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 보낸 교황님의 하루

Alberto Pizzoli via AFP

2024년 4월 28일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는 사목 방문을 겸하여 이탈리아 북부 베네치아에서 개최되고 있는 ‘베네치아 비엔날레(The Venice Biennale)’의 교황청 전시관을 둘러보시기 위해 베네치아를 찾았다. 이번 비엔날레 동안 교황청 전시관은 여성들을 위한 쥬데카 교도소(Giudecca’s women’s prison) 시설 내에 설치되었다.

교황님의 첫 번째 일정은 자연스럽게 교도소에 있는 여성들을 위한 말씀으로 시작되었는데, 교황님께서는 “인간은 누구나 상처가 있게 마련”이라면서 소위 교도소라는 것은 당연히 “재탄생의 자리”가 되어야만 한다고 말씀하셨다.

Pope Francis meets with inmates and staff at the Venice Women’s Prison on the Island of Giudecca on April 28, 2024 via Reuters

교황님께서는 천장으로부터 소니아 고메스Sonia Gomes라는 작가의 작품이 설치되어 드리워진 교도소 내의 16세기 바로크 양식의 성당에서는 문화교육 장관인 호세 톨렌티노José Tolentino de Mendonça 추기경의 영접을 받았다. 교황청 전시관의 큐레이터이자 이번 행사의 핵심 인물인 추기경은 짧은 인사말을 통해 현대 미술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베니스 베엔날레를 방문한 최초의 교황님이라며 교황님을 환영했다. 이에 교황님께서는 9명의 전시 작가 중 8명의 작가와 정치인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배석한 자리에서 “세상은 예술가들을 필요로 한다.”라면서 당신은 “예술가들을 괴팍하고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예술은 모든 인간을 위한 피난 도시(a city of refuge)가 될 능력을 지녔다”라고 말씀하시고, “그 누구도 이방인이나 낯선 이로 느끼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보라”라고 청중을 초대하였다. 그러면서 교황은 “그렇게 될 때 예술은 폭력과 차별의 체계를 거부하면서, 모든 이를 인정하고, 보호하며, 포용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인간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형태를 만드는 예술이라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교황님은 “나의 눈으로(With My Eyes)”라는 주제로 열린 교황청 전시관을 격려하고 칭찬하시면서 “예술은 차원 높은 관조의 시선으로 세상과 인간에 관하여 무관심하지 않도록 교육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L’icona bizantina, Basilica della Madonna della Salute

이어서 교황님은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가졌는데, 만남에서 교황님께서는 젊은이들에게 적극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문하셨다. 교황님께서는 젊은이들이 “세상의 어려움에 굴복하여 자칫하면 소파에 앉아 TV만 보면서 감자 칩만 먹어대는 couch potatoes들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을 경고하셨다. 교황님은 수상도시인 베네치아를 보라고 하시면서 “꾸준히 노를 저어야만 멀리 갈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젊은이들에게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신 교황님께서는 “감정에만 치우치면 안 된다”라고 말씀하시고, “기분이 내킨다고 기도하고, 기분이 내킨다고 미사에 가며, 기분이 내킨다고 착한 일을 하고 …… 이런 것은 결과가 없습니다. 성실하고 매일매일 항구해야 합니다. …… 모든 이가 자기 휴대폰이나 SNS, 비디오 게임 같은 것에만 사로잡혀 있도록 하는 이런 시류에 맞서야 합니다. …… 젊은이 여러분은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지고, 자기 인생을 살며, TV를 끄고, 복음을 펼치고, 휴대폰을 떠나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야 합니다.”라고 역설했다.

젊은이들과의 만남에 이어지는 순서는 산 마르코 광장에서 열린 미사였다. 미사를 거행하시면서 교황님께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인 베네치아의 생태 유산과 인류 유산을 보호해야 한다”라며 관심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이번 미사의 거행 시에는 베네치아인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는 ‘Madonna della Salute’라는 아이콘을 아이콘이 모셔져 있는 대성당으로부터 광장 제대 옆으로 모셔 왔다. 교황님께서는 미사 중에 베네치아의 총대주교님이셨다가 1978년에 교황님으로 선출되신 복자 요한 바오로 1세를 추모하기도 했다. 전례 복음인 요한복음을 묵상하면서는 “참포도나무”이신 주님께 붙어 머무른다는 것이 “그저 가만히 있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오히려 그 반대이니 ‘인간의 마음에 하느님 사랑의 포도주’를 나누기 위해 하느님과 적극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Alberto Pizzoli via AFP

미사 후에 교황님께서는 성 마르코의 유해 앞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One thought on “베네치아에서 보낸 교황님의 하루

  1. 젊은이들에게 말씀하신 교황님의 당부 말씀에 공감합니다. 행동으로 성실하고 꾸준히 밖으로
    나설 것.
    그건
    제게도?
    이래저래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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