타고 오실 구름이다. 성경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