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나라’와 ‘하느님의 나라’

신약성경에서 ‘하늘 나라’(바실레이아 톤 우라논, βασιλεία τῶν οὐρανῶν, Kingdom of Heaven)라는 표현은 마태오 복음서의 고유한 표현이다. 그러나 마태오 역시 네 차례(12,28; 19,24; 21,31.43)는 ‘하느님의 나라’(바실레이아 투 테우, βασιλεία τοῦ θεοῦ, Kingdom of God)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특히 19,23-24에서는 두 표현을 같은 의미로 병행한다. 이는 ‘하늘 나라’가 유다인의 경외적 완곡어법에 따른 것으로, 의미상 ‘하느님의 나라’와 동일한 개념임을 보여 준다. 1974년 『200주년 기념 신약성서』가 이를 일관되게 ‘하느님의 나라’로 번역한 것도 이러한 의미를 독자에게 분명히 전달하려는 번역 원칙에 따른 것이다.

유다교에서는 하느님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을 삼가는 경외심 때문에 ‘하늘’(οὐρανός)을 ‘하느님’의 대용어로 사용하는 관습이 있었으며, 마태오 복음의 ‘하늘 나라’도 바로 이러한 유다인의 경외적 언어 관습을 반영한 표현이다. 마태오는 유다계 그리스도인을 주된 독자로 삼았기 때문에, 유다교의 언어 관습을 다른 복음사가들보다 더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200주년 『신약성서』는 의미를 충실히 전달하려는 번역 원칙에 따라, 마태오가 유다인의 경외적 언어 관습 때문에 사용한 ‘하늘 나라’를 독자가 공간적인 ‘하늘’로 오해하지 않도록 ‘하느님의 나라’로 옮겼다. 이러한 번역 원칙은 이후 한국 천주교의 번역 철학에서도 계속 논의되었고, 반대로 2005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성경』은 원문의 표현을 보다 충실히 반영하여 ‘하늘 나라’라는 표현을 다시 살려 번역하였다.

※ 마태오 복음은 두 표현을 다음과 같이 병행하여 사용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내가 다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태 19,23-24)

이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성경』 주석(마태 3,2), 『한국가톨릭대사전』 「하느님의 나라」, 김학철, 「마태복음의 ‘하늘나라’를 다시 살핌」, 『신약논단』 제14권 제1호(2007) 등을 참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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