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베 레지나Salve Regina

‘살베salve’라는 말은 라틴어이다. 우리말에서 ‘안녕!’ 정도에 해당하며, 영어로 누군가에게 인사하면서 서두에 ‘hello’ 혹은 ‘greetings’라고 하는 뜻이다. 라틴어 ‘레지나regina’는 ‘여왕’이므로 ‘Salve Regina!’를 직역하면 ‘안녕하세요, 여왕님!’이 될 것이다. 보통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모님을 부르는 호칭이면서 고유 명사처럼 ‘성모 찬송’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 가톨릭 성가집 234~279번은 성모님과 관련한 노래를 모아놓은 부분인데, 그중 <모후이시며(278번)>라는 성가에 Salve Regina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외에도 Salve Regina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노래는 276, 277번 <하늘의 여왕>이라는 노래 두 곡이 더 있다) 작곡자를 명기하면서 276번은 라틴 성가이고, 277번은 전승에 의한 곡조라는 뜻으로 Trad. Melody라는 말이 게재되어 있으며, 278번 <모후이시며>라는 노래에는 ‘그레고리오 성가’라고 적혀 있다.

그레고리오 성가라고 적힌 <모후이시며>의 노랫말은 성가집에 「모후이시며 사랑이 넘친 어머니, 우리의 생명, 기쁨, 희망이시여, 당신 우러러 하와의 그 자손들이 눈물을 흘리며 부르짖나이다. 슬픔의 골짜기에서, 우리들의 보호자 성모님, 불쌍한 저희를 인자로운 눈으로 굽어보소서. 귀양살이 끝날 때에 당신의 아드님 우리 주 예수님 뵙게 하소서. 너그러우시고, 자애로우시며 오! 아름다우신 동정 마리아님.(라틴어: Salve, Regina, Mater, misericordiae. vita, dulcedo. et spes nostra. Salve, spes nostra, Ad te clamamus exsules filii Hevae. Ad te suspiramus gementes et flentes in hac lacrimarum vale Eja ergo, advocata nostra, illos tu-os misericordes oculos ad nos converte, Et Jesum, benedictum fructum ventris tui, post hoc exsilium ostende. O clemens, O pia, O dulcis, Virgo, O dulcis Maria)」으로 번역되어 실린다.

「…‘살베 레지나’는 천 년도 넘는 역사를 지닌 교회의 아름다운 노래로서 13세기 이후부터 성무일도 ‘끝기도’의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불려오다가 마침내 1568년 비오 5세의 성무일도서에서는 삼위일체 축일부터 대림절까지 의무화되기도 하였으며, 1971년 성무일도서에서부터는 끝기도 마지막에 부르는 다섯 노래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벤지, 신자들의 도움이신 마리아 강복 https://benjikim.com/?p=13512)」라는 설명에서 보듯이 일반적으로 수도자들은 매일 저녁 끝 기도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기 전 마지막 노래로 이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는 또한 관습적으로 장례 미사 끝에 성당 입구에서 운구차에 실려 묘지로 향하는 형제나 자매를 마지막으로 환송하며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살베 레지나’라는 성모 찬송은 교회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대단히 많은 곡과 이야기가 전해진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아는 비발디(Antonio Lucio Vivaldi, 1678~1741년)는 세 개의 살베 레지나를 남겼으며, ‘살베 레지나’에 특별한 애정을 품었으며 이른 나이에 요절했다는 죠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시(Giovanni Battista Pergolesi, 1710~1736년)는 네 개의 살베 레지나를 남겼고, 조셉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년)은 다섯 개의 살베 레지나를 남겼다.

살베 레지나의 곡들이 다양하지만, 성모 공경을 담은 그 라틴어 가사는 오랜 전통에 따라 한결같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가사는 복자 헤르만 콘트락투스(Bl. Hermanus Contractus 영어로는 Herman the Cripple, 1013~1054년)라는 분이 지은 것이라고 알려진다. 그분은 스위스가 가까운 독일 남서부 슈바벤(Schwaben) 지역 알츠하우젠(Altshausen) 출신으로 태어날 때부터 기형이었으며(혹은 후천적으로 기형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구개열, 척추측만증, 뇌성 마비와 같은 중증 장애를 입고 있었다. 이름인 Hermanus 뒤에 성姓처럼 붙인 Contractus라는 말이 ‘기형奇形’이라는 뜻이므로 영어로 옮길 때 이를 Cripple이라고 옮긴다. 이분을 영어로 Bl. Hermann of Reichenau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그분께서 라이헤나우라는 곳에 있는 베네딕토 수도원 앞에 버려져 평생 수도승으로 일생을 사셨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인은 9월 25일에 축일을 지낸다.

1863년 비오 9세 교황에 의해 시복되신 성인은 신체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었으나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지적 은총과 창조적 재능이 뛰어나 학문과 언어, 발명, 저술, 음악, 시문학 등에 여러 업적을 남기셨다. 특별히 성모님과 관련하여서는 우리가 아는 ‘살베 레지나’라는 곡과 노랫말 외에도 <구세주의 존귀하신 어머니(Alma Redemptoris Mater)>라는 성모 찬송가를 지으신 것으로도 알려진다. 그 노랫말은 우리말 가톨릭 기도문에서 다음 기도문으로 전한다: 「구세주의 존귀하신 어머니, 영원으로 트인 하늘의 문, 바다의 별이여, 넘어지는 백성 도와 일으켜 세우소서. 당신의 창조자 주님 낳으시니, 온 누리 놀라나이다. 가브리엘의 인사 받으신 그 후도 전과 같이 동정이신 이여, 죄인을 어여삐 보소서.」

앞서 거론한 ‘살베 레지나’의 노랫말 마지막 절인 “너그러우시고, 자애로우시며 오! 아름다우신 동정 마리아님.(라틴어: O clemens, O pia, O dulcis, Virgo, O dulcis Maria. 영어: O clement, O loving, O sweet Virgin Mary!)”이라는 구절과 관련하여 신빙성은 없으나 복자 헤르만이 아닌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St. Bernard of Clairvaux, 1090~1153년)와 관련지어 이 구절을 생각하거나 베르나르도 성인이 덧붙이신 것으로 여기는 전설도 있다. 관련 내용은 catholic.com이 제공하는 백과사전(Catholic Encyclopedia) 409쪽 <Salve Regina(살베 레지나)> 항목에서 자세하게 볼 수 있다. 관련 링크와 함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링크- https://www.catholic.com/encyclopedia/salve-regina

「…전설에 따르면, 1146년 성탄절 전야에 주교님과 사람들을 동행하여 성 베르나르도가 독일 스피레스Spires 대성당에 장엄하게 들어섰을 때, 그곳에 있던 제국의 왕족들이 큰 영예로 일행을 맞아들였다. 이때 입당 성가로 우렁차게 ‘살베 레지나’가 울려 퍼졌는데, 이 찬송가가 울려 퍼지는 중에 성당에 들어선 성인은 “O clemens, O pia, O dulcis Virgo Maria”라는 가사가 불려질 때 세 번 무릎을 꿇었다. 더 널리 알려진 또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성인은 갑작스러운 영감에 의해 세 번의 호칭을 스스로 추가했다고도 한다. 이러한 내용에 관해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면서 “하느님의 사람이 남긴 흔적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그리고 그가 성모님의 자비, 자애, 달콤함을 간구한 자리를 표시하기 위해, 성인이 무릎을 꿇은 교회의 바닥에 구리판이 놓여졌다.”(라티스본Ratisbonne, “성 베르나르도의 생애와 시대Life and Times of St. Bernard”, 미국판, 1855년, 381쪽)라고 전하는 책도 있다.…」 ※더 읽기: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母后 기념일 https://benjikim.com/?p=5256

One thought on “살베 레지나Salve Regina

  1. 방금 그레고리안 성가로 살베 레지나
    음악을 들었어요.
    마음이 차분해지는 요술을
    부리네요.

    부드럽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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