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록(14)

3611. (하느님은 창조주로서 만유 안에 현존하시지만 인간 영혼 특히 기억에 현존하신다.-De ordine 2,2,4-5 ‘하느님과 함께 있음esse cum deo’은 인간이 기억을 더듬어 하느님께 지향을 돌릴 적에 의식적으로 실현된다.)

3612. Late have I loved you, O Beauty ever ancient, ever new, late have I loved you. You called, you shouted and you shattered my deafness.(성 아우구스티누스 성무일도 성모 후렴)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sero te amavi)! 이토록 오래되고 이토록 새로운 아름다움이시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또 보십시오. 당신께서는 안에 계셨고 저는 밖에 있었는데, 저는 거기서 당신을 찾고 있었고, 당신께서 만드신 아름다운 것들 속으로 제가 추루하게 쑤시고 들어갔었습니다. 당신께서는 저와 함께 계셨건만 저는 당신과 함께 있지 않았습니다. 당신 안에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을 것들이 저를 당신께로부터 멀리 붙들어 놓고 있었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부르시고 소리 지르시고 저의 어두운 귀를 뚫어놓으셨고, 당신께서 비추시고 밝히시어 제 맹목을 몰아내셨으며, 당신께서 향기를 풍기셨으므로 저는 숨을 깊이 들이켜고서 당신이 그리워 숨 가쁘며, 맛보고 나니까 주리고 목이 마르며(아우구스티누스는 ‘영적감성sensus spiritales’을 신체의 감성으로 견주어 표현하는데 능숙하다. ‘그래도 제가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할 때 나는…저의 내면 인간의 빛, 소리, 향기, 음식, 포옹을 사랑합니다. 거기서는 공간이 담지 못하는 무엇이 제 영혼에게 반짝하고, 시간이 붙들지 못하는 무엇이 소리를 내고, 숨결이 흩어 보내지 못하는 무엇이 향내를 풍기고, 실컷 먹어도 줄지 않는 무엇이 맛을 내고, 흡족하고도 풀려버리지 않는 무엇이 사로잡고 있습니다. 제 하느님을 사랑할 때 제가 사랑하는 바가 바로 이것입니다.’: 10-6.8), 당신께서 저를 만져 주시고 나니까 저는 당신의 평화가 그리워 불타올랐습니다.(본서의 대단원에 해당하는 다음 기도 참조 : ‘주 하느님, 저희에게 평화를 주십시오. 저희에게 모든 것을 베푸셨으니 정묵靜默의 평화, 안식일의 평화, 저녁 없는 평화를 주십시오.’: 13-35.50)(10-27.38)

3613. 저의 전부를 바쳐 당신께 의탁하고 나면 제게는 어디로도 고통과 수고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저의 목숨은 산목숨, 당신으로 가득 찬 목숨일 것입니다.…제 기쁨, 그것을 두고 슬퍼해야 마땅하고, 제 슬픔, 그것을 두고 기뻐해야 마땅한데,…제 악한 슬픔이 선한 즐거움과 겨루고 있는데 여기서도 어느 편에 승리가 올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욥기의 ‘유혹’이라는 말은 결투를 하는 경기장을 의미한다. 거기서 사람은 이기거나 아니면 진다.-Adnotationes in Iob 7)…당신은 가련하게 보는 마음이시고 저는 가련합니다.(misricors es, miser sum-제가 절감하는 것은 그 상처가 이제는 더 이상 저를 아리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보다는 당신에 의해서 그 상처가 낫는다는 사실입니다: 10-39.64)…저도 역경 중에서 순경을 바라고 순경 중에서는 역경이 두렵습니다. 이 둘 사이에, 인생은 시험이 아니라고 할 만한 중간 지역이 어디 있겠습니까? 세상의 순경이라는 것도 저주스러운 것이니 역경에 대한 두려움이 한 가지 저주요 기쁨의 무상함이 두 번째 저주입니다. 또 세상의 역경이라는 것도 저주스러운 것이니 순경에 대한 소망 때문에 한 가지 저주요 그 곤경이 지속하기 때문에 두 번째 저주요 인내심을 꺾어 버릴까 하는 것 때문에 세 번째 저주입니다. 그러니 인생은 땅 위에서 쉴 새 없는 시련 아니고 무엇입니까?(욥기 7,1 참조)(10-28.39)

3614. 명하시는 바를 베풀어주시고 원하시는 바를 명하십시오!(da quod iubes et iube quod vis-펠라기우스 논쟁에 자주 인용될 이 명구는, 인간 본성의 나약함과 은총의 필요성을 한데 간추려, ‘은총을 베푸셔서 당신께서 명하시는 바를 실천할 힘과 실천하는 기쁨을 얻게 해 주신 다음에 원하시는 대로 명을 내리십시오.’라는 명구로 풀이된다)(10-29.40)

3615.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세속의 야심을 절제하라고 명하십니다.(1요한 2,16 참조-“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이 성서 구절을 근거로 육욕concupiscentia, 호기심curiositas: concupiscentia oculorum, 그리고 오만superbia: ambitio saeculorum이라는 세 가지 욕망을 교부는 윤리적 악덕에서 그치지 않고 실존의 기본 자세로 간주한다.)(10-30.41)

※ 총 13권 278장으로 이루어진 <고백록>을 권위 있게 맨 먼저 우리말로 소개해주신 분은 최민순 신부님으로서 1965년에 바오로딸을 통해서였다. 여기서는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Confessiones, 성염 역, 경세원, 2016년>을 따랐다. 각 문단의 앞머리 번호는 원문에 없는 개인의 분류 번호이니 독자들은 괘념치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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