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마음에서 흘러나온 무한한 사랑이 성체성사를 통해 세상에 현존하시는 길을 마련하셨다. 교회는 부활 시기를 마감하고, 연중 시기에 접어들면서 ‘삼위일체’와 ‘성체 성혈’을 기리는 대축일을 지낸다. 그리고 성체 성혈을 기리는 대축일 다음 연중 주일들을 기념하기 전 금요일에 ‘예수 성심 대축일’을 거행한다. 이처럼 ‘성체 성혈 대축일’과 ‘성심 대축일’이 연결되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원래 교회의 역사 안에서 오랫동안 성체 성혈 대축일을 기리는 8일 축제가 이어지다가 성체 성혈 대축일 다음 주일이 오기 전 금요일에 예수 성심을 기리는 오늘날의 형태로 전례력이 자리를 잡았다.
이는 예수님께서 1674년 성녀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1647~1690년)에게 특별한 환시를 주시어 ‘성체 성혈 대축일을 기리는 8일 축제 기간의 첫 금요일에 예수 성심을 기리는 특별한 날을 지내라.’ 하고 당부하신 내용과도 연결되어 있다. 1674년 예수님께서는 성녀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 수녀가 성체 조배를 하고 있을 때 발현하시어 자신의 성심을 열어 보이시고, 죄인들의 냉담과 배은망덕을 탄식하시며 “(매달) 아홉 번 연속하여 첫 번째 금요일에 (미사에 참여하여) 영성체하는 이들은 넘쳐나는 내 마음의 자비로 나의 강한 사랑, 곧 마지막 회개의 은총을 받게 될 것이다. 그들은 성사를 받지 않고 죽는, 내가 언짢아하는 죽음을 맞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마지막 순간에 나의 마음이 안전한 피난처가 될 것이다.” 하셨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일찍이 성체성사와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님의 마음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설파하신 적이 있다: 「…모든 것이 그리스도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고난을 앞둔 마지막 만찬 때에 감사와 찬미를 드리신 다음 당신 사랑의 힘으로 당신께서 마주하게 될 죽음의 의미를 변하게 하셨습니다. 제대 위의 성사가 성체성사(Eucharist, thanksgiving, 감사)라는 이름을 지니게 된 사실은 정확히 이를 뜻합니다. 빵과 포도주의 실체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바뀌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내어주신 은총의 열매, 곧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선물, 당신을 죽음에서 부활하게 하신 은총의 선물입니다.
이것이 성체성사가 영원한 생명의 양식, 생명의 빵인 이유입니다. 그리스도의 마음으로부터, 수난 전날의 성찬 기도(Eucharistic prayer, 감사송)로부터, 우주적이고 인간적이며 역사적인 현실이 바뀌는 역동성이 흘러나옵니다. 하느님, 전능하신 삼위일체의 사랑, 사람이 되신 예수님으로부터 모든 것이 나옵니다. 이러한 사랑으로 가득하신 그리스도의 마음이 배신과 폭력을 마주하시면서도 찬미와 감사를 드리신 것이며, 그리스도께서는 이런 식으로 사람과 세상, 모든 것을 바꾸십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2011년 성체 성혈 대축일 강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