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마지막 날의 할로윈 데이, 11월의 네 번째 목요일에 오는 추수 감사절, 바로 그다음 날 블랙 프라이데이로부터 성탄절이나 연말·연시까지 이어지는 재고 떨이나 폭탄 세일 행진……할로윈 데이는 많은 자본주의 국가, 특별히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적어도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볼 때, 1년을 마감하는 이 시즌의 기점에 있는 셈이다. 미국의 전국소매연맹(National Retail Federation)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사회는 코비드의 와중인 2021년 할로윈 데이를 즈음해서만 각종 장식이나 치장 등을 위해 적어도 90억 달러(1억 달러는 1,400원의 환율로 볼 때 1천 400억 원)를 소비했다.(이미지 출처. 영문 구글)
가톨릭교회는 민중들의 삶 속에 자리 잡은 축제를 복음화하고 그리스도교화 하며, 민중들은 또 교회의 축일이나 관습을 가져다가 사회화하고 문화화하며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영미권에서 명절이나 축제처럼 자리 잡은 할로윈 또는 핼러윈 데이만도 그렇다. 영어로는 이날을 Halloween, Hallowe’en 또는 All Saints’ Eve라고 부른다. 원래 켈트 족의 풍속이 그리스도교화 되었든 수확제가 그 근원이 되었든, 영어로 부르는 이 날의 이름 hallow는 성인聖人(saint<라틴어 sanctus), 혹은 거룩함을 뜻하는 말이다. 유령이나 괴물, 음산하거나 무서운 죽음의 내용으로 주로 장식하는 오늘날 할로윈 데이는 가톨릭교회에서 지내는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의 이브인 셈인데, 이름의 근거가 되었던 거룩한 성인들을 기념하는 전야제로서는 들어맞지 않는다. 오히려 가톨릭교회가 ‘모든 성인 대축일’ 바로 다음 날인 11월 2일에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과 훨씬 더 잘 맞아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는 11월 1일부터 8일 사이에 정성껏 앞서간 이들의 묘지를 방문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서 기도할 것을 권장한다.
1886년에 영국 체스터 카운티County of Chester에서 발행된 ‘단어 용례집A Glossary of Words Used’이나 다른 증언들에 따를 때, 이 축일은 ‘소울 케이킹Soul caking(직역하면 영혼 달래기 정도일까-실제로 위령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소울 케이크라는 둥근 모양의 케이크가 있기도 하다)’이라고 부르거나 단순하게 ‘소울링Souling’이라고 불렀다. 이날에 애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꾸민 재미있는 복장을 하고 농가 주택들을 돌아다니며 노래 부르고 ‘소울 케이크Soul cakes’를 청하면 집의 안주인들이 사과나 돈 같은 것을 내주던 관습에서 유래한다. 아이들은 죽은 이들을 나타내는 복장으로 기도와 음식을 구걸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다른 한편으로 가톨릭교회에서 돌아가신 연옥 영혼들을 위한 미사의 봉헌을 위해서 ‘영혼 미사 케이크Soul-Mass cake’라고도 불렸다. 그러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가 오늘날 할로윈 데이라고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11월 2일의 전야제로서 11월 1일 저녁에 지내던 관습이었는데, 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에 정착하면서 여러 다른 사회적 이유와 함께 어우러져 10월 31일로 자리 잡게 된 셈이다.
한편으로 민중 안에서 지내던 10월 31일의 다양한 문화 축제로 할로윈 데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가톨릭교회의 측면에서 볼 때, 속화되어도 너무나 속화된 오늘날의 할로윈 데이는 본래 그날의 기원과 의미를 생각지도 못하게 한다. 영어 ‘주님의 기도’ 첫 구절은 『Our Father, who art in heaven, hollowed be thy name…』이다. 우리말로 번역할 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에서 바로 그 ‘할로우hollow’-할로윈 데이의 이름에서도 볼 수 있는-‘거룩함’을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아직 짧은 역사로만 경험해 본 2022년 우리나라의 할로윈 데이, 3년 만에 마스크 없이 맞아본 축제에서 우리는 이태원이라는 동네에서 수많은 젊은이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목격하고 분노하며 우울하고 아파했다. (그리고 속절없이 말만 오가는 중에 또 1년이 갔다. 앞서간 청춘들에게 삼가 명복을 빈다.) 주님,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허락하소서!(202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