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왕께 드리는 기도

저의 임금이신 주님, 당신께서 정말 제 삶의 주인이시고 임금이십니까? 임금이시라면, 그 말이 제 생각과 말과 행동, 곧 제 존재 전체가 당신의 다스림 아래 있음을 뜻하는 것입니까?

성경은 말합니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요한 1,3-4)

주님, 제가 당신을 통하여 생겨났습니다. 당신 때문에 생명을 얻었으며, 당신의 빛으로 비로소 사람이 되었습니다. 제 존재의 깊은 곳, 그 본질에 당신의 빛과 당신의 향기, 당신의 숨결이 담겨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저 또한 당신께 속합니다. 그러기에 저의 기도는 하느님을 움직이려는 어리석음이 아니라, 이미 제 안에 심어 주신 당신의 본질을 더 선명히 보고 느끼려는 갈망입니다.

그 본질이 또렷해지면, 저는 세상과 사람들의 어두운 그림자에만 사로잡히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당신께서 저의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방식으로 일하고 계신지를 알아차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 그 본질 안에 뿌리내릴 때에만, 저는 제 삶의 ‘겟세마니’와 같은 고통 속에서도 당신께서 보내시는 수많은 ‘천사들’을 만날 준비가 됩니다. 그때 저는 더 이상 버려졌다고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당신의 섭리 안에 마련된 존재임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17,21)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믿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저의 임금이시라면, 저는 이미 하느님의 나라 안에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적이 일어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은총이 흐르고,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께서는 사랑과 위로의 천사들을 제게 보내고 계십니다. 유혹에 눈이 흐려져 이 진실을 보지 못하는 날들이 있을 때마다 제 눈을 맑게 하시고, 당신의 나라와 당신의 빛을 다시 보게 하소서.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며 제 안에 새겨진 하느님의 본질과 더 깊이 연결되기를 기도합니다. 제가 참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살아가고 있음을,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제 삶의 영원한 임금이심을 온전히 알아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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