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모든 성인 대축일을 거행하지만, 이 축일을 두고 마치 완벽한 생애, 항상 올바르고, 정확하며, ‘고지식하기까지’ 한 삶을 살았던 형제와 자매들을 기념하는 것으로 잘못된 인상을 지니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의 복음은 이렇게 ‘완벽한 거룩함’으로 비치는, 마치 거룩하게 그려지는 성인들의 상본을 그들의 신분증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은 고정관념에 정반대되는 내용을 이야기해 줍니다. 성인들은 사람들이 그렇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거슬러 혁명적인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진정한 혁명가들입니다.
오늘 복음이 이야기하는 진복팔단에서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마태 5,9)에 관한 예를 들어봅시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의 평화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화와 얼마나 다른지를 보게 됩니다. 누구나 평화를 원하는데 우리가 원하는 그런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닙니다. 우리는 별문제 없이 그저 평온한 상태를 평화라고 여깁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평온한 상태에 있는 이들이 행복하다고 하신 것이 아니라 평화를 만드는 이, 평화를 이루고 건설하려고 노력하는 이가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실로 평화는 건축물처럼 세워져야 하고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는 노력과 협력, 인내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평화가 비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성경은 “정녕 평화의 씨앗이 뿌려지리라.”(즈카 8,12) 하면서 평화가 우리 인생이라는 토양, 마음의 씨앗으로부터 싹이 터 자라나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평화는 우리가 오늘 거행하는 빛나는 증인들이 보여준 것처럼 정의와 자비라는 일을 통해서 매일매일 침묵 속에서 자랍니다. 달리 말해서 우리는 평화가 힘과 권력으로부터 온다고 믿지만, 예수님께는 그 반대입니다. 예수님과 예수님의 뒤를 따른 성인들은 씨앗이 자라서 열매를 맺기 위해서 씨앗이 먼저 죽어야만 한다고 말해줍니다. 평화는 누군가를 정복한다거나 막아낸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평화는 절대로 폭력이 아니며 무장하지도 않습니다. ‘그의 모습(A Sua Immagine)’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수많은 성인이 투쟁하여 평화를 만들어냈으면서도 하나같이 자신의 삶을 바치고 생명을 내어놓는 일을 통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먼저 마음을 무장해제 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공격적인 생각들과 날카로운 말들로 무장하고, 불평이라는 철조망과 무관심이라는 콘크리트 장벽으로 우리를 둘러쳐서 불평과 무관심 사이에서 우리 자신을 방어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평화가 아니고 전쟁입니다. 평화의 씨앗은 마음 밭의 비무장화를 요구합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은 어떻습니까? 비무장화되어 있습니까, 아니면 불평과 무관심, 공격성 같은 것으로 가득 차 있습니까? 그러면, 어떻게 마음을 비무장화할 수 있을까요?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에페 2,14) 하는 말씀 그대로 평화이신 예수님 앞에, 평화의 씨앗인 그분의 십자가 앞에 서서, 우리 자신을 열어야만 합니다. 고백성사를 통해 그분으로부터 그분의 “용서와 평화”를 얻어야만 합니다. 평화의 건설자가 되는 것, 성인이 되는 것은 우리 자신이 가진 능력이 아니라 주님에게서 오는 은총이므로 우리의 시작점은 바로 이곳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우리 자신에게 과연 우리가 평화의 건설자들인지 스스로 물어봅시다. 우리가 사는 곳, 공부하는 곳, 일하는 곳에서 우리가 상처를 주고, 험담이나 독이 되는 말들로 긴장을 조성하며, 이간질하거나 분열을 일으키는 자들은 아닙니까? 아니면 우리를 기분 나쁘게 하는 이들을 용서하면서 평화의 길을 열어가는 사람들입니까? 과연 우리는 소외된 이들을 보살피는 사람이며, 좀 덜 가진 이들을 도와 불의를 바로잡아가는 이들입니까? 이것이 평화를 건설하라는 부르심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진복팔단에 적용되는 질문, 곧 이런 식으로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이렇게 살다가 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 의문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ㄴ)라는 답을 주십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힘과 우세의 논리에 굴복하지 않았으므로 현세에서는 자리가 없을지 모르지만, 천국에서는 하느님과 가장 가깝고 그분을 닮은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평화로운 이에게는 후손이 이어지리라.”(시편 37,37)라는 말씀대로 이 땅에서도 자기 권력을 남용하는 이들은 빈손으로 남을 것이며,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아무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는 이들이 이길 것입니다.
믿음도 약하며 많이 부족한 저에게 평화가 사랑의 도구가 되어 소외된 분들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 겸손한 사람,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며…. Happy All Sains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