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다(에필람바노마이, ἐπιλαμβάνομαι)

“예수님께서는 그(수종병자)의 손을 잡고 병을 고쳐서 돌려보내신 다음”(루카 14,4)이라고 할 때, ‘손을 잡다’에 해당하는 그리스어는 ‘에필람바노마이(ἐπιλαμβάνομαι)’이다. 이 말은 ‘붙잡다’, ‘손을 대어 붙들다’, ‘움켜잡다’라는 뜻을 지닌다. 단순히 바라보거나 말로만 지시하시는 것이 아니라, 병자에게 직접 다가가 그를 붙드시는 예수님의 행동을 보여 준다.
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사람의 손을 잡거나 직접 붙들어 주시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마태 9,25에서는 소녀의 손을 잡으시자 소녀가 일어났고, 마르 1,31에서는 시몬의 장모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 일으키시자 열이 가셨다. 마르 5,41에서는 회당장의 딸 아이의 손을 잡고 “탈리타 쿰!”이라고 말씀하셨으며, 마르 8,23에서는 눈먼 이의 손을 잡아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셨다. 마르 9,27에서는 더러운 영이 들린 아이의 손을 잡아 일으키셨고, 루카 8,54에서는 야이로의 딸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야, 일어나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루카 14,4에서는 수종병자의 손을 잡고 병을 고쳐 돌려보내셨다.
이 장면들에 사용된 그리스어 동사들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루카 14,4와 마르 8,23에서는 ‘에필람바노마이(ἐπιλαμβάνομαι)’가 사용되지만, 다른 장면들에서는 주로 ‘크라테오(κρατέω, 붙잡다)’가 사용된다. 그러나 표현은 서로 달라도, 예수님께서 고통받는 사람에게 직접 다가가 손을 잡아 일으키시고 회복시키시는 모습은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예수님께서 손을 잡아 일으키시고 붙드시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열이 가시고, 죽었던 아이가 다시 일어나며, 악령에 사로잡혔던 아이가 회복된다. 눈먼 이는 예수님의 손에 이끌려 새로운 만남의 자리로 나아간다. 손을 잡는다는 것은 단순한 신체적 접촉을 넘어,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그에게 다가가 붙들어 주시는 예수님의 행동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예수님께 청해야 한다. “주님, 제 손을 잡아 주십시오.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저를 붙들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 우리를 붙들어 주실 때, 우리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고 온전함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